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기업지배구조개선 관련 상법 통과 및 차등의결권 도입 시도 중단 촉구

국회는 기업지배구조개선 관련 상법 통과시키고,
명분 없는 차등의결권 도입 시도 중단하라

독립적 이사회·소수주주 권익 강화 상법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차등의결권 도입은 창업생태계 활성화 아닌 재벌을 위한 핑계에 불과

 

소수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고, 기업의 이사회를 독립적이고 투명한 구조로 개선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은 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폐단을 낳고 있는 총수일가의 전횡과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그러나 오늘(12/3)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도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상법 개정안은 자유한국당의 방해 등으로 끝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이로써 사실상 2018년 정기국회 회기 만료까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의 처리는 요원해졌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차등의결권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https://bit.ly/2BGVyjT)한 후, 관련해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https://bit.ly/2FZtAno)」을 발의한 바 있는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이 이 와중에 2018. 11. 28.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차등의결권 토론회(https://bit.ly/2E5aMS2)’를 개최하는 등, 여당 내부에서 재계의 숙원사업인 차등의결권 도입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2016년 7월, 총수 일가를 견제하는 경제민주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의원 122명이 공동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이 아닌가. 자신들이 발의한 법안의 처리는 뒤로한 채, 슬그머니 차등의결권 도입을 추진하는 여당의 모습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 김경율 회계사)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시급한 상법 개정안의 통과를 방해하는 자유한국당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임시국회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안의 상정 및 통과에 전력을 다할 것과 함께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 시도 자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도 불리는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의 고질적 문제는 기업 의사 결정구조의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공식적 의사 결정구조인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역할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며, 오로지 소수지분을 가진 재벌총수의 입맛에 맞게 경영적 판단이 진행되어온 것이다. 재벌총수의 뜻에 이사회가 그저 거수기 역할을 할 뿐인 전근대적 기업지배구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한 불공정한 (구)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 및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총수 일가 지배력 확대·사익 편취를 위한 현대중공업 지주회사 전환,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언어도단적 갑질 등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각종 폐단을 낳았다. 기업은 결단코 지배주주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소수 주주, 노동자, 소비자, 협력업체 등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국민연금의 투자를 통해 국민 노후 자산의 수익률에까지 영향을 주는 종합적인 경제유기체이다. 이제는 총수 일가의 이익에서 자유로운 이사회를 통해 기업 의사결정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쇄신할 필요가 있다. 2013. 7. 17. 법무부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일부개정법안을 입법예고(https://bit.ly/2EE3plz)하고도 2013. 8. 28. 박근혜 전 대통령과 10대 그룹 회장들과의 간담회 후 유야무야시킨 과오가 문재인 정부에서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투명한 기업 의사결정구조를 위한 관련 상법 개정안이 ‘기업 발목 잡는다’는 논리로 자유한국당의 심의 거부 및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사이, 기업의 오랜 숙원인 차등의결권 도입 관련 논의가 흘러나오고 있는 점이다. 2018. 10. 11.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창업벤처기업에 한해서라도 차등의결권 도입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https://bit.ly/2TSSSXk)”고 밝힌 뒤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소수주주권 강화 등을 위해 정작 필요한 상법 개정안이 아닌, 차등의결권 도입 논의가 엉뚱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세계적 기업도 차등의결권을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며 발전했다”고 밝혔으나, 구글, 페이스북 등이 차등의결권 덕분에 신성장동력을 얻고 혁신적인 기업을 세웠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는 2018. 8.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 중 ▲벤처지주회사 설립요건 및 행위제한 규제 대폭 완화, ▲벤처지주회사의 비계열사 주식 취득 제한 폐지 등의 법안 내용과도 맞물려 우려를 더욱 가중시킨다. 대기업의 자본으로 벤처산업을 활성화하고, 이를 인수하며, 거기에 차등의결권까지 보장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재벌친화 정책일 뿐, 결코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경제민주화나 혁신성장, 공정경제와 궤를 같이할 수 없다. 진정으로 중소벤처기업의 혁신과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원한다면, 차등의결권 도입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 및 그로 인한 중소기업 단가 후려치기·기술탈취, 과도한 노동시간 등의 문제 해결에 먼저 나서야 함을 정부와 여당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한편, 2018. 11. 26.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회장(https://bit.ly/2Sib8ru)은 “최근 공격적 외국인 펀드가 국내 기업의 경영권에 대한 공격 위협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경영권 확보 위협에 대해 기업들이 대항할 수 있는 방어 행위를 충분히 인정해줘야 한다”는 근거 없는 논리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발언은 법무부가 경총 회관에서 개최한 「상법 개정 관련 정책 간담회(https://bit.ly/2Sna31R)」 직후에 나온 것이라 더욱 우려스럽다. 경영계가 표면적으로 우려하는 ▲대기업에서의 실제 적대적 M&A 발생사례는 한국에서 전무할 뿐 아니라, ▲2011년 개정된 상법 제344조의3(의결권의 배제·제한에 관한 종류주식)에서 경영권 방어수단을 위한 의결권 제한 종류주식의 발행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벤처기업만을 위한 차등의결권 도입을 추진할 이유가 없음에도 이렇듯 국민에게 공포감을 조장하는 경총의 행태는 규탄받아야 마땅하다.

 

소위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은, 재벌총수가 마음대로 기업을 좌지우지한다는 문장과 결코 동의어가 아니다. 이제껏 총수의 하수인에 불과했던 이사회를 기업의 진정한 의사결정 주체로 바로 세우고, 요식행위에 불과한 주주총회를 실질적 제도로 바꾸는 것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 통과가 급선무이다. 자유한국당은 ‘반(反)기업 입법’ 운운하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개정을 막으려는 시도를 이제는 중단하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막는 것은 기업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을 장기적으로 망치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현재로서는 상법 통과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일이지, 어떠한 명분도 없는 차등의결권 도입 논의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참여연대는 시대적 요구인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회의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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