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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명절을 쇠러 떠나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 연휴가 끝나고 나면 밀양에서는 다시 송전탑 건설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반쪽짜리 진실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그 사이 정부와 한전은 공사강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밀양의 어르신들은 또 한번의 싸움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이번 싸움은 또 언제까지 이어질지...알 수가 없습니다.

 

 지난 8월 말, 참여연대 청년행동기획단과 청년인턴 12기가 함께 밀양송전탑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부랴부랴 꾸려진 청년행동기획단이 그 첫 프로젝트로 밀양 송전탑 현장 방문을 정한 건, 

 용역들을 막기위한 밀양 어르신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담은 현장 영상에 

 외출만 하면 어딜가든 스마트폰 충전할 곳부터 먼저 찾는 우리 각자의 모습이 겹쳐보였기 때문입니다.

 

 짧은 준비기간 탓에 어르신들 얼굴만 뵙고, 챙겨간 것 없이 오히려 받아오기만 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고민이 깊어갑니다.

 

20130824_청년행동기획단 밀양 방문 (5)

20130824_청년행동기획단 밀양 방문 (4)

20130824_청년행동기획단 밀양 방문 (6)

@ 저희가 드릴 건 없고, 급하게 작은 노래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많이 어설펐지만 밝게 웃어주신 어르신들 덕분에 마음이 좋았습니다.^^

 

 나의 밀양송전탑 현장 방문 이야기 _ 참여연대 청년인턴 12기 설지혜


송전탑 건설 반대 농성에 대해 처음 접했던 2012년의 나는 그것이 대충 '자연을 지키자'는 식의 주장이라 넘겨 생각했고, 나는 잘 모르기에 불편하다는 마음으로 사건을 흘려보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참여연대 12기 인턴 오리엔테이션을 밀양에서 가진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약간 주저되는 마음도 있던 한편으로 제대로 알아볼 기회라고 생각되어 반갑기도 하였다.


  밀양에 방문하기 하루 전,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 현장 방문을 기획했던 청년연수 팀의 진행으로 밀양 송전탑 문제에 대한 쟁점과 반대 투쟁의 진행과정에 대한 사전학습을 하였다. 하나씩 나눠 받은 작은 녹색 책자에는 송전탑 설치로 야기될 주민들의 건강상의 우려, 특히나 76만5천 볼트라는 초고압 송전탑이 암 발생율을 4배 이상 높히고 백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 그리고 송전탑이 뿜는 전자파의 영향 아래의 지역에서는 동물들의 번식뿐만 아니라 농작물의 수정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 새로 설치될 원자력이 공급한 전력의 직접적인 수급자는 밀양 송전탑 설치로 말미암아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그 주민들이 아니라는 내용, 이 투쟁이 주민들의 삶을 위협한 채 8년동안 지속되고 있다는 내용도 알 수 있었다. 이어서 시청하게 된 송전탑 반대 시위 촬영 현장의 격렬한 모습은 생존권과 행복추구권, 그리고 그렇게 주류 논리로 사용되던 재산권마저 국가 혹은 자본의 권력에 의해 무시되고 가벼운 것으로 치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한 촌부의 모습으로 국가가 고용한 용역과 산중에서 몸싸움을 하는 영상은 우리의 연대의 마음을 전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했다. 그렇게 인턴 오티로 별 생각 없이 인사나 하러 모였던 우리들은, 밀양 촛불집회 현장의 어르신들께 드릴 지지 플랑에 적을 말들을 고안하고 연대의 의미로 불러드릴 노래를 연습하며 밀양에서 할 일을 준비했다.

  

다음날 우리는 승합차를 타고 밀양으로 향했다. 밀양역에서 부북면에 있는 농성장까지 가는 길 곳곳에는 밀양 송전탑과 관련된 플랑들이 걸려있었다. 밀양에 들어설 송전탑은 길가의 전봇대(22.9kv)나 산중턱의 송전탑(154kv)과는 차원이 다른 765kv 초고압임을 알리며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플랑에서부터,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자들', '보상금을 받아들여라'는 내용의 '반대를 반대하는' 플랑까지 줄을 잇고 있었다. 차창 밖의 그것들을 이리저리 읽으며 밀양 송전탑 건설로 고조된 지역내 갈등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꼬불꼬불한 길을 차를 타고도 한참을 올라가자 비스듬한 비탈길에 선반마냥 얹혀있는 천막이 나타났다. 거기서 우리는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를 8년째 해오고 계신 어르신 몇분을 만났다.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모임의 공동 대표자라고 밝히신 주민분께서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각종 언론이나 여론에서 몰고가는 ,'지역 이기주의 이를테면 님비현상이다'라던가 '보상금을 높게 책정받기 위한 수작이다' '투쟁의 주체가 외부세력이다'라는 말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셨다.


  나의 모자란 생각에 반하여 놀라웠던 것 한 가지는 주민분들이 그들이 지켜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정확히 잘 알고 계신다는 사실이었다. 말씀하시길 우리와 같은 연대의 만남이 이어지자, 그분들도 본인들이 처한 상황에 이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공감과 지지의 이해가 생겨났다고. 그러한 고마움과 연대의 마음으로 희망버스 현장에도 방문하셨다고 하셨다. 시작은 송전탑 건설 반대였지만 지금은 한국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더 나아가 비핵, 탈핵과 같은 보다 일반적인 의제에도 지지하신다고 말씀하는 것을 보면서  웃기게도 나는 너무나 안심이 들었다. 그것은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촌부의 강한 모습이었으니까. 우리는 다시 밀양 시내로 내려가 저녁을 먹고 뭉클한 마음으로 밀양 촛불집회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분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것에 비해서는 지극히 약소하나마, 그래도 이 마음만큼은 전해져 다시 그들의 힘이 되길 바라면서.


  밀양에서 돌아온지 몇주가 지났지만, 나는 지금도 밀양에서의 몇몇 장면들, 몇몇 분들의 얼굴이 아주 선명하게 떠오른다. 우리는 더 밀려날 곳이 없기에 이 투쟁을 지속할 수 있었다는 말, 그리고 이 밀양 송전탑 문제를 통해 우리도 많이 배우고 있다는 말. 애초에 우리의 힘을 전하러 가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던 밀양 촛불집회는 오히려 내게 또 다른 영감을 불러일으켜준 곳이 되었다. 그곳은 지금 생각해도 신통방통할 정도로 확장된 연대의 힘을 나누는 장소였다. 밀양 촛불 집회 자리는 무척 진지했지만 동시에 유쾌했다. 어르신들은 너나할 것 없이 권력의 압박에 유머러스하게 대응하면서 서로서로를 격려했다. 아직 끝난 것도, 끝이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지난 8년의 버팀과 저항의 경험은 그들에게 앞으로도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다 준 것 같았다. 우리는 흔히 운동의 동력을 청년의 '젊은 피'에서 찾으며, 반사적으로 어르신들을 그 운동에 대립되는 무엇인가로 파악하는 선입견에 쉽사리 매몰되곤 한다. 그러나 밀양에서의 경험은 나의 묵은 선입견을 흔드는 하나의 계기였다. 배움은 우리가 살아있는 한에서 결코 끝나는 것이 아니요, 우리네 삶이란 끝나기 전까지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운동이란 또한 다름아닌 우리 삶의 운동이니, 계기만 주어진다면 노인 역시도 충분히 당당한 운동의 주체로 설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젊은 활력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노인의 연륜에서만이 제공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희망을 바로 그곳, 밀양에서 보았다는 점에서, "노인이 희망이다." 우리의 운동은 멈추지 않는다.


 

20130824_청년행동기획단 밀양 방문 (1)

 

청년들의 밀양 송전탑 현장 방문을 기획하며 _ 박유하 참여연대 청년행동기획단

 

청년행동단 준비 1차 회의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밀양 탐방 기획과정을 돌아보려니 감회가 새롭다.

이 조직의 성격과 구성원은 청년연수 참가자와 전 기수 인턴들, 농활대, 청년모임을 거쳐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맨 처음  ‘알 수 없는 농활대’가  ‘알 수 없는 청년모임’으로 이름을 바꾼 직접적인 이유는 알아본 결과 농활이 어려울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농활을 머릿속에 그리고 참여했던 사람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역과 컨셉부터 다시 짜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했지만 애초 일정에서 하루가 줄어든 1박 2일 밀양행이 결정되었다.

그 이후로도 세부 일정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교통편이나 숙소는 어떤 형태가 가장 적합할 것인지 등 모든 사항이 촉박한 일정 안에서 계속 바뀌었다. 원인은 주로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거나,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거나 하는 것들이었다. 현지에 있는 다른 단체와의 입장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기획을 시작했을 때 마창진(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이라는 단체가 캠핑 프로그램을 이미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는 마을회관을 빌려 쓰고 싶었지만 그쪽 간사님께선 텐트를 치고 농성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를 원하셨고, 인턴 OT를 겸하는 점과 다음날 일정 등을 고려해 옆 면에 숙소를 따로 예약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초반부터 수많은 변수가 나왔고 그것들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대화와 회의가 이어지는 사이, 이번 기획이 올 8월에 내가 했던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준비 단계부터 실제 행동에서까지 소감과 비판할 점이 끊임없이 오갔고 뭔가 확실히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대다수 사람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그 다음주 주말에 평가회를 열어 밀양 기획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는 것으로 청년행동단의 첫 사업은 막을 내렸다.

기획단장이었던 내게 무엇보다 의미가 컸던 부분은, 이 정도 예산이 들어가는데다 백지상태에서 온전히 협업으로만 쌓아 올려야 하는 기획이 처음이었다는 점이다.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는 성향이 없잖아 있던 내가 대화와 조율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것이다. 기획 후반에 늘 마음에 새겨두고 있던  ‘Nobody stands alone’이라는 문구 하나로 소감을 마무리하고, 이제부터는 새로운 일들에 집중하기 위해 앞을 내다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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