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사각지대 갇힌 채무자 호소 외면, 멈춰버린 국회 규탄

사각지대 갇힌 채무자 호소 외면, 멈춰버린 국회 규탄

민생법안인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 
국회가 소외된 약자의 절박한 삶의 목소리에 적극 응답해야

변제기간 3년 이상 탈락률 높아져 제도 취지 퇴색, 입법 시급해

개정 변제기간 단축 사각지대 놓인 채무자 형평성 문제 해결해야

 
회생채무자들 간 형평성 문제 해결 및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입법이 절실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의 올해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개인회생 변제기간의 상한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도록 2017년 12월 개정된 채무자회생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2018년 6월 법 시행 전 회생신청 건에 대해서도 면책이나 폐지로 인해 종료되지 않았다면 변제기간 상한을 동일하게 3년으로 적용하자는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은 가급적 빨리 입법되어야 한다. 법 개정 이후 변제기간 3년을 초과하여 인가 받은 채무자들도 상당수 존재하는데다, 대법원이 채권자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회생법원의 기 인가 사건 변제기간 단축 결정을 파기 환송함에 따라 서울회생법원의 지침에 따라 변제기간 3년 단축을 신청한 수천 명의 채무자들의 단축 신청이 계속해서 취소 또는 기각되고 있다. 또한 변제기간 3년이 넘어가면 개인회생 중도탈락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제도 실효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이에 금융소비자 연대회의는 ▲채무자의 신속한 사회활동 복귀를 위해 제정된 개인회생제도와 개인회생 변제기간의 상한을 3년으로 축소하는 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의 본연의 취지에 부합하고, ▲채무자 간 형평성을 보장하는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다.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은 2017. 12. 12. 개인회생 변제기간의 상한을 3년으로 단축하는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2018. 6. 13. 법 시행 전 개인회생 인가를 받아 개정 채무자회생법 사각지대에 놓인 채무자들과 법 시행 후 인가를 받은 채무자 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2018. 1. 8. 서울회생법원이 채무자들의 신속한 사회복귀와 생산활동 복귀를 촉진하고자 하는 입법취지를 반영해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지침’을 제정(http://bit.ly/2XcgAiG)하여, 개정법 시행 전 신청된 개인회생 사건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변제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는 것을 허용했지만 대법원이 서울회생법원의 기 인가 사건 변제기간 단축 결정을 파기 환송했다. 이에 서울회생법원은 지침을 폐기했고, 서울회생법원의 업무지침에 따라 변경 된 개인회생 계획 7,326건 중 3,302건이 취소(2019. 7. 기준)되었다. 게다가 서울회생법원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항고한 채권자는 원채권자도 아닌, 추심을 전문으로 하는 대부업자인 경우가 많아 그러한 추심전문업자의 신뢰를 보호할 이익이 채무자의 신속한 사회 복귀를 위한 변제기간 단축의 이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결정은 더욱 부당하다.
 
하지만 대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법원의 업무지침과 안내를 신뢰하여 변경계획안을 제출한 수천 명의 회생채무자들이 하루아침에 인가취소라는 날벼락과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자, 이는 물론 채무자 간 형평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마련된 입법적 대안인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반대 입장을 밝하며 채무자들을 더욱 절망에 몰아넣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제1차(2019. 11. 21.) 회의록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채권자의 기존 신뢰 보호에 심각한 문제가 초래가 되어 일괄적용에는 문제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는 대법원이 2004. 10. 26. 개인채무자회생법 폐지 후 채무자회생법 도입 당시 종전의 8년의 변제기간 상한을 5년으로 일괄적으로 단축한 바 있는 선례에도 반하는 것이다. 특히 채권자 보호에 대한 고려보다는 지나치게 가혹한 5년의 변제기간을 단축하고자 2017년 법 개정이 이뤄진 점, 개정법 시행 전후 인가된 채무자 간에 심각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지나치게 채권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입장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법원은 법 개정 전에도 이미 변제기간 단축, 변제계획 변경, 특별 면책 등 넓은 재량을 갖고 있었고, 개정법 시행 직전 5년의 변제기간으로 인가된 채무자도 폐지 후 새로 신청하여 변제기간을 3년으로 단축할 수 있었고, 면책 또는 폐지되어 종료된 사건이 아닌 이상 법원이 변제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이 법원이 제 역할을 하지 않은데 따른 불가피한 입법적 대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법원행정처의 입법 반대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인가 받은 시점에 따라 변제기간이 최대 60개월 또는 최대 36개월로 결정되어 최대 24개월의 변제기간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를 최저생계비만으로 생활하며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해 온 회생채무자들에게 감내하라고 하기엔 그 형평성 문제가 너무나도 크다. 실제 3년 이상의 변제기간을 정한 채무조정제도는 사실상 노예제도라는 비판에 미국과 일본은 각 1978년과 1999년부터 상환기간을 최대 3년으로 하고 있으며, 3년이 넘어가는 변제기간은 중도 탈락률도 높아 제도 실효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채무자회생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에, 그 적용범위를 기존 채무자에게도 넓히는 것이 개인회생제도의 취지와 법 개정 취지에도 부합한다.
 
개인회생제도 및 개정된 채무자회생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채권자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법원의 입법 반대도 문제이지만 더욱 큰 문제는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이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해 이견을 좁히거나 회생채무자간 형평성을 강화하고 제도 및 법 개정 취지에 부합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 후 한 달이 넘도록 법안 논의가 이뤄지지 못해 사실상 올해 처리는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변제기간이 36개월 이상인 채무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개인회생제도에서 중도 탈락할 확률이 높아진다.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될 수록 수많은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채무자들의 고통 역시 가중될 뿐이다. 법원의 안내에 따라 인가계획 변경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허가했지만 하루아침에 취소를 통보받아도, 빚을 제대로 갚지 못했다는 자책과 싸늘한 여론으로 인해 문제제기조차 쉽지 않은 것이 회생채무자들의 현실이다. 이들이 처한 고통에 공감하며 채무자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고 제도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다. 입법을 호소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국회가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 없다. 소외된 약자의 절박한 삶의 목소리를 이런 저런 핑계로 외면하는 국회라면 대체 그 존재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정쟁에 매몰되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20대 국회가 절실한 민생입법 중 하나인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2019. 12. 30.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소비자단체 연대회의( ‘금융소비자 연대회의’)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주빌리은행,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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