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19-11-22   1735

[의감록] ④ 헌법이 지향하는 국회의 모습 찾기

‘국회’하면 국민 신뢰도 꼴찌, 걸핏하면 싸우는 모습, “국회 문 닫아라” 등이 떠오릅니다. 이러한 국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불신, 무관심은 국회가 내 삶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경험, 정치 참여로 인한 효능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회가 밉다고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니 국회가 일을 잘하게 만드는 것은 유권자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창립 순간부터 의정감시 활동을 해온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국회가 국회답게,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의감록’(議監錄)을 연재합니다.

 

* 본 칼럼은 10월 3일부터 격주 목요일에 <the300>에 게재됩니다.

 

 

우리 대한국민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며(대한민국 헌법 전문 中) 헌법을 만들어 대한민국의 모든 질서를 헌법에 기속시키기로 약속했다. 헌법은 국가에게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헌법 제10조)를 부여하며 이를 위하여 국가의 권력이 남용되지 못하도록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국가기관의 기능을 분산시켜 두었다.

 

헌법은 모든 국가기관 중 국회를 가장 먼저 규정한다. 과거 헌법의 암흑기였던 1972년 유신헌법에서 잠시 통일주체국민회의와 대통령에 그 앞자리를 내어준 적이 있지만 곧 제자리를 찾아 헌법 통치구조편의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국회는 우리의 자유와 권리가 정당하게 제한당하는 유일한 수단인 ‘법률’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입법기관이며 우리가 선출하여 우리를 대표하는 대의기관이자 다른 모든 국가기관을 통제하는 통제기관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이 입법기관이자 대의기관이며 통제기관이라고 선언한 국회의 위상은 현대 사회에서 한없이 초라하다. 슈퍼행정국가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정부입법이 활성화되고 구체적인 규율은 위임입법화 되면서 국회는 입법부가 아닌 통법부(通法部)로 전락했고, 국회의 의사결정은 자유위임으로 하겠다는 헌법원칙에도 불구하고 정당국가화 현상에 의해 국회의원들은 소속 정당의 방침에 따라 움직인다.

 

국정감사 및 조사를 하고 예산안 심의 및 확정을 하는 등 통제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러한 통제작용조차 국민들에게는 단순한 정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심지어 정부에서 일하는 많은 행정고시 출신 관료들은 국정감사를 귀찮아하지 두려워하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국회는 이미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내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자신들이 시험을 봐서 합격하여 공무원이 된 관료들을 더 신뢰하는 문화마저 감지된다. 공무원연금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이 없는 사람들도 국회의원 세비와 연금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눈에 쌍심지를 켠다. 국회의원은 나의 대표로서 나의 위임을 받아 나를 위한 일을 하는 존재임에도 꼴 보기 싫은 국회의원들의 얼굴이 뉴스에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헌법이 부여한 입법부로서, 대의기관으로서, 통제기관으로서의 국회가 제 모습을 갖춰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정당국가에서의 당내 민주주의 확보, 국회의 전문성 강화, 국정공개기능의 강화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변화의 시작을 위해 가장 필요한 두 가지를 꼽자면 그것은 의원정수 확대와 국민들의 선거 참여 기회 확대다.

 

국회가 일을 제대로 하는데 의원정수가 무슨 상관이며 일 안하는 국회의원, 품격 없는 국회의원, 대표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국회의원이 그렇게 많은데 거기서 숫자를 더 늘려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오히려 수를 줄여야하는 것은 아닌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대선에 참여하였던 한 유력한 정치인은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겠다는 공약으로 민심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겠다는 것이야말로 국회에 대한 가장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는 국회의원이 미우니까 국회의원을 많이 뽑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미워하는 국회의원 한 명이 지금은 국회 권한의 1/300 이라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 힘을 1/500, 1/600 로 떨어뜨리면 미워하는 국회의원 한사람의 영향력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국회의원이 300명뿐이라서 어느 국감장을 가도 같은 의원이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뉴스에서 보아야 한다. 실제로 국회의원의 수가 너무 적다보니 우리는 상임위원회의 의원 수도 적을 수밖에 없고 각 상임위원회는 12명에서 30명 정도로 구성될 수밖에 없어서(가장 적은 정보위원회가 12명이고 가장 많은 국토교통위원회가 30명이다) 수많은 국가기관을 계속 같은 사람들이 조사하고 감사하게 된다.

 

국회의원이 300명뿐이니 150명이면 다수당이 될 수 있고 100명 정도면 국회 기능을 좌우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정당이 자기 당 국회의원을 내부적으로 통제하기에 너무나 적당한 숫자가 된다. 만일 국회의원 정수가 600명 이상이라서 다수당이 되기 위해서는 30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필요한 상황을 가정하면 아마도 300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이를 정당이 반영하여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내민주주의도 지금보다 활성화 될 수 있다.

 

의원정수를 늘여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생각보다 너무나 크다. 비례대표를 많이 뽑아 전문적인 역량을 가진 국회의원의 숫자가 늘어나면 그 의원들이 적극적인 감시자의 역할을 통해 국회의 통제기능을 살릴 수 있다. 과학자 국회의원 여러 명이 대한민국 과학 정책에 대하여 논의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문 관료들과 함께 정책의 변화를 논하는 과학자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지금의 국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나이가 20대인 청년 국회의원이 여러 명 등원하여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 부재에 대해 질타하는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다. 국회의원이 많아야 가능한 일이다.

 

숫자가 많아지면 국회의원의 특권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많은 수의 국회의원에 비례하여 국회 예산을 한 번에 늘이기 힘들 것이므로 국민들이 그토록 원하는(?) 의원의 세비 축소 및 지원 감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다. 무엇보다 진정한 나의 대표라는 감정적 밀착도 강화될 수 있다. 즉 국회의원의 대표성이 더욱 강화될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하면 국회의원 당선 여부에 유권자 1명의 힘이 더욱 중요해 지게 되고 더 작은 지역구에서 활동하게 되므로 ‘우리 동네 국회의원’이라는 단어가 더 자연스러워 지는 것이다.

 

국민들의 선거참여기회 확대도 중요하다. 지금의 공직선거법은 너무나 많은 규제조항으로 인하여 국민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에 대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기 힘들다. 대표적인 것이 선거일 전 180일 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각종 활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93조 조항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선거의 공정성을 전제로 인정되는 것이며, 선거의 공정성은 그러한 자유의 한정원리”라는 논거를 제시하며 이 조항을 합헌으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 결정에서 3인의 재판관은 소수의견으로 “선거의 공정성 확보와 질서의 유지를 위한 규제는 일반국민의 정치적 표현을 포괄적·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되어서는 아니 되고, 선거의 공정성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과 같은 가치이지, 그 자체가 헌법적 목표는 아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경우에는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정치원리는 공허한 메아리이다.”라고 하여 이러한 결정에 반대하였다.

 

우리 헌법상 자유선거의 원칙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그 내용으로 한다. 현재의 선거운동에 대한 제한은 자유선거의 원칙의 실현을 너무나 크게 제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선거는 내가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투표만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각종 정보는 언론에 의해 얻게 되며 유권자는 수동적 지위에 놓이게 된다. 선거의 참여는 투표만이 아니다. 당선과 낙선을 위한 적극적 활동의 보장이야말로 그 선거결과에 대한 애착을 강화시킬 것이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와 선거법 개정은 많은 편견을 극복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일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그 도입을 빨리 이뤄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국회의원이 미워요? 선거 때가 되면 언론보도만 보고 투표만 하나요? 이 질문에 ‘네’라고 답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국회는 멀리 있을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고 선거에의 참여를 쉽게 하도록 하여야 결국 국회는 헌법이 지향하는 국회의 모습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환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법학박사,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