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4-10-22   2605

[논평] 미래부, 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 통신자료제공 폐지하라는 인권위 권고 무시

미래부, 전기통신사업법 833항 통신자료제공제도 폐지하라는 인권위 권고 무시

이통사들이 이용자의 자기정보제공현황 열람권 거부해도 방관만

 

SK텔레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지난 2013년 수사기관에 제공한 고객들의 통신자료가 762만 건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통신자료는 이동통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가입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말한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이 19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3년 한 해 동안 이동통신 3사가 수사기관에 영장이 제시되지 않은 제공한 통신자료는 7627807건으로, 2012600만 여 건에 비해 약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래부가 통신자료제공제도를 폐지하라는 20144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불수용통보를 한 것과 이통사들이 20111월과 20145월 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가입자들의 통신자료제공 현황 문의를 거절하고 있고 미래부가 이 역시 방관만 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현재 이루어지는 통신자료제공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수한 가입자들의 개인정보가 어떤 통제도 받지 않고 수사기관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수사기관은 법원의 영장 없이 요청만으로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이동통신사로부터 제공받고 있다. 추후에 당사자에게 이 사실을 통지하는 절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가입자가 개별적으로 이동통신사에 자신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 문의해도 이통사들은 비공개대상이라며 공개를 거부해 왔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49일 지금의 통신자료제공제도가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며 관련법 개정을 권고하였지만(첨부),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이를 지난 91일에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유는 범죄수사 지연 등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수사기관의 반대의견이 있다는 점과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어 논의 중이라는 점때문이다. 인구 5천만인 나라에서 6-7백만명의 개인정보를 요청하는 이유가 진정으로 수사 때문인지 묻고 싶다. 또 개정안이 발의된 이유는 그만큼 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인데 국회 발의 때문에 미래부가 아무런 개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또 이용자가 자신에 대해 통신자료제공이 이루어졌는지 질의를 할 때 이동통신사들이 알려주지를 않고 있는 것은 마치 은행 고객이 계좌잔고를 물어보는데 알려주지 않는 것과 같다. 이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30조에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에 대해 열람 또는 제공을 요구받으면 지체없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한 것을 위반한 것이다. 그럼에도 미래부는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하고 있다.

 현재의 통신자료제공제도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결도 여러 차례 나와 있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영장없이 수사기관에 제공한 네이버를 상대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이용자를 대리하여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2012년 서울고등법원은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개인정보제공요청에 따라야 할 의무도 없는만큼, 이용자의 통신자료를 영장없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이 위법하다며 네이버에게 위자료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 판결이 있은 직후부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 등 주요 인터넷회사들은 영장없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제공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유독 이동통신사들은 여전히 수백만건의 통신자료를 검찰이나 국정원에 넘기고 있으며, 자신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넘어갔는지 알려달라는 이용자의 요구도 묵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20134월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되었는지 여부를 알려달라며 이동통신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는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재량권이 있고, 수사의 편의를 들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가입자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판결문 첨부). 특히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201112월에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하여 이용자의 정보제공현황 열람권을 확인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에 미래부가 위와 같이 답변한 것이다. (판결문 첨부)

 

 한편, 지난 6월 캐나다 대법원에서는 경찰의 영장없는 통신자료 취득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 나왔다. 이 결정에서 캐나다 대법원은 인터넷사업자의 이용약관에 범죄수사를 위해 경찰과 협조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이용자 신원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있다고 해도 이 조항은 경찰의 적법한 권한행사(lawful authority)’에 응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임을 분명히 하면서, 경찰의 이용자 신원정보 취득 역시 법원의 영장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판시했다. 그간 이동통신사들 역시 수사기관이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면 사업자는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라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을 핑계로, 기계적으로 수사기관에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넘겨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을 삭제하거나, 법원의 영장에 따라서만 통신자료를 제공하도록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제3항을 삭제해야 한다. 또 영장절차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121조 및 제1064항 등에 따라 제공 즉시 통지를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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