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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개혁/경제민주화
  • 2019.07.22
  • 1346

회계사기 인정·진술 번복·주식 매입자금 부당 보전 등 혐의 
김태한 삼바 대표 등 영장 기각한 법원 판단 납득 불가

콜옵션 평가 은폐·삼바 내부 문건 관련 과거 진술 뒤집고 회계사기 인정

미전실도 말렸던 ‘회사 돈 이용해 자기 잇속 챙기기’ 혐의 새로 드러나 

법원, 눈 앞의 범죄 사실 무시한 채 어떤 논리로 기각 판단했는지 의문 

이재용 부당승계 및 삼바 회계사기, 섣부른 애국주의로 가려서는 안 돼

 

최근(7/20)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5조원 대 회계사기 혐의와 30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대표이사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가 수집되어 있는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유사한 사유로 김태한 대표와 함께 영장이 청구된 삼바 재무이사와 경영혁신팀장의 영장도 기각했다. 언론 보도(http://bit.ly/32HirPu)를 종합하면, 김태한 대표 등은 ▲2014년까지 합작계약서를 숨겼다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2014년까지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의 검토 결과 공시가 필요없다는 판단이어서 콜옵션을 공시 하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번복하였고, ▲2014년말에 실제로 콜옵션 평가를 했다는 점을 시인함으로써 2015년에 들어서 비로소 회계기준을 변경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이 드러났으며, ▲삼바 내부 문건에 언급된 것처럼 2015년에 삼바의 자본잠식을 회피 하기 위해 1)바이오젠과의 계약서 소급 수정, 2)지배력 판단을 변경하여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 3)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유지하되 그 기업가치 평가액 축소 등 3가지 방안을 모두 검토한 사실도 인정하였고, ▲최종적으로 그 중 두번째 방안을 선택해서 정당한 사유없이 오로지 ‘삼바의 자본 잠식을 회피’하기 위해 지배력 판단을 변경하여 4조5천억원의 회계사기를 저질렀음을 인정했다. 즉 그동안 삼바가 금융감독당국과 검찰 수사과정 그리고, 자사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줄곧 펼쳐왔던 주장(http://bit.ly/2LhKtff)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점과 그동안 참여연대와 언론이 제기한 의혹들이 모두 사실임을 시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가 수집되어 있는 점 등을 불구속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 두 이유 사이에도 모순이 존재한다.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은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는 의미인데 ‘증거가 수집돼 있으므로’ 구속 필요가 없다는 건 무슨 말인가? 추측하건대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관계에 관한 증거는 충분히 수집됐고, 법리적인 판단만 남았다는 취지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이 사건에서 범죄사실이 모두 드러났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이와 같이 엄청난 규모의 분식을 지시하고 주도한 '주체'에 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 보아야 하고, 증거인멸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8년 5월부터 12월까지 삼성전자, 삼바,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에서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임직원들이 줄줄이 구속된 상태에서 김태한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검찰수사가 회계사기의 최종 책임자인 이재용 부회장으로 확대되는 것을 법원이 의도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인지하고 있던 콜옵션을 고의적으로 누락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장부를 거짓으로 쓰고, ▲그 결과 자본잠식 회사를 흑자 회사로 분칠하고, ▲금융감독당국인 증권선물위원회가 이를 고의적인 회계사기로 판정하여 검찰에 고발했고, ▲그 과정에서 그동안 펼쳤던 변명 아닌 변명조차 모조리 거짓말이었음을 자인한 사건이 ‘회계사기인지 아닌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도대체 대한민국의 영장 전담 판사가 생각하는 ‘다툼의 여지가 없는 회계사기’란 어떤 것이란 말인가? 범죄 사실과 증거인멸에 대해 관련 당사자들이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관련 사실을 시인했건만, ‘범죄는 있으나 범죄자는 없는’ 이 형국을 법원은 무슨 논리로 합리화할 수 있겠는가? 혹시나 법원이 어설픈 기업보국(企業報國) 논리나 섣부른 애국주의에 사로잡혀 눈 앞의 명백한 증거와 진술 번복에 눈을 감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 김경율 회계사)는 ▲회계사기와 관련한 증거와 자백, 콜옵션 은폐와 관련한 진술 번복 등에도 불구하고 영장 기각이라는 결정을 내린 법원의 판단을 개탄하며, 검찰은 이번 영장 기각에 위축됨이 없이 ▲추가 수사를 통해 증거 및 논리를 보강하여 범죄자들의 신병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과 ▲최근의 진술 번복을 통해 그 부당성이 더욱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는 ‘제일모직-(구)삼성물산 부당합병을 통한 이재용 부회장의 부당 승계’라는  이 사건의 본류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것을 촉구한다.

 

물론 구속영장 기각이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모든 범죄혐의자를 다 구속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광범위한 증거인멸이 자행된 점, ▲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김대표가 그런 모의에 참여했고, 그동안 거짓 진술을 통해 진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해 왔다는 점, 그리고 이번 분식회계 중 ▲콜옵션 고의누락 부분은 국민연금 및 많은 소수주주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던 제일모직-(구)삼성물산의 부당합병과 관련되어 있는 점, ▲정당한 사유 없는 지배력 판단 변경 부분은 사기상장과 연관되는 점 등 그 범죄의 내용과 규모가 중대한 경우, 법원은 무엇보다도 범죄 사실과 진술 등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하여 구속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서 법원은 수많은 객관적인 증거와 거짓 주장의 번복 및 사실 관계의 시인 등에 모두 눈을 감고 “범죄의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말만을 준비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혹시라도 이러한 법원의 판단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어려운 국내 경제 상황 등을 언급하여 법리 외적 요소를 거론한 삼성의 호소를 받아들인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언론(http://bit.ly/2M44DZM)에 따르면 법적 공방 끝에 삼성 측은 "일본 문제도 있고, 나라 경제가 이런데..."라며 호소에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해 삼성그룹에 닥친 부담과 위험은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일 뿐, 이재용 부회장 승계를 위해 자행한 제일모직-(구)삼성물산 부당합병, 삼바 회계사기 등에 대한 응분의 사법적 책임과는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할 별개의 사안이다. 특히 국정을 농단하고, 천문학적 규모의 회계사기를 자행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합병 비율 검토 보고서, 콜옵션 가치평가 보고서 등을 조작하여 자본시장의 기본 질서를 훼손한 삼성이 거꾸로 나라 경제를 운운하며 선처를 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적반하장일 뿐만 아니라 법 위에 군림하는 오만한 자세를 다시 한 번 드러낼 뿐이다. 총수 등의 안위와 기업의 안위가 엄연하게 구분됨에도 불구하고 그 근거조차 불분명한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여 법원이 섣불리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 이는 재벌 총수일가의 사법 유린 행위를 우리 사회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 

 

한편, 김태한 대표는 자신의 삼바주식 매입자금을 회사 돈으로 보전한 횡령 혐의에 대해 "회사 성장 기여에 대한 정당한 성과급"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회사가 사내 이사의 주식 매입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스톡옵션을 부여하면서 이를 공시하지 않은 문제, ▲이사회에 해당 상여금의 성격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자기거래시 이사의 이사회에 대한 설명 의무’를 위반한 절차적 문제, ▲주식매입자금 보전을 ‘이사에 대한 보상 한도 증액’으로 포장하여 주주총회를 어물쩡 통과  한 점 등 모든 측면에서 위법의 개연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경영자의 자기회사 주식 매입 행위는 내부정보의 이용 가능성 때문에 언제나 자본시장의 투명한 감시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경영자의 자기 회사 주식 매입에 대해 회사가 이사회의 정확한 상황판단과 명시적인 승인없이 사후적으로 그 경비를 보전해 준 행위는 정당한 성과급이라고 볼 수 없다. 심지어 이를 보고 받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까지 이 방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이런 행위의 위법 가능성을 진단한 법무법인 광장의 법률자문까지 존재(http://bit.ly/2JKueW1)했다는 점 등은 이것이 정상적인 상여금일 수 없는 추가적 정황이다. 이것이 혹시 총수일가의 승계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불법행위에 대한 보상은 아닌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요구되는 이유다. 

 

지금까지의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삼바 및 삼정 요구에 따라 채권평가회사들이 콜옵션 부채 평가불능 사유 조작하고 평가시점 및 문서번호 위조, ▲2015년 5월 합병 과정에서 삼정과 안진이 삼성의 요구에 따라 합병비율 검토보고서 조작, ▲2015년 하반기에 자본잠식을 회피하기 위해 정당한 사유없이 지배력 판단을 변경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실행하는 등, 삼바 회계사기 사건의 경악스러운 실상이 고구마줄기처럼 드러나고 있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에서 이뤄졌다고 믿기 어려운 심각한 범죄 행위가 의미하는 바는, 삼성이 총수의 이해관계 앞에서는 어떠한 범죄 행위도 감수한다는 점과 삼바 분식회계는 제일모직-(구)삼성물산 합병과 연관된 이재용 부회장의 부당 승계작업의 일환이며, 그 중심에 이재용 부회장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 혐의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응분의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사회는 삼성공화국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으며, 재벌총수에 대한 느슨한 사법집행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우려를 현실로 각인시킴으로써 공정한 법 집행과 공정경제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이제는 총수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라면 최소한의 상식과 이성도 상실한 채, 자본시장의 기본 질서마저 훼손하는 법 위의 삼성을 뿌리 뽑아야 한다. 법원의 성찰과 검찰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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