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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회원모임
작성자
산사랑♡박상규
작성일
2004-06-15 19:07
조회
1316






지리산은 많은 책과 드라마의 배경이 되었고, 왠지모를 신비함과 아픔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곳이라 생각된다. 그 곳을 처음으로 가게되는 나는 설레임과 기대감을 안고 동서울 고속버스 터미널 (2호선 강변역)에 도착했다.



오후7시 동서울 터미널-함양경유-지리산 백무동 행 버스에 우리 회원12명은 올랐다.

김정옥 선생님께서 직접 만들어 오신, 김밥으로 차내에서 간단한 식사를 했다. ((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



'전인권도 달았고 / 인순이 라이프~"라고 광고하는 위성수신 접시를 갖춘 버스는 달리는 차속에서도 아주 선명한 화면을 보여주고 있었다.((신기했다)) 지리산에 가까워질 무렵 ,TV에서는 1987년6월

"박종철"에 관한 프로가 나오고 있었다. 시간은 참으로 빨리도 흘러 벌써 많은 시간을

지나왔구나. '탁치니 억하고...' 그 시대 상황에서 진실을 말했던 부검의.행동했던 많은 시민들의 용기를 생각해 본다. 나라면 그럴수 있었을까?



박종철이 좋아했다던 '그날이 오면' 노래가 들려온다.

" 한 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 내형제 빛나는 두 눈에 뜨거운 눈물들

한 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곳

그 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 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



함양에서 대부분의 승객이 내리고 우리회원외 1명만 실은 버스는. 어두워진 시골길을 돌아서

지리산 백무동에 도착했다. (오후 11시) . 조금 걸으니 민박집에 도착한다. 방에 베낭을 옮기고

코펠과 버너를 꺼내 내일 아침을 위해 쌀을 씻어놓고. 전화로 미리 예약해 놓은 ,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닭도리탕으로 민박집 마당 식탁에 앉아 식사를 했다. 취침



12일 새벽5시. 눈이 떠진다. 벌써 많은 분들이 일어 나셨다. 김치 참치 찌게를 장주연 선생님이

맛있게 끓여 놓았다. 준배해온 반찬들과 같이 이른 아침을 먹는다. 한참을 걷기 위해서라면 배가

든든해야 되리라. 세그릇 정도를 비운후 포만감에 만족해하며 출발을 위해 짐을 다시 꾸리고

지리산 앞으로 출발이다.



김재항 선생님, 김진국 대장님의 베낭은 크기에서 다른 사람들의 그것을 압도한다. 무게도 만만치 않으리... 남은미 선생님의 가방도 장난이 아니다. 내 베낭이 작다는 이유로 몇몇 회원분들에게 무거움을

떠넘겨 드려 죄송했다. 공동의 식사와 안전을 위한 준비물과 짐들을 말없이 꾸려 넣어 챙겨주신. 그 배려와 보다 무거울 수 밖에 없었던 발걸음에. 죄송스럽고 또한 감사하다.



예정보다 늦은 오전6시40분경 민박집을 나선다.

매표소를 지나 장터목산장을 목표로 걷는다. 10 여분 정도 걸으니. 잠을 몇시간 못잔 피로 때문인지

무척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아흐! 나는 왜 이런 무거운 베낭과 함께 힘든 길을 오르는 걸까? 후회막심

지리산을 만나겠다는 기대감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전... 산행을 신청한 내가 미워진다...

등산로에는 왜이리 크고 작은 돌들이 많아 발 디딛기가 불편하던지.. 땅을 밟고 싶다는 장주연 선생님의 푸념도 들린다.



계속 뒤처지다가는 일행과 떨어질수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에 , 평소 스타일과 다르게 은근슬쩍 선두그룹을 뒤따라 간다. 무거운 베낭을 지고 빠른 발걸음으로 계속 올라가는 남은미 선생님.... 뭔 체력이 저리 좋을까나? (산삼물을 끓여 드셨나? - 이해숙 선생님 말씀) . 한시간여 지나니 무슨샘이 나온다.

물을 마시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아까의 마음은 다시 바뀌어 . 산이 아름답게 보이고 공기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역시 지리산에 오기를 잘했다.



계속 되는 오르막을 오르고 또 올라 장터목 산장에 도착했다. ((이쯤에서 쉬어 가겠지...)) 그러나,

기대를 저버리고 다음 목적지인 천왕봉으로 일행은 향한다. 제석봉 고사목이 눈에 들어온다. 안내판에는 울창한 삼림이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50여년전 벌목과 화재로 황폐화 되었다고 말한다. 발아래로

겹겹의 푸른 산들이 보인다. 고사목 무리는 텔레비젼 배경화면으로 많이 나왔던것 같다.



다른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여명의 눈동자'에서 최대치인가 박상원인가 동료를 끌어안고 마지막 대사를 날리던 바로 그 곳인것 같은 나만의 생각이 든다. 뒤에서 헤메는 나를 염려하며 제일 앞에서 앞장서 가라고 말한다. 조기 앞에 보이는 천왕봉을 바라보며 또 앞으로.



다 올라왔다. 11시 5분경.

지리산 표시석에서 사진을 찍고. 정상주를 간단히 마시니. 배가 고파온다.

다시 열심히 장터목 산장으로 향한다. 이제 힘들지 않다. 천왕봉을 오른 성취감에 뿌듯하다.

항상 힘겨운것 만도 아니고 매일 즐거울수 많도 없으리. 굽이굽이 처럼 그런 기복이 있는듯

조금은 여유롭게 우리 일행들과 중간중간 사진을 찍으며 장터목에 도착했다.



계곡에서 '가스'라고 불리는 안개가 올라와 주변이 흐려졌다. 바람도 제법 쌀쌀하다.

긴옷을 껴입고 , 아침에 쌓온 밥과 같이 라면을 먹는다. "감사했다!" 라면을 만드신 그 분께...

환상적인 맛 이다. 이선노 선생님께서 한 말씀 하신다. 나의 게걸스러운 식탐에. 그러나 산행내내

일관되게 유지해온 엄청난 먹성을 자제할 수 없었다.



쌀쌀한 기운을 느끼며 오늘의 숙박지인 세석 대피소로 떠난다. 이제 아까처럼 빨리 걷지는 않았다.

시간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산행로 옆에 벼락을 맞은 주목이 텅빈 속내를 드러내며 서있다. 제법 큰키의 나무였지만 벼락때문에 죽어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 한쪽 옆 부분은 색깔이 다르다. 신기하게도 , 생명의 끈질김을 보여주며 새로운 가지와 푸른 잎을 뻗어내고 있었다. 나무의 90% 정도는 메마르게 죽어있지만 나머지 부분의 다시 생명을 간직하고 있었다. 다시 멋지게 하나의 나무로 자라기를

기원하며 한참을 바라보고 또 바라 보았다. 많은 회원들의 시간을 빼앗은 나무였다.



촛대봉을 지나 세석대피소를 향해 설렁설렁 내려갔다. 세계적으로 지리산에만 자생한다는 구상나무에 관한 설명도 읽어보고 진달래(참꽃)와 철쭉(개꽃)에 관한 구분도 보았다. 세석평전 부근을 자연 탐방로라 하여 많은 설명 안내판을 갖춰 놓았다.



이번 산행중에 가장 부러운 회원이 있었는데. 다름아닌 김정옥&석락희 선생님 내외분과 장주연&김진국 산악대장님 커플이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이렇게 좋은 지리산에서도 같이하니 어찌 선망의 대상이 아닐까? 석락희 선생님 내외분은 게다가 마라톤도 함께 하신다.

이러한 질투심을 느끼고 있었는데... 김정옥 선생님 내외분은 침낭을 준비하지 못하셨다는 핑계겸 이유로 먼저 산을 내려 가셨다. 두분만의 오붓한 시간이 떠오를수록 부러움은 점점 커졌다. 석락희 선생님!

참 보기 좋은 다정한 한쌍 이십니다.



초원위에 한 폭의 그림같이 위치한 , 우리의 잠자리인 세석대피소 에서는 오늘의 예약이 끝났으니

더 늦기전에 서둘러 하산하라고 등산객들을 위한 안내 방송을 수차례하였지만. 사람들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대부분 침낭과 메트와 일부 등산 그룹들은 김장용 비닐 비슷한 큰 침낭덮게등 많은 준비를 한 탓도 있으리라. 예약이 되었건말건 이미 , '비박'이라고 일컬어지는 '한데 잠'을 굳게 작심한것으로

보인다.



다른 많은 준비물 때문에 미처 챙기오지 못한 침낭 때문에 남은미 선생님이 걱정이다.

이번 산행의 히트제조기.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며 일행들을 재미난 유머로 힘겨움을 줄여주신 이창훈 선생님도 침낭이 없단다. '설마 침낭이 필요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갖고 오지않은 나는

시간이 슬슬 지나자 걱정이 된다. 밥도 먹고 피곤함과 포만감으로 졸음도 오는데 어찌 이 긴긴밤을

충분한 장비없이 비박을 하리오. 나의 무지에 스스로 원망을 하게 된다.



이미 하산하기에는 늦다고 판단되는 시간, '하산 권유 선무 방송'을 중단한 대피소 측은. 이제

제한된 잠자리를 배정하느라 분주하다. 아싸~ 이 와중에 옆 등산객의 대화내용을 통해 입수한

정보로 장주연 선생님이 , 고마운 그 팀으로 부터 숙박권 3장을 확보 했다. 그러나 남자용이란다.

내심 나는 해결되었기에 기뻤지만. 어찌 남은미 선생님이 걱정되지 않으리.



다행히 합리적이고 젠틀한 우리의 국립공원 측은 . 어린이->여성->60대이상 남성-> 50대 남성->

40대 남성을 끝으로 잠자리를 배정해 주었다. 이제 잠잘 걱정은 끝났다. 오 해피~~



그렇다 . 아직도 긴긴밤을 지내기 위해. 회원간의 이야기꽃을 피우며 산행의 의미를 더욱 보람되게 하는 시간을 위해 부득불 필요하게 되는 것이 있었으니. [술] 이었다.

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우리 산사랑 이지만. 이러한 종류의 행사에는 필수불가결한 것이거늘...

왜 그리 가벼이 여겼었는지... 준비하라는 지침을 받았지만 황망중에 무시되어지고. 오히려 넉넉히

준비되었던 김진국 대장의 그 것을 소비하는데 앞장섰다니... 자책의 아픔이 가슴을 긁어왔다.



특히나 강렬한 바램의 눈빛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어디선가에서 협찬 받은 소주 한컵을 중앙에 놓고비장하게 앉아있던 그 두분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한다. 여러번에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 후에 ,초연히

현실을 인정하며. 빙둘러앉아 쓸쓸히 얘기하며 우리의 밤을 시작했다. 마른 오징어포를 소주에 담갔다

먹으며 (( 10초 이상 오징어포 잠수 철저 제한 )), 투명컵이 아니라는 아쉬움 속에 견제의 눈길로 스텐컵을 돌리며 ,우리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12일 밤을 지새고 있었다.



사물이 장소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이름이 밝혀지기를 거부하는 모회원은 내일 소주에 밥을 말아 먹을거라는 둥 (( 그 다음날 실제로 그런것 같다. 박 모 상 X )), 술이 이빨에 흡수되어 미쳐 넘기지 못했다는 둥...



아~ 하늘은 무심치 않아. 사회는 각박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이는 듯. 우리의 은근한 압박을.자애롭게 지켜보던 옆 팀의 여자천사로 부터 지원이 있었고. 남은미 선생님의 엄청난 도움으로 우리는 제법 넉넉한 소주를 확보하게 되었다. 무사히 우리들의 마지막 지리산에서의 밤은 화기애애하게 끝맺음 할 수 있었다.



10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김진국대장 장주연 선생님 김재항 선생님 김성운 선생님 이렇게 4분은 바깥에서 침낭과 함께 잊지못할 야영을 하였으며,나머지 일행은 대피소에서 잠을 청했다.



13일 오전 여덟시에 기상하여, 든든히 아침을 먹은 후. 어제의 에피소드를 다시 말하며

우린 세석대피소 계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백무동을 향해 하산했다. 내리막길이 계속되어지만

어제보다 힘겨운 일정은 아니었다. 쉬었다가 가고 급할것 없이 내려갔다.









알맞은 연못가에서 한 참동안 물놀이를 하였다. 한길 정도 될듯한 작은 연못에 김성운 선생님이

먼저 온 몸을 담가 그 깊이를 재어보았고, 뒤따라 박상규도 몸을 담가봤다. 그러나 잠시 갑작스레

찬기운을 느껴서인지 머리가 심하게 아파 바로 나왔다. 물장난도 치고 ,누가 찬물에서 오래 버티나

내기고 하고.. 정말 부러울게 없는 편안한 시간을 갖았다.



내려가는 도중 만나게되는 힘겨이 올라오는 산행객들에게서 때로는 상대적으로 위안을 느낀다.

그러한 시선을 눈치채었는지 , 중년의 등산객은 우리에게 여유로운 표정으로 멋진 대사를 말하신다.

"우리도 내려 올때가 있겠지요..."



하산길 중간중간 큰 바위들도 바라보고. 진녹색의 큰 연못을 보면 용이 나올것 같다는 생각도 하며,

우리는 아쉬운 지리산 일정을 여유롭게 마무리하며 민박집으로 내려왔다.



하산해서 짐정리와 세면을 하는 사이, 즐거운 데이트를 마치고 다시 합류하신 김정옥 석락희 선생님 내외분은 모주와 수박을 손에 들고서 우리와 다시 합류하였고 이선노선생님 협찬의 회와 . 멋진 불판위에서 구워진 흙돼지로 식사를 하였다. 물론 어제 우리가 새삼 다르게 생각했던 "소주"도 함께 였다.

우리는 즐겁고 건강한 지리산 산행이었음을 자축하며. 자리를 마무리하고 오후4시 버스에 올라

막힘없이 8시에 서울에 도착하였다.



잊지못할 시간이었습니다.

회원 각자의 배려와 힘을 모았기에 보람찬 산행이 되었습니다.

가족같은 우리 산사랑 회원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또 산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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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산행이 될수 있도록 한참 전부터 버스 예약 , 음식물 준비. 민박집 섭외 등등 말할 필요없이 젤로 고생하신 장주연 김진국 대장님 내외분, 언제나 넉넉한 미소의 아름다움 이해숙 선생님.

잘 챙겨주시고 힘든것을 마다하지 않으셨던 남은미 선생님, 가끔씩 날카로운 유머를 날리시며 우리를 즐거이 해주시는 연신내 불도져 - 이선노 선생님, 듬직한 형님같은 멋쟁이 칼있수마 김성운 선생님,

산이면 산. 등산장비면 등산장비. 용도 성질 가격 유래 등등 해박한 지식의 전문 산악인 김재항 선생님. 준비된 유머러스 진정한 서울 표준말을 구사할 수도 있을것 같은 울진 사나이 이창훈 선생님

다정하고 부드러운 미소속에 내재된 강인한 모습의 조창성 선생님



> - 총 12명

석락희 김정옥 선생님 내외분, 이해숙 선생님,남은미 선생님,김성운 선생님,김재항 선생님 (김성운 선생님 동서),이선노 선생님 ,조창성 선생님,김진국 장주연 등반대장 내외분.이창훈(김진국 대장 동서) 박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