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시민권리 2016-02-02   1051

[논평] 영화관 무단광고 무혐의 공정위 판단 납득하기 어려워

영화관 무단광고 무혐의 공정위 판단 납득하기 어려워

 

영화 시작시간 어기며 소비자권익 침해해도 표시광고법 위반 아니야

대형 멀티플렉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입장 대변하는 공정위

표시된 시간에 영화 관람케 하는 것은 지켜야 할 소비자와의 약속 

시장점유율 96.6% 영화관3사 연1,671억 광고매출 부당이득 용인

참여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청년유니온은 2015년2월9일 멀티플렉스  3사(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가 티켓에 표시된 영화 시작 시간을 10여분 광고 상영으로 지연시키며 관객을 기만하는 불공정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영화관 3사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1년만인 2016년1월27일, 멀티플렉스가 관객에게 영화 상영시간을 거짓으로 표시하고 광고를 상영해 부당하게 광고 수입을 취득한 행위가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멀티플렉스 3사의 손을 들어줬다.

 

영화관 티켓과 같이 시간을 매개로 거래되는 상품 또는 서비스에 있어서, 표시된 시간에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소비자와 최소한의 약속이며, 상품 또는 서비스의 본질적 내용이다. 따라서 공정위의 이번 멀티플렉스 3사의 표시광고법 위반 무혐의 결정은 상품과 서비스 거래를 다루는 공정위가 철저히 소비자를 배제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군림하며 2014년 기준 연간 약 1,671억에 달하는 광고수입을 얻는 멀티플렉스 3사의 이해를 강변한 것이다.

 

공정위의 무혐의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다. 소비자가 영화 상영 전 광고 상영 등으로 본 영화가 티켓 표기 시간보다 늦게 시작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멀티플렉스 3사가 홈페이지, 영화입장권, 모바일티켓 등을 통해 영화 상영시간을 안내하면서, 하단에‘본 영화는 표시시각보다 약 10여분 후에 시작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고 있으므로 영화 상영시간에 광고 상영이 포함된 것을 은폐하거나 축소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소비자들은 영화를 선택할 때, 상영 시간보다는 흥행성, 작품성, 출연 배우 등을 더 많이 고려한다고 봤다. 게다가 영화 상영 시 상업광고 및 공익광고, 비상대피 안내, 영화 예고편을 상영한 후 본 영화를 시작하는 것이 영화업계에 지속된 현상이었고, 스크린 광고를 판매하는 것은 극장업계에 통용된 영업방식이라고 했다.TV, CATV 등 동영상 매체도 광고 등 상영으로 인해 편성표상 명시된 시작시간에 비해 늦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며 프로그램 시작시간과 광고 시간을 분리하여 표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 영화선진국인 미국, 영국, 일본 등도 티켓 홈페이지 등에 기재된 상영시각 이후 10여분 이상 광고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상영 시각 이후 광고가 있다는 사실조차 고지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도 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멀티플렉스 3사의 영화시각 표기 방식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위와 같은 논리는 멀티플렉스 3사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공정위 주장에 대한 반론은 다음과 같다.

 

 ○ 홈페이지, 영화입장권, 모바일티켓 등에 티켓 하단에 본 영화는 표시시각보다 지연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고지했다?
–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영화입장권, 모바일티켓 하단에 10여분 동안 광고가 상영된다는 표시는 소비자가 예매를 완료한 후 티켓 가격을 지불한 후에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즉 위와 같은 영화 상영 시작 10여분 동안의 광고가 상영된다는 표시는 소비자가 티켓 값을 지불하기 전의 예매단계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는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하기 전에 영화관 3사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표시광고법상의 표시 또는 광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소비자가 영화 선택시 상영시간은 주요 결정요소가 아니다?
–  공정위는 소비자가 영화관람 결정시 고려하는 주요 요소를 ‘흥행성, 작품성, 출연 배우 등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로 판단했다. 영화 상영 시간은 주요 결정 요소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영화상영서비스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은 어떤 영화인지 여부이고, 다음으로 영화가 상영되는 시간이며, 마지막으로 영화관이 위치한 장소다. 최근 멀티플렉스들이 여러 개의 스크린에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지 않고 특정 영화를 여러 개의 스크린에 배정하여 상영하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은 특정 영화를 보기 위해 예매하기보다 주말,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대에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티켓을 예매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므로, 영화 상영 시간은 소비자들의 상품구매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실에 해당한다.

 ○  TV 등 타 매체와 해외 영화관도 상영시각 이후 광고를 하고 소비자에게 고지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 멀티플렉스가 도입되기 전 우리나라 극장에서는 상영시간 이후 10분이 넘도록 광고를 상영한 적은 없었다. 멀티플렉스 3사보다 더 이른 시기인 1956년 개관한 대한극장과 1979년 개관한 서울극장을 비롯해, 멀티플렉스 3사를 제외한 극장은 본 영화 상영시작 표기 시간 이후 광고를 상영하지 않고 티켓에 표시된 시간을 엄수해 영화를 시작한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실태를 전혀 조사하지 않았고, CGV 등 멀티플렉스 3사가 해명했던 내용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 한편 공정위 주장대로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영화 시작 시간 이후에도 광고를 상영하니, 우리나라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 공정위가 할 말인가. 소비자가 영화 선택 및 관람에 있어 지대한 혼선을 초래하며 막대한 광고수익을 취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주장은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금지’하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잘못 해석하는 것이다.

 

– 수신료를 징수하는 TV 등의 경우에도 상업광고를 방영하고 있으며, 광고 등 상영으로 인해 편성표상 명시된 시작시간에 비해 늦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며, 프로그램 시작시간과 광고 시간을 분리하여 표시하고 있지 않다는 멀티플렉스 측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그러나 수신료를 징수하는 KBS의 경우에는 상업광고를 하지 않고 있고, TV 시청은 절대 다수가 자기 집에서 시청하는 것으로서 영화관과 달리 장소적 특성이 전혀 다르다. 특정한 장소에서 제약이 많은 영화관과는 달리 TV를 시청하는 소비자는 언제든지 방송채널을 변경할 수 있는 사정을 종합하면, TV 등 타 매체의 사례는 영화관과 적절한 비교 대상이 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주장 자체도 인정될 수 없다.

 

공정거래법 제1조는 법의 목적을‘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우리의 공정거래위원회의 보호 대상에 소비자는 없다. 오직 기업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은 이유다.

▣ 붙임자료
1. 영화관 무단 광고 행위에 대한 공정위 신고서 http://goo.gl/wgrnIv
2. 영화관 무단 광고 행위 신고서에 대한 공정위 답변 http://goo.gl/dpiF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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