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칼럼(ef) 2013-11-26   611

[기고] 소득 유출되는 지방 경제, 되살리고 싶다면…

[경제 민주화 워치] <18> 지역 간 경제적 격차와 경제 민주화

정준호 강원대 교수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통계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지역 간 소득의 유출입에 관한 것이다. 누군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거라고 짐짓 생각하고 그냥 지나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통계는 소득의 지역 간 흐름을 통해 공간적 차원에서 경제 민주화라는 사회적 의제를 다시 성찰하게끔 한다고 생각한다.

10월 28일자 한겨레신문 지역사회면 ‘수도권-지역, 더 커진 빈부차’라는 기사는 2011년에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약 98조 원의 소득이 순유입되었으며, 충남이 가장 큰 소득 유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수도권으로 소득 순유입 규모가 2007년 58조2680억 원에서 2011년 98조1940억 원으로 늘어남에 따라 비수도권에서 유출된 순소득 규모는 2007년 109조5790억 원에서 2011년 186조6570억 원으로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기준으로 10조 원 이상의 소득 순유출을 기록한 지역은 충남(28조4700억 원), 전남(21조410억 원), 울산(19조8750억 원), 경북(15조6580억 원), 경남(14조9090억 원)의 순이다. 한편, 비수도권에서는 울산을 제외하고 부산(8조2200억 원), 대구(7조2300억 원), 대전(4조4400억 원), 광주(1조3500억 원) 등 4개 광역시가 소득의 순유입을 기록하였다.

이렇게 장황하게 통계를 인용하고 보여주는 것은 이러한 소득의 지역 간 흐름이 바로 우리나라의 소득 격차의 공간 구조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경제적 권력 구조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소득은 현재 통계청에서 발생지와 거주지 기준으로 작성되고 있다. 발생지 기준의 소득은 ‘지역 내 총생산(GRDP)’이라 하고 거주지 기준의 소득은 ‘지역민 총소득'(GRNI)이라 한다. 이 소득의 차이가 바로 역외 순소득의 유출입을 나타낸다. 거주지 기준의 분배 소득은 몇 년 전부터 통계청에서 공표하고 있어 이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이가 많을는지도 모르겠다.

한 국가 내 지역 경제는 국민 경제와 달리 완전 개방 경제이기 때문에 자본이나 노동의 이동에 따라 거주지와 발생지 기준 양 소득의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두 소득의 차이는 직장과 주거지의 분리, 지사나 분공장이 아닌 기업 본사에서 법인 잉여금의 계상, 상급 학교 진학에 따른 교육비 등의 지역 간 유출입에 따라 발생한다. 발생지 기준의 소득(GRDP)은 이러한 요인에 따라 소득의 지역 간 조정 또는 배분이 일어나고 그 결과가 바로 거주지 기준의 소득(GRNI)이 되는 것이다. 국민 경제에서 ‘GNI = GDP + 국외 순수취본원소득’로 규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역경제에서는 ‘GRNI = GRDP + 지역외 순수취본원소득’의 관계가 성립한다.

경제 민주화 논의, 지역 간 격차 문제로 확대돼야

그렇다면 양 소득의 지역 간 조정과 분배가 어떠한 경제·사회적 의미를 가지는지를 들여다보자. 앞의 통계를 지역 차원에서 정리하여 보면, 2011년 기준으로 발생지 기준의 GRDP, 즉 생산 소득의 역외 순유출이 나타나는 광역시도는 경기도를 제외한 8개 광역도와 광역시 중에서는 울산과 인천(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작은 규모)이다. 다른 한편으로, 생산 소득의 역외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는 지역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과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4개 광역시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대기업의 주요 분공장은 아산, 천안, 당진, 서산, 울산, 여수, 포항, 광양, 창원, 거제, 구미 등에 입지하여 있다. 이들 지역이 속한 울산, 충남, 전남, 경남, 경북 등의 광역 지자체의 1인당 GRDP는 전국 평균보다 높으며, 일부는 수도권을 상회한다. 이러한 지역 인근에는 대도시 즉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의 광역시가 있다. 자녀 교육, 주택 문제 등에 따른 직주 분리와 통근으로 광역 대도시와 이들 지역 간에는 피용자 보수의 지역 간 조정이 발생한다.

기업의 지사나 분공장의 법인 잉여금은 본사에서 계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본사의 대다수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2013년 8월 기준으로 수도권에 본사를 둔 상장사는 국내 상장사의 1206개사로 전체 상장사 1696개의 71.1%를 차지하고, 시가 총액을 기준으로는 수도권에 본사를 둔 상장사의 시가 총액은 1025조2508억 원으로 전체 시가 총액의 85.9%를 점유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다음의 상황이 연상될 것이다. 한 근로자가 비수도권 어느 공단에서 일을 하며, 그(녀)는 자녀 교육과 주택 문제로 인근 대도시에서 통근을 한다. 그리고 그(녀)가 일하는 공장은 법인 잉여금을 수도권에 있는 본사에서 계상한다. 따라서 한 지역의 생산 소득은 비수도권 광역도에서 인근 광역시로, 다시 전국 차원에서는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득의 순출입의 공간 구조는 일종의 깔때기 모양을 하고 있다. 법인 잉여금의 일정 부분이 배당으로 해외로 유출된다고 하고 이를 단순하게 나타내면 “기초지자체 수준의 공장→비수도권 광역도→비수도권 광역시→수도권→해외”로 소득이 점차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지경학적 차원에서 보면 비수도권에는 광역 대도시와 인근 광역도 간에 중심-주변 관계가, 전국 차원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중심-주변 관계가 이중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소득의 지역 간 격차의 공간 구조를 간결하게 요약하고 있다.

양 소득의 공간적 조정 이면에는 경제적 권력의 행사 문제가 드리워 있다. 본사는 주로 구상 기능을 수행하고 기업 권력의 관제고지이다. 반면에 지사나 공장은 실행 기능을 담당한다. 기업의 이러한 기능적 분할이 지역에 투영되어 구상과 실행 기능이 공간적으로 분리되는 공간 분업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비수도권의 지사나 공장은 대체적으로 해당 지역 경제와 얕은 산업 연관 관계를 형성하고 제한된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이는 그 공장의 지역 경제의 파급 효과가 제한되는 분공장 경제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상급 학교 진학, 주택 문제로 인한 직주 분리가 덧붙으면서 광역시도는 동급의 행정구역이지만 사회·경제적 의미에서는 수직적 서열 관계가 존재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중적인 지역 간 격차의 공간 구조는 구조적이다. 수도권으로 과도하게 이뤄지는 공간적 집중의 통계 이면에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경제·사회적 비대칭 관계가 드리워 있으며, 이는 지속적으로 자산과 자원을 빨아들이는 유인이자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존재하는 이러한 구조적인 격차가 우리 일상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여 있다. 예를 들면, 수도권 소재 여부에 따라 대학의 서열화가 진행되고 수도권 대학에 진입하지 못하면 일종의 콤플렉스를 느끼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으로 기회의 균등 문제, 그리고 사회적으로 사회 통합의 문제, 국토 전체적으로는 저이용 자원의 활용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수도권-비수도권, 광역시-광역도 간에 일방적인 지배와 종속의 관계로만 점철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지역 경제는 자본과 노동의 지역 간 이동성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개방 경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의 이동성이 노동의 이동성보다 더 크고, 노동의 지리적 이동성은 생각만큼 크지 않으며 주로 고숙련 인력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지역 간 격차는 구조적이며, 이러한 문제의 해소는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심지어 영국 보수당 연정은 산업 부문과 지역 간 재균형(rebalancing)을 사회적인 핵심 의제로 설정하였다. 내용인즉슨, 부문적으로는 금융과 지식 기반 서비스업 간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제조업을 육성하고, 공간적으로는 런던 이남과 이북 간의 남북 분단(North-South Divide)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산업과 지역 간 균형의 문제가 마찬가지로 심화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수출 주도형 경제의 가속화로 대기업이 특화하고 있는 가공 조립형 제조업과 나머지 부문 간의 심한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산업 간 불균형이 지역에 투영되어 지역 간 격차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즉 가공 조립형 산업에 속하는 대기업의 분공장이 없는 지역의 생산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경제 민주화 논의가 이제까지는 주로 산업 조직(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에 초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산업 구조(부문 간의 균형)뿐만 아니라 지역 간 격차의 문제로 확대되어야 한다.


※ 본 기고글은 필자가 <프레시안>의 ‘경제민주화워치’ 칼럼에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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