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 조속히 입법해야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 조속히 입법해야

변제기간 5년→3년 통일해 유사시기 회생신청자 간 형평성 강화

접수건 대부분 최장변제기간으로 결정한 회생법원 행정 개선 시급

채무자 권리보장 및 빠른 사회복귀 위한 가계부채 관련 입법 필요

 
오늘(6/5),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구갑)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에 대한 부칙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기존 최대 5년이던 개인회생 변제기간의 상한을 3년으로 축소하는 채무자회생법 개정 이후, 면책(免責)이나 폐지(廢止)로 인해 종료되지 않은 동법 시행 전 회생신청 건에 대해서도 변제기간을 3년으로 동일하게 적용하는 내용으로, 앞서 참여연대 등이 동의원 소개로 입법 청원(http://bit.ly/2HGQejp)한 바 있다. 금융소비자 연대회의(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주빌리은행,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는 채무자의 신속한 사회활동 복귀를 위해 제정된 개인회생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리고, 법 개정 전후 회생절차를 신청하여 인가된 채무자 간 형평성을 보장하는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 발의를 환영하며, 향후 국회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동법의 신속한 통과에 힘써줄 것과, 회생법원이 채무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행정을  펼치기를 촉구한다.
 
2017. 12. 12. 개인회생 변제기간의 상한을 3년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채무자회생법 개정 이후, 2018. 1. 8. 서울회생법원(http://bit.ly/2XcgAiG)은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지침’을 제정하여 개정법률 시행 이전의 경과사건(인가 전후 사건 전부)에 대하여도 변제기간 3년 단축을 허용하기로 한 바 있다. 이는 채무자들의 신속한 사회복귀와 생산활동 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입법취지를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다른 지방법원에도 귀감이 되기에 충분한 모범적 사례였다. 그러나 2019. 3. 19. 대법원은 ‘법개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는 기(旣)인가된 변제계획에서 정한 변제기간을 변경할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채권자 ㈜한빛자산관리대부의 손을 들어주었고(2018마6364), 이에 2019. 3. 26. 서울회생법원은 1년 2개월여 만에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지침’을 폐기하기에 이른다. 원채권자가 이미 손실 처리한 부실채권을 헐값으로 구입한 뒤, 추심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대부업체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그간 변제기간 단축 신청을 하거나 신청 후 인가를 받은 채무자들의 변경 인가결정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신청이 기각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채무자회생법의 개정은 회생 가능한 채무자들을 조속히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그 의미가 있으며, 이는 개인회생제도 본래의 취지이기도 하다. 특히 간발의 시차로 동법 개정 직전 개인회생을 인가받아 3년 이상 5년 미만의 지난한 변제기간을 감내해야 하는 채무자와, 동법 개정 직후 인가로 인해 최대 3년의 변제기간을 통보받은 채무자 사이의 형평성을 비교해 볼 때 대법원의 판결은 그 불평등함은 물론이고 전자(前者)의 박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불합리한 것이다.
 
한편, 3년을 초과하는 개인회생 변제기간은 채무자의 조속한 사회복귀라는 회생제도 본연의 목표와 맞지 않는 징벌적 성격이 더욱 크다는 데에 그 문제점이 있다. 참고로 한국 개인회생절차가 입법 모델로 삼아온 미국 파산법(제13장)은 무려 40년 전인 1978년 전부터 개인회생 변제기간을 최대 3년으로 정하고, 3년 이상의 변제기간을 채무자들의 회생 의지를 꺾는 사실상의 노예적 제도로 규정했다. 일본의 민사재생법(제229조) 또한 1999년 제정 이래 개인재생(회생) 변제기간을 최대 3년으로 정하고 있다. 2019. 4. 10. 발간(http://bit.ly/2wm4zeP)된 참여연대의 관련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2009~2015년 개인회생사건 중도 탈락자의 60.3%가 변제개시일로부터 2~3년 사이 탈락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3년을 초과하는 변제기간이 개인회생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회생법원은 2014~2016년 사이 접수된 회생사건 중 96.3%의 변제기간을 3년 초과 5년 이내로 결정해왔으며, 특히 2014~2016년 사이 접수된 회생사건 83.0%의 변제기간을 당시 법률이 허용하는 최장기간인 5년으로 결정했다. 이처럼 채무자가 처한 상황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없이 사실상 기계적으로 대부분의 변제기간을 법에서 허용하는 최장기간으로 결정하는 회생법원의 경직된 행정은 시정되어야 마땅하다. 
 

<표 1> 개인파산·회생 접수 추이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개인파산

84,725

69,754

61,546

56,983

55,467

53,865

50,288

개인회생

46,972

65,171

90,368

105,885

110,707

100,096

90,400

 
또한, 위 <표1>에 따르면 2010년 84,725건이던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2016년 50,288건으로 확연히 감소했으나, 동기간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46,972건에서 90,400건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개인회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산절차 신청의 장벽이 높고, 그 인용이 까다롭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며, 회생법원은 채무자의 조속한 사회복귀를 위해 점진적으로 증가해야 할 개인파산 건 수가 오히려 감소하는 작금의 상황을 유념하여 채무자를 보다 고려한 행정을 펼쳐야할 것이다. 
 
개인의 빚을 원죄(原罪)시하고, 채무자의 권리보다 채권자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분위기에서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창업 등의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안정’만을 추구하는 경직된 사회 시스템을 만들며, 피치 못한 사업실패 등을 겪은 개인의 조속한 사회복귀 및 생산활동을 가로막아 국가적으로 더 큰 손실을 불러온다. 그간 경제가 우선이라는 논리로 대기업 계열사들의 부실에 공적자금을 아낌없이 투입해온 한국의 ‘대마불사’ 풍토에 비춰봤을 때 채무자의 ‘회생’이 아닌 ‘상환’에 더욱 집중하는 현재의 채무자회생법은 결코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2018년 말 한국의 기준 가계부채 잔액은 1,789조 원(자금순환 기준)을 돌파했으며, 이는 2018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1,782조 원을 능가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2015년 이후 역대 최저인 1%대 기준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후 금리상승 시 취약차주 상환 부담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 박주민 의원의 이번  채무자회생법 발의는 이러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는 동법 뿐 아니라 현재 계류 중인 ▲1가구 1주택자가 주택 상실없이 회생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비면책채권의 범위를 줄이는 내용의 채무자회생법,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일원화하는 「이자제한법」 및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 민생법안의 통과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기실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하는 것은 금융위원회의 관련 시행령 개정으로도 가능함을 밝혀둔다. 금융소비자 연대회의는 박주민 의원의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 발의를 다시 한번 환영하며, 국회와 정부가 채무자의 최소한의 삶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활동에 시급히 나서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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