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4-10-01   2755

[기자회견] 명예훼손수사 구실로 한 검찰의 인터넷 검열 비판 기자회견

명예훼손수사 구실로 한 검찰의 인터넷 검열 비판 기자회견

검찰의 ‘인터넷 검열’이 정부에 대한 정당한 비판도 위축시켜

대검찰청에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 등 중단 요구서 제출

 

20141001_기자회견_검찰 사이버수사 강화 방침 반대 요구서 제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늘(10/1) 오전 1130분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발표된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 강화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김진태 검찰총장앞으로 명예훼손 수사를 구실로 한 인터넷 검열 중단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요구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지난 918일 보도자료를 내 앞으로 사이버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에 강경하게 대처할 방침이고, 이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명예훼손 전담수사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발표에는 이와 함께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허위사실 유포 사범을 상시 적발하고, 중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구속수사하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도 포함됐다.

 

 참여연대는 김진태 총장에게 보낸 인터넷검열 중단 요구서에서, “검찰의 이번 발표가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틀 뒤에 나왔다는 점에서 그 경위가 대단히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참여연대는 공적 인물에 대한 의혹제기와 비판은 폭넓게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검찰의 이번 방침은 인터넷 공간에서 국민을 상시 감시하고 검열하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라며 결국 국민의 명예가 아닌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만을 보호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예훼손 수사를 구실로 한 검찰의 인터넷 검열 중단을 요구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 표현의 자유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논란을 부른 건 며칠 전 있었던 검찰의 명예훼손 수사 강화 방침 발표였습니다. 대검찰청은 지난 918, 앞으로 사이버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에 강경대처할 방침이고, 이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검찰은 또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허위사실 유포 사범을 상시 적발하고, 명예훼손 사범을 원칙적으로 재판에 넘기며, 중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구속수사 하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도 함께 밝혔습니다. 그에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명예훼손사건 전담팀을 만들었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산케이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검찰의 발표를 두고, 표현의 자유를 크게 훼손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이버 긴급조치’, ‘상시적 국민감시체제라는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불안함을 느낀 국민들이 텔레그램 등 외국의 메신저 서비스로 대거 사이버망명을 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번 검찰의 발표가 그 배경이나 구체적 내용에 있어 인터넷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이번 검찰의 발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음을 분명히 지적하며, 명예훼손 수사를 구실로 한 인터넷 검열을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첫 번째로, 검찰의 이번 발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틀 뒤에 나왔다는 점에서 그 경위가 대단히 의심스럽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91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등의 발언을 작심한 듯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발언이 있은 지 불과 이틀 만에 검찰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 등과의 협의를 거쳐 사이버 명예훼손에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보수적인 논조의 한 언론조차 이번 발표를 두고 검찰과 청와대 권력 간의 관계에 의심의 눈총이 쏠려온 상황임을 고려하면 (검찰의 발표는) 오비이락을 넘어 자충수로까지 비친다라고 평가하였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이번 검찰의 발표가 대통령의 의중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황입니다. “누구나 사이버공간에서 일어나는 허위사실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검찰의 설명과는 달리, 이번 조치가 실은 대통령을 위시한 권력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둘째, 검찰이 주된 수사의 대상으로 공적 기관의 공적 인물을 들고 있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검찰은 이날 발표에서 ‘20112014년 사이버상 명예훼손 및 모욕사건 주요 리스트라는 자료를 함께 첨부하였는데, 열거된 사건들은 대체로 정치인들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들이었습니다. 실제로 검찰은 이번 조치로 공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나 정부 정책에 대한 의혹제기와 비판은 폭넓게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국가기관과 공직자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이 대상이 되어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비판은 명백히 악의적인 것이 아닌 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 판결의 일관된 취지입니다.

     실제로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있었던 무수한 국민입막음 소송들 중 상당수에 대하여 법원은 명예훼손을 당하였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별첨자료 참고). 검찰은 대법원과 헌재가 숱하게 강조해 온 입장을 정면으로 거스르면서,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부터 봉쇄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이쯤되면 법치주의의 수호자가 아닌 정권의 수호자라는 비판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셋째, 더욱 문제인 것은 문제없는 글을 쓴다면 위축될 일도 없다는 검찰의 안이한 태도입니다.

     사이버 명예훼손 등에 대한 강경 대처가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에, 전담팀을 지휘하는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는 지난 925일 되레 왜 위축되냐. 아무 문제없는 글을 쓴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공연히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일삼지 않는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은 위축될 이유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구분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명확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무심코 한 말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는 일은 지금도 무수히 벌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대한 수사가 강화된다면, 일반 국민들은 그저 침묵하는 편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처벌될 수도 있다는 추상적 가능성만으로 입을 다무는 것,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위축효과(chilling effect)이며, 이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비판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도 검찰의 지휘간부가 나쁜 일을 하지 않으면 되니 처벌을 겁낼 필요가 없다라는 법률가로서 수준 이하의 반응을 내놓은 것입니다. 국민의 중요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 정도의 인식밖에 갖지 못한 사람이 검찰의 명예훼손 전담팀을 지휘하게 된다는 사실에 또 한번 절망하게 됩니다.

 

     넷째, 당사자가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데도 수사기관이 명예훼손 수사에 대대적으로 나선다는 것은 국민의 정부정책에 대한 견해표명을 실시간 감시 및 대응체제에 두겠다는 선언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검찰은 이번 발표에서 인터넷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 명예훼손 등에 선제적으로대응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고소나 고발이 없어도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세월호, 천안함, 국정원 대선개입 등의 사안과 같이 정부가 잘 알려진 공식입장을 확립한 사안에 있어 그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선제대응의 주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선제대응이야말로 국민의 명예 보호가 주목표가 아니라 정부의 입장 보호가 목표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검찰은 첫 발표에서는 카카오톡과 같은 사적 공간도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수준에서 감시대상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발을 뺐지만 19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IP추적, 전자정보 압수최대한하겠다고 명시한 것은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도 적극적으로 영장신청을 하여 들여다보겠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결국 국민의 공개된 인터넷 게시판을 비롯해 사적 공간까지 찾아들어가 정부비판적 표현을 명예훼손을 빌미로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히며, 이는 이명박 정부때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민간사찰을 공개적으로 재개하겠다 것과 다름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위험이 큽니다.

     이것들은 언제든 권력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는 수단이 될 수 있고, 역사적으로도 보통사람들보다는 권력을 가진 자들의 명예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쓰여 왔습니다. 특히 형벌로 존재하는 한 권력자가 검찰을 비판봉쇄에 동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됩니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많은 인권선진국들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몇 해 전 방한한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우리 정부에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20117월 유엔인권위원회는 모든 협약당사국들에게 명예훼손의 비형사화를 고려할 것을 권고하면서 형사처벌은 가장 심한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자유형을 부과할 수 없다는 논평을 냈습니다(일반논평 34).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헌법재판회의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베니스위원회 위원장도 “(한국 정부의)인터넷 감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검찰은 보통사람들도 아닌 공적 인물의 명예를 지켜주겠다며 먼저 칼을 빼들고 나선 것입니다.

 

     참여연대는 앞에서 지적한 이번 검찰조치의 문제점과 명예훼손죄 적용의 문제점을 가벼이 여기지 말 것을 요구하며, 검찰이 명예훼손 수사를 구실로 한 인터넷 검열을 멈출 것을 촉구합니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는 대통령 개인의 명예보다 무겁기때문입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