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3-05-08   1916

[대통령께드리는편지] 국민입막음소송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

 

박 대통령께서 ‘국민 행복, 희망의 새시대’라는 국정 비전을 제시하며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하신지 어느덧 2개월이 지났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박 대통령께서 취임식에서 약속하신 대로 새로운 정부는 지난 이명박 정부 5년에서 보여준 불통, 오만과 독선을 답습하지 않고, 화합과 상생의 정책을 펼쳐나가시길 바랍니다.

대통령께서 직접 언급하셨듯이 신뢰받는 국가, 소통하는 정부 그리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시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국민이 행복한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일까요?

 

지난 5년 동안 우리 국민이 과연 행복하였나 되짚어보면 해답이 나올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첫 해부터 국민과 소통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과연 안전한지? 정부의 대외 무역 협상이 절차적으로 올바른지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했을 때, 정부는 어떻게 하였습니까? 국가기관이 나서서, 또는 국가기관의 책임자가 나서서 문제제기를 한 국민을 상대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를 제기하여 고통을 주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기관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공무원들이 직무를 올바로 수행하고 있는지는 늘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국민들의 다양한 의사 표현은 고소라는 형태로 되돌아 왔고, 손해배상청구 소로 앙갚음 당했습니다. 풍자와 해학마저 모욕죄로 고소당해야 했고, 재미로 올린 동영상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뿐입니까?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업으로 삼는 신문사 기자의 기사마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하고 억대의 손해배상청구 소를 당하였습니다. 4대강사업이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의 발언조차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우리사회가 이 정도의 비판마저 허용하지 못하는 불관용, 불통의 사회는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난 정부에서 국가는, 공무원은 국민의 비판에 재갈을 물렸습니다. 고소꺼리도 못되는 사안까지 고소하고, 수년 씩 걸리는 재판으로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과연 죄가 있는 것일까요? 국가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공무원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는 것이 과연 처벌을 받을 만큼 잘못된 일인가요? 많은 사례들에서 보듯 여론의 힘에 못이겨 고소를 취소하거나, 경찰이나 검찰이 보기에도 기소꺼리가 안되어 무혐의 처분되거나, 설령 재판까지 갔다 하더라도 무죄로 판결나거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결론난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미 법원은 국가 정책이나 공무원의 직무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 없다고 분명히 판결하였음에도 지난 정부에서 국가기관, 공무원이 끊이지 않고 국민의 다양한 비판을 명예훼손과 모욕을 이유로 고소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 줍니까? 바로 국민을 입막음하기 위해서 소송을 남발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를 제기하는 순간부터,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고소당한 국민, 손해배상 소를 당한 국민은 두렵고, 위축되고,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송이 끝날 때까지 재정적 부담도 고스란히 져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국민입막음 소송이 남발되는 이유입니다. 국민 입막음 소송을 당한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옆에서 이를 지켜보는 다른 국민들조차 말을 삼가고, 조심하고, 위축되고,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국민 입막음 소송이 노리는 목적입니다.

 

박 대통령께 요청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적 사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 표현은 시민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 청원권으로서 보장되어야 합니다. 오히려 정치적 무관심이 민주주의를 병들게 하는 것이지 활발한 공적 토론과 비판은 장려되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국민의 건전한 비판은 민주주의를 더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더 이상 국민입막음 소송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대법원도 “국가(기관)나 공무원이 업무를 정당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여부는 국민들의 광범위한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함으로 이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비판을 이유로 국민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고소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주십시오.

 

오늘 저희는 지난 정부에서 남발되었던 국민 입막음 소송의 대표적 사례 보고서를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신 대통령께 전달합니다. 국가기관이, 또 공무원이 국민의 비판을 봉쇄하기 위해 국민입막음 소송을 이 정부하에서는 단 한건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바랍니다.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신뢰받는 정부가 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부디 취임식에서 천명하셨던 소통의 정부, 신뢰받는 정부, 국민이 행복한 시대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국민의 비판을 명예훼손과 모욕을 이유로 국가기관과 공무원이 나서서 고소하고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을 천명해 주십시오.

 

 

2013년 5월 2일

국민입막음 소송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김동일 박창근 신상철 차경윤

 

2013-05-02 [이슈리포트] 국민입막음소송 남발 실태와 대책 보고서 자세히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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