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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8.12.11
  • 410

물컵으로 시작된 갑질의 서막... 더는 미룰 수 없다

대한항공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국민연금공단의 경영권 행사 필요성①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대한항공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국민연금공단의 경영권 행사 필요성 

① 물컵으로 시작된 갑질의 서막... 더는 미룰 수 없다

② 황제경영에 사익편취까지... 빗장에, 빗장 걸어야

③ "땅콩회항 4년, 고통은 지속..." 박창진과 동료의 호
④ 대한항공에 무시 당한 국민연금, 대응 강도 높여라

 

조양호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전무가 하청 광고회사 직원에게 물컵을 집어 던진 소위 '물컵 갑질' 사건은 대한항공 총수일가 갑질 시리즈의 서막이었다. 이어 총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경비원에게 전지가위를 집어 던지고 길거리에서 운전기사를 발로 걷어찬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인천의 한 공사장에서 설계업자를 폭행하는 등 11명의 피해자에게 24차례 폭언을 하거나 손찌검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조 회장의 첫째 딸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의 '땅콩회항 갑질' 사건 이후에도 회사조직을 이용한 밀수와 가사도우미 불법입국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총수 아들, 조원태 사장도 한진그룹에서 운영하는 '인하대 부정 편입학 의혹'과 관련해 교육부의 조사대상이 되었다.

 

총수일가의 전횡은 사라진 중세의 신분제가 재벌 기업집단 내부에서는 계속 남아 있는 것으로 국민들의 눈에 비치고 있다. 게다가 국민들이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좀 더 공정하고 상식이 통하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 변화의 흐름인데, 대한민국의 국적기를 운항하는 항공사에서는 유독 총수일가의 국민적 상식과 배치되는 일탈 행위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그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 갑질사태의 본질은...

 

'물컵 갑질'은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는 폭행사건에 불과했다. 실제로 대한항공 총수일가는 시간을 끌며 피해자와 합의하였고, 조현민 전무는 형사처벌을 비껴가게 되었다. 이명희 이사장의 폭행 및 업무방해,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밀수혐의도 시간이 끌어지며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 갑질사태의 본질은 총수일가가 거대한 대기업 집단을 마치 개인회사 다루듯 다루면서 회사이익을 사적으로 빼갔다는 점이다.

 

조양호 회장은 기내물품을 구입하는 과정에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페이퍼컴퍼니를 끼워 넣어 공급가의 3~10%의 통행세를 챙기는 방식으로 196억 원을 챙겼다. 또 조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하여 조현아 3남매가 가진 주식을 계열사가 고가로 매입하게 했을 뿐 아니라, 인하대병원 인근 약국을 사실상 운영하여 1500억 원 대의 부당이득을 챙겨 약사법 위반으로도 기소되었다.

 

2016년 11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 총수일가 3남매가 지배하는 기내면세품 광고 및 통신판매 업체인 사이버스카이와 콜센터인 유니버스에 대해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지원행위로 과징금부과 처분을 내렸다.

 

한진그룹은 이 회사를 대한항공에 흡수합병시키는 한편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에서 경제력집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거래규모가 너무 작다는 이유로 승소하기도 했다(현재 대법원 계류 중). 만약 공정위가 다른 부당지원행위에 대해서도 당시 한꺼번에 처분하였다면 그 규모 면에서도 경제력집중이 우려된다는 판단을 받았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대한항공의 이사회가 총수일가의 전횡과 비리에 대해 아무런 감시·견제나 책임추궁 등 기본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거수기 노릇만 해왔다는 점이다. 이 분노는 청와대 게시판에 조양호 회장 퇴진을 위해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할 것을 촉구하는 청원서명 운동(☞ 청원 바로가기)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이다. 주식가치를 훼손하는 문제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자(스튜어드십) 역할을 공언하였던 국민연금의 역할에 기대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중점관리 사안에 해당하는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통해 기업에 개선대책을 요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비공개 중점관리 기업으로 선정된 후 연도 말까지 개선이 없는 경우, 국민연금은 해당 기업을 공개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하고 공개서한을 발송한다. 그런데도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결국 주주의결권 행사로 나아가게 된다.

 

국민연금은 2015~2018년에 걸쳐 대한항공에 대해서만 유일하게 4차례에 걸친 서한을 발송하였다. 지난 6월에 보낸 마지막 서한은 경영진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이었다. 하지만 총수일가의 전횡으로 주식가치가 크게 훼손되었는데도, 대한항공은 이사회 한번 개최하지 않고 갑질문화와 사익편취 행위 방지에 대한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음 차례는 주주권 행사이다. 이제 국민연금은 2019년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조원태 이사 등 총수일가의 이사연임에 반대하는 주주권 행사를 할 것인지를 결단해야 한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는 대한항공 정상화의 시작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대한항공의 이사회가 총수일가의 지배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이사들로 구성되어 정상화 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대한항공의 이사회가 하루 빨리 정상화해 총수일가가 회사조직을 이용해 밀수, 통행세 편취, 불법 가사도우미 송출 등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것을 막고 갑질문화를 척결하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2018년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자금 주인인 국민 이익을 위해 주주 활동 등 수탁자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게 하는 행동지침)는 2019년 중점관리 기업에 대한 비공개 대화를 거쳐 2020년에야 주주권 행사를 한다는 소극적인 로드맵을 담고 있다.

 

반면 공적기금의 사회적 책임투자의 모범적 사례라고 할 수 있는 네덜란드 공무원 연금(APG)은 기업지배구조 증진을 위해 책임투자 정책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해 오고 있다. APG는 투자정책 기본원칙에서 기업 지배구조 증진을 위한 국내외 법률과 규제 제정을 지지하고,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개선되지 않는 종목은 매도한다는 원칙도 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다행히도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 전에도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2018년 12월 14일 올해 마지막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개최된다. 과연 국민연금이 올해 마지막 기금운용위원회 자리에서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안건으로 올려 재벌개혁에 나설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상법, 공정거래법 등 재벌개혁과 관련한 다양한 입법과제들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통과에 난항이 예상되면서 문재인 정부 재벌개혁의 동력이 잠시 멈춘 느낌이다. 그러나 강력한 법만이 재벌개혁 수단의 전부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기금운용위원회가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의결해 대통령이 밝힌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한 재벌개혁의 의지'를 구현하기를 기대한다. 이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및 적용을 통해 재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통해 재벌개혁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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