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주총 결의요건 완화·경영권방어수단 도입하자는 대주주 특혜성 상법 개정 반대

주총 결의요건 완화·경영권방어수단 도입의 상법 개정안은
적은 지분으로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대주주 특혜성 법안

개정안에 따르면 10% 의결권만으로 회사의 경영권 장악 가능
사회적 대타협 전제 없는 경영권방어수단 도입은 대주주에게만 유리
주주총회 성립 무산 논의는 과장되었고, 다른 실무적 해법도 많아
경제민주화를 염원하는 촛불민심에 부합하도록 개정되어야

 

최근 국회에서는 윤상직 의원(자유한국당, 부산 기장군)이 발의한 주주총회 결의요건 완화 관련 상법 개정안(https://goo.gl/R4zT1B)과 권성동 의원(자유한국당, 강원 강릉시)이 발의한 차등의결권주식, 거부권부종류주식 등 경영권방어수단 신규 도입 관련 상법 개정안(https://goo.gl/tcktYm)이 논의 중이다. 2017.11.20.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금로 법무부 차관은 “법무부는 윤상직 의원이 발의한 법안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특별한 이견이 없”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위 상법 개정안들은 모두 기존 대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하는 취지의 법안들로서 경제민주화를 염원하는 촛불민심에 배치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여당과 정부가 이들 법안들을 무책임하게 수용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윤상직 의원의 상법 개정안은 한국예탁결제원의 의결권대리행사제도(이하 ‘섀도우보팅제’(shadow voting system))가 2017년 말로 폐지됨에 따라 주주총회 결의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보통결의의 출석 요건을 발행주식총수의 1/4 이상에서 1/5로 완화하고, ▲특별결의의 출석 요건을 발행주식총수의 1/3 이상에서 1/4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윤상직 의원의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사 선임을 위한 보통결의의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1/5 이상이 출석한 후 출석주식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되는 것이어서, 결국 발행주식의 10%(발행주식 총수의 1/5 × 1/2 찬성률)만 확보하면 자신이 원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정관 변경을 위한 특별결의도 발행주식총수의 1/4 이상이 출석한 후 출석주식수의 2/3이 찬성하면 되므로, 결국 발행주식의 16.7%(발행주식 총수의 1/4 × 2/3 찬성률)만 확보하면 정관 변경 등 회사의 중요한 의사 결정까지 할 수 있어 소유와 지배간의 괴리가 더욱 심화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섀도우보팅제는 소액주주의 참여저조 등으로 주주총회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주주총회 자체가 성립하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주총회에서 나타난 찬성과 반대의 비율에 맞게 동일한 비율로 실질주주들을 대신하여 찬성과 반대의 의사표시를 하는 제도이다. 소액주주들이 많은 상장회사의 경우 소액주주들은 경영이나 주주총회 안건에 관한 관심이 적어 주주총회에 출석하는 경우가 드물다. 참석주주는 대부분 대주주이고 주주총회 안건에 찬성의견을 낸다. 여기에 섀도우보팅제에 의해 한국예탁결제원이 찬성비율에 맞게 동일한 비율로 참석하지 않은 소액주주들을 대신하여 찬성하면 주주총회 안건은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된 것으로 처리된다. 그 결과 대주주들은 적은 지분을 가지고도 자신에 유리하고 회사에 불리한 안건을 가결시키기도 하고, 자신의 지배를 받는 이사나 감사를 선임하여 회사를 지배할 수 있도 있다. 그래서 섀도우보팅제는 재벌총수나 대주주들이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런데 2009년 상법개정으로 전자투표가 가능해지고, 2010년 예탁결제원이 전자투표시스템을 출범시키면서 의사정족수를 충족할 대체 수단이 생기게 되었다. 따라서 더 이상 섀도우보팅제를 유지할 명분이 사라지게 되어 이 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주주총회 출석요건을 새롭게 완화하자는 것은 ‘전자투표 등을 통해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의사결정 참여를 확대하자’는 섀도우보팅제 폐지 결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당초 섀도우보팅제는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해 2015.1.1.부터 폐지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폐지 직전 재계에서 ‘주주총회 의결정족수를 충족하기 어려워 원활한 경영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를 들어 폐지반대론을 펼쳤고, 이에 박근혜 정부는 섀도우보팅제의 폐지를 2017년 말까지 3년간 유예해 주었다. 그러나 2013년 사업보고서를 기초로 한 「상장기업의 주주구성에 대한  조사결과(CGS Report 2014년 4권 19호,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에 의하면, 상장기업의 경우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이 평균 43.9%이었고, 특히 최대주주 등이 25%를 초과하는 기업이 85%(560사)를 차지하여 대부분의 기업들이 일반결의 안건에 대하여 그 의결정족수를 충족하기에 어려움이 없었다(정관변경 등 특별결의를 요하는 안건이나 최대주주의 의결권 행사비율이 3%로 제한되는 감사(위원) 선임 안건 등 제외). 또한 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이 25% 미만인 99개의 상장사들도 서면투표제를 도입하거나 직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시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의결권확보를 위한 대비를 했었다. 그런데도 3년이 지난 지금 재계는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할 뿐만 아니라,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를 핑계로 주주총회 결의 요건을 완화하자는 법안을 제출했다. 

 

 

물론 상장기업의 경우 섀도우보팅제가 폐지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당장 의결권 확보를 위하여 주주들과의 접촉을 강화해야 하는 등의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대주주 등에 의한 일방적 의사 결정이 아닌, 일반 주주 및 기관투자자들의 경영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냄으로써 회사운영의 투명성 확보가 가능하다. 주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회사가 시간을 들여 발로 뛰는 것을 시간낭비로 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종전의 의결권대리행사 권유제도에 이어 도입된 전자투표제·서면투표제 등 일반 주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현행 상법상 제도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 

 

뿐만 아니라 실무적 차원에서 주주총회에 대한 주주 참여를 장려하는 다른 방안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우선 현재 3월말에 집중되어 있는 ▲주주총회 개최시기를 다른 시기로 분산할 경우 주주 참여도는 상당히 증가될 수 있다. 또한 현재 주주총회일 2주전(자본금 10억원 미만의 회사는 10일전)까지 총회 소집을 통지하도록 되어 있는데, ▲주주총회 소집 사실을 충분히 일찍 통지하도록 하는 것 역시 주주들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활성화시켜 주주총회 참여도를 제고하고 성숙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는 기관투자가들이 증가추세인데, 이들에 대해서는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설명의무가 사실상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앞으로 기관투자자의 주주총회 참여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 

 

 

권성동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기존 대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경영권방어수단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 없이는 수용이 곤란하다.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경영권방어수단은 그 자체의 논리적 타당성이 아닌, 노동이사제 등 사회적 대타협을 전제로 도입된 것이다. 더구나 현행 상법상 이미 다양한 경영권방어수단이 정비되어 있어 실제 적대적 M&A가 성공한 적은 극히 드물다. 또한 2012년 상법 개정 시 자금조달 수단의 확대라는 명분으로 여러 유형의 종류주식을 대폭 도입하였기에, 지금 또다시 새로운 유형의 주식을 도입할 필요성도 없다. 

 

 

주지하다시피 2015년 삼성그룹이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요건을 맞추기 힘들어, 대통령에 대한 뇌물을 매개로 국민연금을 동원하여 의결권을 확보하려 했다는 혐의로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재벌들은 이를 교훈 삼아 돈이면 무조건 된다는 생각을 고쳐 바로잡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섀도우보팅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확대·왜곡하여 이 기회에 아예 국민연금조차 동원할 필요가 없도록 법률로 주주총회 결의 요건을 완화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룰을 위반하여 반칙으로 경고를 받으면 아예 룰을 바꿔버리는 재벌의 구태가 또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위 상법 개정안들은 섀도우보팅제 폐지를 명분으로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기업들의 민원을 담아 제출한 대주주 특혜성 법안으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상법이 대주주 편향적으로 개정되는 것에 명시적으로 반대하며, 또한 가시적 입법 성과를 위해 이 법안들의 통과를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의 상법 개정과 맞바꾸려 하는 여당과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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