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동양사태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

실체적 진실규명 미흡․형평성 결여 등 문제 드러내

섣부른 규제완화와 나태한 금융감독이 동양사태 야기 지적 성과

추진 중인 금융규제 완화가 제2의 동양사태 초래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동양 사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감사 착수 약 6개월 만인 어제(7/14) 발표되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섣부른 규제완화와 금융감독당국의 임무 해태가 동양 사태를 야기한 핵심적 원인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동양 사태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는 실패하였다. 실무 담당자가 동양 그룹의 위법·위규 행태를 계속 보고했음에도 문제가 시정되지 않은 이유, 동양 사태를 낳은 구조적 원인인 계열사 부당지원 금지 규정이 슬그머니 삭제된 이유 등에 대한 조사 결과는 제시되지 않았다. 또한 검사실무 책임자는 문책하면서 금융감독에 관한 최종적 권한과 의무를 가진 금융위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제재로 일관해 감사 조치의 형평성에도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산업은행의 동양 대주주 지원 방조 사실을 밝혀내고도 금융관료와 동양그룹 최고 경영진 간의 유착 의혹 규명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부소장 김성진 변호사)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실망을 표하며, 금융감독당국은 감사원 감사 결과로 면죄부를 받은 것이 아니라 규제완화의 문제점을 시정하고 금산분리의 원칙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참여연대는 아울러 현재 금융위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규제 완화가 제2의 동양사태를 초래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주의와 사후 점검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동양 사태는 섣부른 규제완화에서 시작되고 감독당국의 사후 감독 해태를 통해 성장했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통합법을 도입하면서 계열사에 대한 금융지원 금지 규정을 슬그머니 삭제하였다. 그리고 금융감독원이 보내는 지속적인 위험 신호를 보고도 사실상 아무런 실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동양 그룹의 금융계열사가 그룹의 사금고로 전락한 점과 이 과정에서 금융투자자의 피해가 예상되는 점을 적발하고도 상대적으로 경미한 감독상 제재로 넘어가려 하였다. 산업은행은 동양 그룹의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는커녕 대주주의 부담을 계열사에 떠넘기는 정황을 정확히 인지하고도 신규 대출을 통해 이를 지원하는 등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잘못을 범했다. 금융에 관한 룰을 만들고, 이의 준수를 감독해야 할 감독 당국의 임무 해태와 주채권은행에 의한 부실 방조 등 현존하는 규율 시스템이 모두 실패했던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는 동양 사태가 발생한 표면적인 이유만을 건드렸을 뿐, 이 사태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는 실패했다.

대기업이 대주주로 있는 증권사가 부실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할 우려 때문에 2005년 구 신탁업 감독규정에 마련된 계열사 지원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2006년 6월 동양증권은 투기등급 계열사가 발행한 기업어음(CP)을 고객에 판매한 사실이 금감원에 적발돼 2007년 2월 금융위에 보고되었다. 이후에도 우려할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금융위원회는 2008년 8월 ‘금융투자업규정’을 제정하면서 기존의 ‘계열사 지원금지 규정’을 삭제하였다. 감사원은 이 규정이 왜 삭제되었는지, 누구의 지시가 있었는지, 아니면 전반적인 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었는지에 대해 아무런 감사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또 금감원은 동양증권의 계열사 CP 규모 감축을 위해 2009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동양그룹이 이를 불이행하자 2012년 7월 금융위에 ‘금융투자업규정’ 개정 필요성을 건의했지만 동양사태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는 기한 안에 규정이 개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감사보고서는 사태의 진행 과정만 서술하고 있을 뿐 금융위가 금감원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감독규정 개정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부당한 ‘윗선’의 개입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

마찬가지로 감사원은 동양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서 대주주의 구조조정 부담을 덜어주는 등 업무상 배임을 자행했고,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대주주 지원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한 상황에서도 1,400억원의 신규대출을 통해 이런 행위를 지원했다는 점을 밝혀냈지만 이것이 산업은행의 일개 실무자의 잘못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더 윗선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이번 감사는 감사 조치의 형평성에도 의문을 남겼다. 마땅히 시행되었어야 할 감독상의 시정 조치로 감사원이 지적한 동양증권에 대한 금융투자업 인가 취소나 영업정지 등 기관에 대한 중징계는 금융위의 권한이다. 또한 계열사 부당지원 금지 규정 삭제나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 등 법령의 제·개정 권한도 금융위에 있다. 금감원은 기관경고나 임직원에 대한 문책경고와 같은 경징계 권한만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금감원이 동양증권에 대한 종합검사 이후 대표이사 문책과 실효성 없는 MOU만 체결했다고 문제 삼아 금감원의 실무자에 대해서는 신분상의 불이익을 주문하면서, 근본적인 시정조치 권한을 보유한 금융위와 그 직원에 대해서는 주의나 주의 촉구 등 경미한 감사 조치만을 주문하였다. 이와 같이 형평성을 결여한 감사원의 감사 조치는 그것 자체로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향후 금융감독기구의 책임성 확보를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감사보고서는 무분별한 규제완화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 제시도 충분하지 않았다. 이미 밝혀졌듯이 통상 거액으로 발행되어 개인투자자가 접하기 어려웠던 CP가 일반인에게 대규모로 판매될 수 있었던 것은 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한 ‘쪼개팔기’ 때문이었다. 감사보고서는 특정금전신탁 제도 개선책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과도한 부채로 인해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산업은행의 사실상 경영감시상태에 있었던 동양그룹에서 금융·비금융 계열사가 대주주의 구조조정 부담을 덜어주는 업무상 배임의 역할을 했음에도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구조조정 절차는 이를 제어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한 측면이 강하다. 이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구조조정 절차, 재무구조 개선 약정 등 채권금융기관에 의한 기업구조조정 관행이 실효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감사보고서는 이에 대한 지적과 대안 제시도 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이유로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에 실망을 감출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감사보고서에서 간접 확인되는 교훈은 있다. 동양사태는 산업자본이 소유하는 금융기관이 부실 계열사 지원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과 그 결과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적어도 산업자본이 금융을 지배하는 상황에 대한 금융 규제는 결코 완화되어서는 안 되고 더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2015년까지 연장된 기촉법을 아예 상설화하자는 주장이 얼마나 위험한 주장인가 하는 점도 이번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얻어야 할 교훈이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해 현재 금융위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규제 완화가 제2의 동양사태를 초래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주의와 사후 점검이 필요하다는 점이 다시 한 번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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