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0-08-31   2713

“임시조치가 너무해”- 헌법소원제기

“듣기 싫어하는 내용의 표현 보호”가 표현의 자유의 핵심

참여연대 “임시조치는 위헌이다” 헌법소원 제기
진중권씨 글 등 임시조치는 표현의 자유 위반
임시조치 월 1만 건에 육박, 주로 정치인, 기업에 의해 남용

인터넷상에서는 꼭 듣기 좋은 칭찬만 해야 하는 걸까? 정치인에 대한 정당한 비판, 기업의 상품에 대한 평가까지도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라는 이유만으로 삭제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들에 기초해 참여연대가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 했다. 어제(8/30)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 박경신 교수, 고려대)는 인터넷상에 올린 게시물이 일방의 권리침해 주장이 있거나 또는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일정기간 차단(임시조치)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그 위헌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청구인은 인터넷포털사이트 다음에 블로그를 개설해 활동해 온 진중권씨와 아이디 새벽길이다.

인터넷논객 진중권씨는 2009년 6월 3일부터 같은 달 8일 경까지 자신의 블로그에 15개의 글을 게재하였는데 그 중 하나를 제외한 모든 글이 다음에 의하여 임시 접근 금지 조치(이하 “임시조치”)를 당하였다. 아이디 새벽길 역시 다음이 운영하는 티스토리에 2007년 7월부터 8월 사이 당시 사회적 쟁점 사안이었던 이랜드 노조의 파업에 대한 언론기사를 그대로 옮겨 놓으며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 글을 썼다가 임시조치를 당하였다.

현행 정보통신이용촉진과정보보호에관한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 2에 따르면 누군가가 올린 게시물이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소명만 하면 사업자는 지체없이 삭제․임시조치를 해야 한다. 또 권리침해여부가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간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도 사업자는 임시조치를 최장 30일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진중권씨와 새벽길의 게시물들은 30일 동안 임시조치가 되었고 이들의 블로그 방문자들도 해당게시물을 30일 동안 볼 수 없었다.

임시조치는 비단 이들에게만 해당하는 일회성 문제는 아니다. 다음과 네이버 등 우리나라 대표적 포털사이트에 의해 임시조치 당하는 게시물은 월 1만 건에 육박한다. 그런데 이들 임시조치는 상당수가 정치인이나 기업의 요청에 의해 그리고 합법적인 게시물들에 대해 이루어진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인터넷상에 올린 소비자들의 제품 사용후기, 진실에 근거한 정치인 비판글, 정부정책에 대한 의견표명 등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그 위법성과 무관하게 임시조치 당함으로써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2007년 11월 14일 다음의 티스토리블로그에 오세훈 시장의 서울광장 집회 불허 방침에 대한 신문기사와 덧붙인 비판글이 서울시의 삭제요청에 의해 임시조치 됐다.
 
주성영 의원 역시 2008년 10월 20일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 게시판에 “[주성영퇴진] 만취한 채 민폐 끼치는 주성영의 싸이월드 입니다. 방명록에 방금 글남기고 왔어요.”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홈페이지주소를 남긴 것에 대해 삭제 요청을 하였고 다음은 이 게시물을 임시조치 했다. 이들의 게시물들에는 명예훼손이라고 볼 여지의 문구도 없었을 뿐 아니라 모욕적인 표현이나 사회상규를 일탈하는 경멸적인 표현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일명 ‘사무라이 조’로 알려진 경찰 간부가 2009년 5월 1일 서울시청 앞에서 시민들에게 진압봉을 휘두르는 장면을 담은 게시물 다수와 해당 경찰간부에게 정중하게 쓴 공개 질의서도 경찰의 요청에 의해 임시조치 됐다. 이 외에도 2009년 4월 6일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다음아고라 경제토론방에 조선일보사주가 성상납을 받았다는 단서로 장자연 리스트를 언급한 글이 임시조치 당한 바 있으며, 기업에 의해 임시조치 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의 쓰레기시멘트 관련 고발 게시물, 소비자가 인터넷 영화예매 사이트 티켓 무비사이트의 불편함에 대해 기술한 글도 각각 양회협회와 티겟무비사 등 기업의 요청에 의해 임시조치 된 사례들이다.

청구인들은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모든 사람이 들어서 좋은 것이 아닌 “타인이 듣기 싫어하는 내용의 표현”을 보호하고 보장하는 것에 있다며, 임시조치제도는 이와 같은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인 “타인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합법적인 게시물조차도 정당한 사유 없이 최장 30일간 차단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과잉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권리침해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해당사자끼리 분쟁이 예상되는 경우에도 임시조치를 의무화함으로써 재판을 받지도 않는 상황에서 불법행위로 취급되어 임시조치를 하는 것은 재판청구권까지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다른 신문이나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비할 때 임시조치는 인터넷 매체 이용자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라는 의견도 밝혔다.  

청구인들은 이 같은 주장을 담은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이미 지난 2009년 12월에 포털싸이트 ‘다음’을 상대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는 이용자들의 민법 상의 권리 등을 침해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재판 과정에서 임시조치의 근거가 되는 정보통신망법제42조2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지난 7월 28일 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에 따라 재판 결과나 내용이 달라지지 않는다며 각하했고, 이에 헌법소원을 제출하게 된 것이다.

PIe201008310a.hwp 헌법소원 청구서

PIe2010083100.hwp논평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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