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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6월
  • 2019.05.30
  • 590

아카데미느티나무 10주년 기획 - 시민교육 현장의 소리 5

친구와 스승을 만나는 느티나무

 

글. 주은경 아카데미느티나무 원장

 

 

봄 학기 <한국 노인돌봄 정책의 현주소> 수업이 있던 날. 그날도 시작하며 한 시민이 준비한 시를 소리 내 읽는다. 

 

환갑을 넘은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문인수 <쉬> 중에서 

 

시를 읽는 시간은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왔는지, 강사와 시민들이 마음의 공감대를 함께 확인하는 시간이다. 

부모를 돌보면서 고민이 생긴 3~40대, 부모의 마지막 길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며 공부하려는 5~60대, 스스로 노년의 삶을 새롭게 만들려 하는 70대 등 다양한 동기로 모인 20여 명의 사람들. 강의를 들은 후 4~5명씩 둘러앉는다. 새롭게 다가온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15분 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그 다음 모두가 모여 앉는다. 

 

“어머니가 오래 고생하셨어요. 요양원 갈 때마다 우울했어요.” 

“용산구청은 치매안심마을을 용산구에 지어야지, 왜 멀리 경기도 양주에 짓나요?” 

“왜 우리나라는 요양시설을 공공에서 운영하지 않고 민간에 위탁하나요?” 

 

우리 사회가 아픔과 죽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생각이 깊어지는 시간이다. 이렇게 한시간 넘게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눴던 그날 강사는 떠나면서 내게 말했다.

 

“분위기가 참 편안하고 따뜻하네요.”  

 

<키워드로 이해하는 재벌중심 한국경제> 강좌 역시 그룹 토론을 한 후 강사와의 질의응답 시간을 진행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듣고 내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몰랐던 것이 명료해진다. “내 생각이 맞나요?” 하며 수강자가 강사에게 칠판에 쓰면서 물어보기도 한다. 웃음이 터진다.  

 

강사에게 배우는 것 이상으로 때로는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경험에서 배움을 얻는다. 이럴 때 우리는 서로에게 스승이고 교사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6월호 (통권 266호)

한 수강생이 강사에게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서로 배우는 유쾌한 대화 - 민주주의의 경험

사실 진행자는 늘 고민한다. 소그룹 토론을 진행해도 좋을까? 거북해 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물론 인원이 많거나 강사와 직접 질문 시간을 더 많이 원하는 분위기에서는 모두 함께 질문하고 강사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15명 이하라면 가급적 소수의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경험을 하도록 노력한다. 왜?  

 

초중고는 물론 대학교에서도 대화를 통한 학습경험이 거의 없는 한국사회. 대다수 국민은 물론이고 느티나무를 찾는 시민들도 지식 전달식 교육에 익숙하다. 그러나 사회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시민교육의 장에서도 그런 방식이 옳을까? 강사는 강의를 하고 수강자는 듣기만 하다가 형식적인 몇마디 질문과 대답으로 끝나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적인 교육방식일까?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처음 만난 사람들. 강의를 듣고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자기 생각과 이야기를 하는 경험은 공적인 경험이고, 민주주의의 경험이다. 3~4명이 단 15분이라도 눈을 맞추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면 즐거움과 유쾌함이 흐른다. 낯선 이에게도 긴장과 경계를 풀고 이야기할 수 있다. 처음엔 옆사람과 눈마주치는 것도 싫어하던 사람들도 한 번 두 번 생각과 의문을 나누다 보면 생기가 돈다.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가 처음부터 이런 분위기였던 것은 아니다. “강의 듣는 것도 벅찬데, 왜 이렇게 귀찮게 하는가” 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말 한마디 안하는 사람도 있다. 전달 중심의 강의를 선호하는 강사도 있다. 물론 그러한 의사는 존중한다. 상황과 요구에 따라 그 수위를 조절한다.

 

함께 만드는 환대의 공간, 새 친구를 만난다

느티나무에서 간식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간식을 준비해야 할까?” 지금은 우습게 들리겠지만 이것은 느티나무 초기 2~3년 동안 중요한 토론주제였다. 시민교육 공간에서 교육 내용이 중요하지 간식같은 부수적인 것에 왜 에너지를 써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참여하는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답은 간단하다. 퇴근하고 오후 7시 강의 시간을 맞춰오기도 힘든데 식사를 하고 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집에 가면 밤 10-11시. 간혹 빵을 사와서 혼자 강의장에서 먹는 분도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간식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간식은 꼭 준비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6월호 (통권 266호)

느티나무의 간식. 함께 준비하는 간식은 유쾌한 환대의 상징이다 

 

그후 간식은 느티나무의 중요한 문화가 되었다. 사람이 많은 강의 중심 강좌는 주로 느티나무 실무진이 준비하고, 워크숍과 독서서클은 참여한 시민들이 함께 준비한다. 김밥을 기본으로 만두, 빵, 무화과, 귤, 때로는 피자와 맥주 와인까지. 음식을 함께 준비하고 먹는 시간, 여기에는 함께 만드는 환대의 기쁨이 있다. 간식뿐 아니라, 책상과 의자 정리, 사용한 컵 씻기 등 뒷정리도 함께 한다.    

 

이것은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함께 강의를 듣고, 독서서클을 하고, 토론모임을 하고, 답사를 하고,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느티나무의 시민들은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 오랜 친구, 아주 가까운 친구와는 분명 다르다.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도 배려하고 존중하는 친구관계. 직업이 뭔지, 나이가 몇 살인지, 결혼을 했는지, 자식이 있는지 묻지 않는다. 나이와 관계없이 존댓말을 사용한다. 

 

“예전엔 유명 강사 찾아 여기 저기 강의를 들으러 다녔어요. 그런데 지금은 느티나무에서 만난 친구들이 어떤 강의를 듣나 알아보게 돼요.”

“사실 강의 주제도 관심있지만, 이 사람들 보고 싶어서 와요.”

 

지치고 숨가쁜 생활. 나의 성장, 사회의 변화를 위해 서로 지지해주는 배움과 놀이의 공간이 필요하다면, 존중하며 연대하는 친구가 필요하다면, 여기 즐거운 배움의 공동체,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가 있다. 손잡고 더불어 이 공간을 키워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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