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진칼 주총, 기업지배구조 개선 위한 정관 변경안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진칼 주총, 기업지배구조 개선 위한 
정관 변경안 반드시 통과시켜야

전자투표제 도입, 배임·횡령 이사 직위상실 등 이사회 개혁안 통과 핵심

조원태 회장 연임안 부결시키고 총수일가 경영에서 손떼야

 

내일(3/27)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다. 총수일가인 조원태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연임 및 이사회 관련 정관 변경 안건 등이 주요 안건이다. 세간의 이목은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조원태 회장과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및 반도건설 계열사로 구성된 주주연합 간 분쟁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주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자투표제 도입, 배임·횡령 이사의 직위 상실, 이사회 구성원의 성(性) 다양성 보장, 사외이사 중심의 각종 위원회 설치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들의 처리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한진칼 지배구조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 조원태 회장 우호 지분 및 주주연합, 국민연금을 비롯한 여타 주주들의 정관 변경 안건 통과를 위한 의결권 행사를 촉구한다. 상표권 이용료 부당 편취, 개인회사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한진그룹 계열사에 손해를 끼치고 지배구조를 악화시킨 조원태 회장의 연임은 부결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롯한 총수일가는 이제 한진칼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

이번 주주총회에 상정된 정관 변경 안건 중 주주연합이 제안한 제7호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자투표제 도입(7-1호), 배임·횡령 이사의 직위 상실(7-3호),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하지 않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선제적 반영(7-7,7-10호) 등 상당히 개혁적인 안이 상정되었다. 또한 ▲이사회 내 위원회의 경우 7-8호는 보상위원회의 100%, 거버넌스위원회 및 내부거래위원회의 2/3, 사외이사후보추천 위원회의 50%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며 이들 이사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사외이사가 각 위원회 위원장을 맡도록 해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을 높였다. 또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역량 강화를 위해 이사회 내 준법감시·윤리경영, 환경·사회공헌위원회 설치를 가능하게 했다. 현재 한진칼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으나 한 번도 회의가 열리지 않는 등 그동안 위원회의 기능이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정관변경을 통해 새로 구성되는 내부 위원회의 실질적인 활동을 기대한다. ▲이사회 구성 및 소집 관련해서도 7-6호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하며, 의장의 부당한 소집 거절 시 다른 이사가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게 했다. 조원태 회장 또한 이사회의 구성과 위원회에 대한 정관변경안을 제6호 안건으로 내놓은 바 있다. 만약 조원태 회장 및 주주연합 측이 자신들의 주장처럼 한진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가 높다면, 경영권 분쟁과 상관없이 이러한 안건의 통과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으로, 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만약 이들 과점주주들이 상대방 정관변경 안건에 각각 반대표를 행사시, 자칫하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조원태 회장과 주주연합, 그외 주주들은 정관변경을 위해 이 의안들에 반드시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국민연금은 충실한 국민 노후자금의 수탁자로서 조원태 회장의 이사 연임 안건에 반대해야 한다. 조원태 회장은 연차수당 244억 원 및 직원 3천 명에 대한 생리휴가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또 2012년부터 대한항공 및 한진칼 등의 이사로 재직하면서 조양호 전 회장의 각종 횡령·배임 행위를 사실상 묵인하는 하는 등 이사의 감시·감독 의무를 해태하여 그 자격에 심각하게 미달한다. 2019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내놓은 ‘횡령·배임 이사의 직위 상실’ 정관변경 주주제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한 첫 사례이다. 그러나 해당 주주제안의 부결 이후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대해 유의미한 주주활동을 진행한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2020년 2월 새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조원태 회장의 연임에 대한 국민연금 반대의결권 행사를 결의해야 하며, 이사회 개선을 위한 각종 주주제안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한진칼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진행해야 한다. 

이번 한진칼 주주총회는 ‘조원태냐, 주주연합이냐’를 가리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주주총회의 실효성 제고를 통해 이사회를 독립적 경영기구로 쇄신하고, 한국 재벌대기업의 전근대적 경영 행태를 개선하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설사 조원태 회장의 연임이 부결되더라도 이것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로 연결되어서는 곤란하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모두 최근에 제기된 ‘대한항공의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 리베이트 의혹’ 사건 발생 당시 대한항공 등기이사를 맡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으로 2017년  대법원에서 유죄선고, 명품 밀수 및 외국인 가사노동자 불법 고용 혐의로 2019년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은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조원태 회장 연임이 부결되더라도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가 있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총수일가에서 독립적인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운영은 한국 기업의 낙후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조원태 회장과 주주연합은 과점주주로서 한진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하며, 조원태 회장 이사 연임 안건에 대한 찬반 여부와 상관없이 정관변경 안건을 통과시켜야 한다. 국민연금 및 기관투자자들은 조원태 회장 연임 안건에 반대하고, 역시 정관변경 안건 통과 및 이후 적극적 수탁자 활동에 힘써야 한다. 주주들의 각성을 촉구하며, 내일 정기주주총회 이후 달라진 한진칼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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