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10-03-11   2747

[판결비평 좌담] 전교조 시국선언 엇갈리는 판결, 어떻게 볼까③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지난 8일, 최근 법원의 1심 판결에서 지난해 전교조 시국선언에 대해 엇갈리는 판결이 나오고 있는 부분에 대해 판결비평 좌담을 진행했습니다.

판결비평이 된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주지법 2010.1.19선고 2009고단1119, 2009고정1105(병합) 판결 *무죄
인천지법 2010.2.4선고 2009고단4623, 2009고단6734(병합), 2009고단6958(병합) 판결 *유죄
대전지원 홍성지원 2010.2.11선고 2009고단606, 2009고정512(병합), 2009고단873(병합) 판결
  *국가공무원법 위반은 무죄, 집시법 유죄
대전지법 2010.2.25선고 2009고단2786, 2009고정2259, 2009고단4126(병합) 판결 *무죄

좌담 내용을 세 번에 걸쳐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교조 시국선언 엇갈리는 판결, 어떻게 볼 것인가>
일시  2010년 3월 8일(월)
사회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패널  장철준 (한동대 법학부 교수), 동훈찬 (전교조 정책실장)

(2부에서 이어집니다.)

임지봉 : 공무원 중에서도 특히 교육공무원이 수행하는 정치적 중립성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보인다. 교실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을 더 지켜야 한다는 사회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동훈찬 : 이 점에 대해서는 언론의 과도한 반응으로 인해 오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동의하는 점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이념적 주장을 하는 것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교사들 정치적 중립성 주장을 하면서 교육 내용을 얘기하는데, 사실은 국가가 만들어 준 교과서의 내용을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계기수업이라든지 특정한 사안에 등에서 교사가 자기입장을 밝히는 게 과도하지 않도록 교육계 내부에서도 지켜야 할 룰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내용을 전달할 때도 장점과 단점 모두를 객관적으로 알려야 한다. 대부분 이렇게 되고 있다.

최근 학생들이 이런 교사들의 정치적 중립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서 쉽게 동의하지도 않는다. 판결문에도 나왔지만 학생들이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과거처럼 특정 이념에 감수성 있게 빠져들지도 않는다. 교사들의 전달도 그럴 뿐더러 학생들도 여과해서 받아들인다.

대체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말할 때 교육내용이나 교육과정이 거의 문제된 바 없다. 표현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지만 실제는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말하는 것이고 그렇게 해석되어 왔다. 교실 내부, 수업에서 교사들의 정치적 중립은 반드시 지켜야 되는 것이라 보고 지켜나가고 있다고 보는데 학교 바깥 활동의 문제가 계속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장철준 교수장철준 : 마지막에 말씀하신 ‘수업’이 중요한 키워드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정치적 주장을 강요했느냐가 중요한 판단 지점이 된다. 만일 이번 시국선언이 그런 형태라면, 행여 바깥에서 그런 선언을 하고 교실에서 강요했다면 그건 국가의 처벌에 크게 항의할 만한 것은 아니라 본다.

수업 이외, 업무시간 이외에 시간을 내서 소위 말하는 정치적 사안을 다룬 언어를 표현했다는 이유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예단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우리 헌법의 중차대한 기본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시국선언에 유죄판결을 내린 두 판결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내용들이 있다. 첫째, “시국선언의 내용이 너무 단정적이고 과격하다”라는 것이다. 다른 시국선언을 봐도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다. 유독 선생님들에게만 이런 잣대를 댈 수 있는지 의문이다. 판사가 읽을 때 과격하다 느꼈다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단정적으로 과격하다고 하여 정치적으로 문제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둘째로는 “학생들이 수업이 아니라도 인터넷을 통해 우리 선생님이 선언에 참여했는지 알 수 있으므로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정치적으로 혼란스럽고 휘둘릴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명을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은 맞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그야말로 인터넷을 통해 시국선언에 찬성하는 내용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의견도 접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선생님이 시국선언을 했으니 내가 전적으로 여기에 따라야겠다”고 함부로 판단할 만한 수준도 이미 넘어섰다.

또 교육의 측면에서, 다른 영역이 아닌 교육공무원이라면 학생들에게 장래의 좋은 시민으로서, 정치활동을 하는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시민적 정치를 가르쳐야 할 의무도 있다고 생각한다. 수업시간에 교과서로 가르치지 않는다 해도 선생님이 직접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학생들이 보고 ‘아, 정치적 의사표현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라는 중요한 학습의 도구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국선언이 갖는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는 대전지법 판결에서 인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사안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시국선언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에서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에만 동조하는 정파적인 내용이다, 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정파적이기 때문에 공익에 반해서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논리는 맞지만, 그것이 정말 정파적인가는 두고 볼 내용이 있다.

전교조가 민주노동당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민주노동당만 이런 주장을 했고 시국선언을 주도했는가. 당시 이런 주장을 어떤 사람들이 행했는가를 자세히 살펴본다면, 정부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이, 물론 민주노동당이나 야당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같은 목소리를 우연한 기회에 내게 된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필요성에 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것을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특정 정치세력에 동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이 다음부터는 교육공무원이나 일반 공무원은 정부정책에 반대되는 내용을 절대 할 수 없다. 왜냐면 다른 특정 세력이 또 이것을 이야기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그것을 통해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야당 편을 들 수밖에 없다고 판단이 되면 일단 교원이나 공무원은 절대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효과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문제가 있는 판단이다.

동훈찬 전교조 정책실장동훈찬 : 다른 이야기를 좀 하겠다. 지금 교직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것의 하나가 수업시간에 교사에게 주어진 자율성이나 독립성, 전문성이 어디까지냐 하는 부분이다. 지금 말한 내용 중에 교사가 수업시간에 해당하는 활동이나 내용을 정치적인 행위로 보느냐 아니냐는 상당히 자의적일 수 있다.

제가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어떤 문제집에 나온 예시문의 경우 그 소설가가 쓴 내용을 그대로 가르치면 아마 더 무거운 법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수업활동으로서 정치적 중립은 지켜져야 된다. 다만 미세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정치적 중립으로 볼 수 있는가, 특정한 의도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임지봉 : 헌법상의 기본권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필요부득이한 경우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될 수 있다. 과연 교원・공무원의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할까.

동훈찬 : 정치적 자유에 관한 권리도 국민의 기본권이지만 교원・공무원이란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정당가입・선거참여 등은 과도하다 본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여러 자료를 보면 과도한 규제는 우리나라나 일본 정도로 알고 있다. 일본도 새로운 정부가 구성되면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알고 있다.

오히려 이런 논란이 계속되지 않으려면 이러한 논의 계속되지 않으려면 교사들에게는 정당활동이나 선거운동에 대한 부분은 명확히 제한하면서, 표현의 부분은 광범위하게 보장함으로써 음성적인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교사들의 의사 표현을 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는 정부 변화에 따라 교육정책이 크게 바뀌어 왔다. 한해는 인성교육, 올해는 입시교육, 이런 식으로 과도하게 변해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교사들이 교육정책에 대한 개선요구를 할 수 있는 방안이 유일하게 이러한 의사표현밖에 없다. 시국선언의 주요한 내용 역시 앞부분은 현 정부의 독선적 정국운영, 뒷부분의 그런 정책의 하나인 교육정책 부분을 변화시켜 달라는 요구였다.

장철준 :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도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헌법의 요건에 맞게 제한을 하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필요최소한의 한도에서 아까 말한 세 가지 이유가 있을 때, 비례원칙에 맞게 제한해야 한다. 유죄판결을 내린 판결문을 읽어보면, 이대로 한다면 교원단체나 공무원노조가 집단적으로 하는 정치와 관련이 돼있는 발언은 모두 금지되게 된다. 이것은 필요최소한도의 제한이 아니다. 이것은 아예 못하게 하는 것으로 헌법에서 불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잘못됐다는 것이다.

인천지법에서는 아예 말을 하지 않고 있다. 교원단체나 공무원은 “단정적이고 과격하지 않은 언사로 가장 신중히 행사되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이 ‘신중히 행하는 언사’가 어떤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다. 홍성판결에서 약간 구체화하고 있다. “교사집단이 자신들의 전문분야인 교육문제와 교육정책 수립에 있어서 이론적・실제적인 검토를 거쳐 정부정책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려는 취지로 입법공청회, 정책토론회, 학회, 기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방식과 절차를 취하여 집단적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시국선언을 했기 때문에 위법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공무원 교사집단은 입법공청회, 정책토론회, 학회, 그리고 뭔진 모르겠으나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방식과 절차’에 의한 의사표현만 가능하다라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정책토론회나 입법공청회는 오히려 순수하게 표현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지나서 정치과정에 더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이라 볼 수도 있다. 소위 순수하게 자기 생각을 외부로 표현하는 것은 못 하게 규제하고 직접적 정치활동이라 할 수 있는 입법공청회나 정책토론회는 괜찮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판단이 아닐까.

이렇게 판결한 판사들께서 전교조의 배후의도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정치적 측면에서 우리 정부가 이런 잘못을 하고 있다고 말을 하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정부에 대한 항의라는 절차이고, 이를 완전히 못하게 하는 방법은 절대 써서는 안 된다. 헌법에서 불허하는 절차는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제 입장이다. 시국선언을 처벌하는 논리, 이해관계가 첨예한 부분에서 정파적이어서 공익을 해한다, 등등을 따른다면 교직원 단체나 공무원단체는 절대 표현을 하지 못할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에 과도한 제한이며, 헌법에서 용인하지 않는 제한이다.

동훈찬 : 일관성이 없다고 생각이 든다. 저희 단체도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낸다. 성명서의 내용을 보면 이 시국선언보다 훨씬 더 과격하거나, 어느 한쪽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시국선언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리 양보를 한다해도, 의도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예단하지 않으면 자체의 내용만 가지고는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임지봉 교수임지봉 : 마지막으로 각자 이야기를 정리해 달라.

동훈찬 : 시국선언이 문제가 되었을 때, 교과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근로조건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을 시국선언이란 방식으로 의사표현 했다. 당시 고민도 많았다. 현 정부가 이 시국선언에 대해 강한 탄압을 할 것 예상이 예상이 됐다.

현재 이 시국선언으로 인해 우리에게 불리하기도 하지만 폭넓게 보면 국민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를 지켜나가는 나름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법원 판결에서도 정부가 제약하는 조건보다는, 국민의 기본권이 확장되고 서로 자율적으로 조정해나가는 사회시스템이 되도록 이후의 판결이 나왔으면 좋겠다.

장철준 :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일련의 사건이 벌어졌다. 미네르바 사건이라든지 정부에서 제한을 가하는 일들이 있었다. 말을 하고 공적인 광장에서 표현을 한다는 것에 넓은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특히 정부의 경우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공적인 차원에서 의견표현이 만약 헌법이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제한되게 되면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설령 정부의 입장에서 쓴소리가 들리더라도 공적인 광장에 같이 가서 자기네들도 의사표현을 하면 되는 것이다.

자유로운 표현이라는 개념은, 서양의 지성사 측면에서 봤을 때 오히려 보수를 대변하는 쪽에서 조건가감 없이 ‘사상의 자유시장’이라는 개념을 통해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장려하는 입장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수를 지향한다는 분들이 표현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것은 모순된 태도이다. 오히려 북돋고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야. 두렵다고 막기 시작하면 우리 민주주의 발전에 후퇴가 올 것이고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전주지법 판결에서 표현의 자유 측면에 천착해 판결하고 있는데, 교원노조의 정치성이나 집단행위 금지 측면으로만 바라보고 한편으로 판결할 것이 아니라 기본권 측면을 반드시 고려한 판결 나와야 한다. 그런 논증이 앞으로 계속되어야 한다.

임지봉 : 오늘 우리가 분석한 네 개의 판결은 모두 지방법원의 1심판결이다. 앞으로 2심, 3심으로 가면서 판결은 달라질 수도 있고, 이 사건들이 비슷한 논점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병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판사들은 달리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법의 해석과 적용이라는 것이 원래 정답이 없다. 법관이 보는 각도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심급제도를 두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같은 전교조 시국선언이라 해도 구체적 사실관계 다를 수도 있을 것이므로 어느 한쪽이 잘못됐다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오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죄 판결한 사건들은 교원이기 이전에 국민으로서 표현의 자유 향유를 바라본 것이 특징이라면, 유죄 판결에서는 이보다는 몇 가지 예단이라든지, 정치적 의도에 대한 치밀한 논증은 떨어지는 점이 있었다고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긴 시간 토론에 임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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