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금융관련 법률 개정안 국회 정무위원회 통과에 대해

‘모피아’ 완력에 소임 다하지 못한 국회 정무위

금융지주회사법 및 금융실명제법 개정등 성과 불구 다른 법률 놓쳐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는 결국 금융관료들과의 싸움

 

어제(5/1) 국회 정무위원회는 몇 가지 금융관련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별 법률안 개정에서 일부 진전된 결과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사회적 요구 수준에 한참 미달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신용정보보호법 개정과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설립이 무산된 것은 ‘관피아’ 중의 관피아인 ‘모피아’를 중심으로 한 금융 기득권 구조 청산의 시급성을 재확인해 주었다.

 

금융지주회사법과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은 2009년 비은행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등의 형태로 비금융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을 금산분리 원칙에 맞게 이번에 바로잡은 것으로, 당연하고 환영할 일이다. 금융실명제의 ‘구멍’으로 악용돼 온 합의차명계좌를 금지하는 금융실명제법 개정도 높이 평가한다. 법률 개정과 동시에 차명계좌 악용 사례를 조사하여 제재하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금융권 정보유출 사건으로 촉발된 사회적 요구에 따라 개인신용정보 보호를 위한 제도 개혁의 핵심적 부분으로 관심을 모았던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이 졸속 시비 끝에 결국 무산된 것은 정말 실망스럽다. 졸속 시비의 책임은 정부여당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 쟁점이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에서 정부여당안을 고집할 경우 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구제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제도 적용 대상을 신용정보회사의 고의와 중과실로 제한했고, 피해액 산정의 입증 책임도 정보주체에게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집단소송제, 배상명령제도 도입되지 않아 종합적인 소비자 보호 효과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는 정보유출에 따른 피해액을 정보 주체가 산정하기 어려울 경우 법원 판단에 맡기자는 절충안이 야당에 의해 제시되었으나 정부여당이 이마저 거부하여 결국 처리가 무산되었다.  

 

금융위원회의 집요한 훼방으로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에 대한 합의가 무산된 것은 이번 정무위원회의 다른 모든 성과를 무위로 돌릴 만큼 개탄스러운 일이다.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시급성은 자살사망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보험사들이 약관을 위배하면서까지 재해사망보험금 대신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왔던 관행이 금융당국의 제재도 받지 않고 최근까지 지속돼온 사정만 보아도 분명하다.

세월호 사건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소위 ‘관피아’ 개혁이 화두로 등장한 마당에 금융관료들은 사회적 합의를 거슬러 끝까지 ‘자기밥그릇 챙기기’로 일관했다. 특히 금융관료들이 청와대의 반대를 이유로 들면서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독자적 예산권에 반대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과 청와대의 ‘관피아’ 개혁 의지는 거짓에 불과한 것이고, 사실이 아니라면 ‘모피아’의 행태가 도를 넘은 것이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열망과 대통령의 지속적인 촉구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향후 금융개혁의 과제가 결국 모피아와의 싸움임을 보여준다. 이제는 정부조직법 개정까지 염두에 두고 단순한 금융감독기구 개편이 아니라 금융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사태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밝힌 박근혜 대통령은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설립이 모피아 청산의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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