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0 2020-12-01   1406

[동향2] 비싸고 형편없는 5G, 해결책은 없나?

문은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

평소라면 깜깜했을 밤 11시. 휴대폰 대리점에 카메라가 가득하다.

“5G 서비스 1호 개통 축하드립니다.”

2019년 4월 3일 밤 11시. 첩보작전을 방불케하는 숨 막히는 눈치게임으로 변질된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서 대한민국이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예정된 8일 행사를 3일 밤으로 급하게 옮기면서 미국 버라이즌사와 단 2시간 차이로 세계최초 타이틀을 차지했다. 4월 5일 진행된 기념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LTE 대비 20배 빠른 초고속, 초저지연의 5G 기술은 교통체증을 실시간 해소하는 인공지능 교차로, 5G 홀로그램을 사용한 실감나고 더 깊이 있는 원격교육과 오락활동,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등에 활용된다며 앞으로 양질 일자리 60만개, 730억불 수출이 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표준이 세계 표준이 된다며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말자고 한다. 2022년까지 5G 전국망을 조기 구축하고 이를 위해 세금도 깎아주겠다고 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에 힘입어 통신3사와 제조사는 신규로 출시되는 모든 단말기를 5G 전용으로 출시하고 8조 원이라는 엄청난 홍보비(불법보조금 포함)를 풀어 신규가입자 모집에 열과 성을 다한다. 5G 가입자는 한 달 만에 27만 명을 넘고 3개월 만에 100만 명을 넘었다. 목표치인 300만 명을 넘어 연내 500만 가입자 확보도 가능해 보였다. 모든 것이 장미빛일 것 같던 그때 정부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5G 서비스 질이 생각보다 더 형편 없었다는 것.

비싼 요금에 형편없는 5G 품질

통신사업은 일반 사업과 달리 공공의 주파수를 임대해 수익을 창출하는 국가기반산업이기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관리감독 대상이며 사업자에게 다양한 의무와 규제가 부과된다. 이통3사가 통신시장을 과점하고 있고, 전 국민이 1개 이상의 무선 이통통신 장비를 평생 사용하며 매월 이용료를 납부하는 필수 생활비이기 때문에 통신비는 관리 대상이었다. 정부가 통신비를 인하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조항은 올 5월에 폐지된 요금인가제였다. 무선이동통신 점유율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변경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의 인가를 받아야 했다. 2019년 2월, SK텔레콤은 7.5만 원, 9.5만 원, 12.5만 원으로 구성된 5G요금제를 인가 신청했다. 3만 원대 요금이 최저인 LTE에 비해 최저요금이 4만 원이나 비싼 요금제로 5G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소비자ㆍ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5G 호갱탈출’ 캠페인을 통해 버스에 광고를 하고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온ㆍ오프라인으로 고가 요금제의 문제를 알렸다. 그리고 과기부는 인가제 시행 30년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SK텔레콤의 요금인가 신청서를 반려했다. SK텔레콤은 5.5만 원(데이터 8GB) 요금제를 추가해 재인가신청서를 제출했고 며칠 후 과기부는 승인을 발표했다. 보통 한 달 이상 걸리는 인가심의 과정을 생각하면 4월 초로 잠정 결론지어 놓은 5G상용화에 맞추기 위한 부실심사가 이루어졌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절차였다.

5G 전파 특성상 LTE보다 직진성이 강하고 투과율이 좋지 않아 끊김 없이 사용하려면 LTE에 비해 3~4배 더 촘촘한 기지국이 필요하다. 그러나 5G 기지국 수는 당시 80만 개인 LTE 기지국의 1/22에 불과한 3만 5천여 개로 상용화되었다. 부족한 기지국으로 인한 통신 불통이 불가피했다. 5G 신호가 약한 곳에서는 LTE 신호로 전환되는데 이 과정에서 빠른 배터리 소모와 발열 그리고 통신 불통이 발생했다. 이 정도로 심하고 불편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최첨단 기기로 경험할 다양한 볼거리를 기대하며 5G 단말기를 구입하고 비싼 요금을 지불했지만 이용자들은 사용 첫날부터 큰 불편을 경험했다.

남들보다 빠르게 콜을 받을 수 있다며 콜택시 운전사에게 100만 원이 넘는 5G 전용 최신 단말기를 권유했던 대리점 직원의 말은 판매 실적 올리기에 불과한 거짓말이었다. 서울 시내를 구석구석 누비는 택시에서 5G 휴대폰은 먹통이었다. 신호가 잡히지 않아 콜을 받을 수가 없었다. 통신요금은 기존보다 7만 원 이상 증가했는데 수입은 전보다 줄었다. 11월이면 전국에서든 잘 터질거라며 전북익산 거주자에게 최신 5G 핸드폰을 판매한 통신사 직원의 말도 시커먼 거짓말이었다.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5G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2020년 8월 말 현재 5G 기지국은 3G나 LTE에 비해 심각하게 수도권에 집중되어 설치되어 있다.

<표1> 지역별 5G 무선이동통신서비스 기지국 구축 현황(2020.8.31.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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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2020년 국정감사, 정필모 의원실 제공

이통3사는 5G를 이용하면 초시대, 초능력, 일상이 변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처럼 광고했지만 실상은 비싼 돈을 내고 빈번한 통신장애와 배터리 광탈을 경험하며 LTE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불편에 이용자들은 불만을 제기했다. 통신사, 방통위, 과기부 모두 앵무새처럼 ‘제한된 커버리지에 동의하지 않았냐’며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국가와 통신사를 믿고 가입했지만 피해는 모두 내 책임이었다. 정부와 통신사는 모두 기다리라고만 말한다. 1년 7개월을 기다렸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공식 인정된 이용자 피해, 멀기만 한 피해보상

2019년 12월, 참여연대는 불편을 호소하는 5G 이용자들과 함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자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참여연대 측은 이용자 피해를 증명하는 자료들을 제출하며 피해보상을 요구했고, 이통3사 측은 이용자들이 불편에 동의하고 가입했으며 기지국 설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보상을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10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숙고를 거듭한 자율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신청자 18명 전원에게 5~35만 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이용자의 주 이용지역에 기지국이 얼마나 설치되었는지, 5G 서비스가 생계와 연관이 있는지, 가입 당시 가용지역 안내가 충분히 되었는지 등을 기준으로 합의 금액이 산출되었다.

이 조정안은 가입 당시 가용지역 안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가입 이후 경험한 피해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는 이용자의 주장을 인정하고 이통3사에서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공식적인 결론을 얻은 최초의 사례이다. 5G 이용자들은 예상보다 적은 금액이더라도 피해 보상 기회가 열렸다고 환호했지만 이통3사는 끝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분쟁조정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이통3사가 수용하지 않아도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통3사는 이 같은 공식적인 절차를 따르는 보상은 진행하지 않으면서 일부 이용자에게는 고객 케어라는 이름하에 비공개적으로 피해보상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 진행하는 통신분쟁조정을 신청한 신청자에게 사전 합의기간에 이용 기간 동안 납부한 요금 전액인 32만 원(8만 원 × 4개월)을 보상해주겠다는 제안 했으며, 5월에는 가입시 커버리지 안내를 하지 않은 이용자에게 정신적 피해보상금을 포함해 130만 원의 큰 금액을 보상하기도 했다. 더욱이 놀라운 점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서 드러났다. 참여연대가 정필모 의원실에서 입수한 과기부 민원처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기부에서 2019년 6월부터 10월까지 처리한 민원 중에 현금이나 요금할인 등의 방법을 통해 5G 불편을 보상을 해준 사례가 11건이나 확인되었다. △5G 커버리지 안내 안 한 사례, △개통철회 지연처리 사례, △5G 통신품질 불만 사례, △5G 가입으로 사라진 혜택에 대한 불만 사례 등 5G 가입자의 대부분이 호소하는 불편사항들에 대해 평균 25만 원, 최대 44만 원의 금전적 보상이 이루어 진 것이다. 이렇게 비공식적 개별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의 문제는 과기부 민원이나 방통위 분쟁조정을 신청한 매우 극소수의 5G 가입자들만이 소액의 보상금을 받고 있고, 여전히 5G 불통현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다수의 이용자들은 여전히 불편을 감내하며 5G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통3사는 5G 요금이 LTE에 비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기 때문에 5G 가입자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최신 단말기를 5G 전용 단말기로 출시하고, 단말기 보조금을 5G 전용 단말기에 몰아줬다. 5G 전용 단말기에서는 LTE 요금으로 변경이 안 되게 하기도 했으며, LTE 요금으로 월 납부 요금을 낮출 경우엔 위약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지난 9월부터 자급제로 구입하는 경우에는 LTE로 가입 가능하도록 통신사 정책을 바꿨지만 여전히 대리점을 통해서 구입한 최신 단말기로는 5G만 가입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5G 기지국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최신 단말기는 5G 전용 단말기만 판매되어 5G 가입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피해는 기지국 설치가 더딘 도서산간 지역 거주자이거나, 대리점을 통해 가입하는 통신 정보에 민감하지 않은 이용자(고령자, 여성 등)에게 쏠리고 있다. 5G 서비스에 가입했다가 LTE 서비스로 바꾼 가입자는 56만 명으로 가입자의 6.5%나 되는 사람들이 이탈했다(2020년 8월말 가입자 기준). 방통위에 통신분쟁조정을 신청한 건도 117건이나 된다(2020년 9월말 기준). 통신분쟁조정 역시 강제성이 없어서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조정안을 이통3사가 수락하지 않아 조정이 결렬된 사례가 다수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통3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부당한 정책도, 국민의 피해도 눈 감은 채 5G 기지국 확대를 위한 세제혜택만 확대하고 있다.

5G 플러스 전략위원회를 구성하고 모든 부처가 한 팀이 되어 5G 조기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공헌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5G를 상용화한 지 1년 7개월이 지났고, 가입자 1,000만을 눈앞에 두었지만 기지국이 늘어난 것 외에 달라진 건 없다. 5G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정부는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이통3사와 협의하겠다고 말해 왔지만 인가단계부터 지적되 온 LTE 대비 높은 요금 수준, 저가요금제 이용자의 진입 차단, 중가-고가 요금제 이용자의 데이터 차별, 담합 수준의 3사 요금구조, LTE 대비 턱없이 적은 수의 기지국 및 커버리지 상황, 빈번한 통신장애, 불법 보조금과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요금제 구조 같은 문제들과 더불어 이용자 피해보상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이통3사는 5G 시설투자를 위해 사상 최대의 시설투자비를 쏟아 부었다는 2019년에도 2조 3천만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모두가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낸 2020년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8.8%나 증가한 1조 6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국가가 보호하는 기간통신사업이기 때문에 이처럼 비싼 가격에 비해 형편없는 5G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수익창출 할 수 있는 것이다.

혹자는 문재인 정부의 5G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이명박 정부의 4대강과 같다고 말한다. 이런 오명을 벗으려면 이통3사는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역할과 의무를 다 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철저하게 관리감독 해야 할 것이다. 5G 가입 여부는 가입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이용자 피해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기준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5G 요금제는 지금보다 낮아지고 데이터 제공량도 더 늘어야 할 것이며, 데이터 단가도 저가와 고가 요금제 모두 동일하게 책정되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는 과도한 이통3사의 마케팅 지출비를 투명하게 바꿀 수 있는 분리공시제와 모두가 저렴한 요금으로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편요금제를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의 5G는 안녕하지 못했다. 이통3사에만 맡겨두지 말고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가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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