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회는 공정경제 입법 반드시 처리하라

정부가 2020.8.31.국회에 입법제안한 「상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공정경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전경련, 경총 등 경영자단체들이  지난 9월 16일 반대성명을 발표한데 이어(https://bit.ly/2FT60t3), 대한상의도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하고(https://bit.ly/3iUfAua), 어제(9/22) 국회를 방문해 여야 대표와 면담을 가졌다. 이들 경영자단체는 이번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옥죄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시장의 기본룰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의 이해(interests)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경제구조와 이를 옹호하는 담론이야말로 그동안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총수의 사익편취를 가능하게 하고, 견제장치 없는 불공정한 법률·관행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실질적인 시장원리의 작동을 저해해온 주된 요인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국회가 경영자 단체들의 요구에 휘둘리지 말고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부의 독점과 세습, 불공정거래 환경을 개선할 최소한의 원칙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계류 중인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조속하고 온전하게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

 

대한상의, 경총 등 주장, 기업가치 보존 및 공정한 시장경제에 위배 

대한상의는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주된 사유로 (1) 상법상 감사위원 분리선출 신설에 따른 주식회사의 기본원리 침해, (2)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규제 강화가 기업투명성제고에 협력한 지주회사에 대한 역차별, (3) 공익법인 출연주식에 대한 의결권 규제 신설 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위축 등을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총수가 각종 편법을 동원해 자신의 보유지분에 비해 과도하게 주어진 경제적 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한 어떠한 감시와 견제 장치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구실에 불과하다. 경영자단체들은 이번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가 재계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합리적 수준의 비판을 제기하는 것을 넘어 제도 개선 취지와 내용 자체를 왜곡하고 있다.  

 

기업가치 훼손, 부정한 경영 방지 위해 감사위원 분리선출 필수적

우선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는 그동안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이 이사를 먼저 선출한 뒤, 그 중에서 감사를 뽑는 방식으로 감사·감사위원 선출 시 의결권 3% 제한 규정을 무력화해온 그동안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개선방안이다. 이에 대한상의는 보유지분에 의한 다수결 원칙으로 경영진을 선출하는 것이 주식제도의 기본원리이며, 기업의 이사회의 구성원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게 하고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기본룰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업의 감사·감사위원은 기업을 실제로 경영하는 집행임원이 아니다. 이들의 역할은 주주 일반의 이해의 입장에서 기업가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경영인들이 기업을 합리적 기준에 따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지 감시·견제하는 주체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므로 지배주주로부터의 독립성과 객관성이 더 중요하다. 더욱이 최근 검찰이 기소한 삼성물산 부당합병 사건에서 보듯, 그동안 수많은 기업들의 최우선 경영목표가 회사가치의 상승 및 기업의 성장이 아니라 총수와 지배주주의 사익 보장이 되어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업 경영진에 의한 부당·불법적인 결정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는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통한 총수의 사익편취 규제, 후퇴돼선 안 돼

 

내부거래 규제 대상 기업 확대가 지주회사에 대한 역차별 소지가 있다는 주장 역시 억측에 불과하다. 공정거래법 상 부당한 내부거래 규제 규정은 기업집단의 총수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업과 그밖의 사업자들 사이에서 공정한 경쟁 조건을 보장함과 더불어 합리적 근거없는 부당한 일감몰아주기로 인해 그렇지 않았다면 얻을 수 있었던 기업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마련된 제도이기도 하다. 즉, 기업의 ‘정상적인’ 거래행위나 이익추구 행위를 막는 제도가 아니다. 대한상의의 주장대로 지주회사를 통한 계열사 지배를 인정해야한다는 전제를 받아들인다하더라도, 안정적인 지배구조 확보는 지주회사가 정당하게 조달한 비용으로 법률로 정한 최소한의 의무지분 보유 및 의결권 확보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총수의 사익 보장을 위한 불공정거래를 막고, 회사의 이익에 위배되는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것은 지주회사 제도에서의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오히려 최근 재벌집단의 지배구조가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되면서 자회사간 불공정 내부거래 규제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주장도 공정거래법 개정의 취지를 악의적으로 왜곡한 것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 공익법인은 기업의 출자 및 기부 등으로 마련된 기금을 활용해 사회 공익적 가치의 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제1의 원칙으로 두어야 하며, 이러한 이유로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까지 주어진다.  따라서 공익법인의 주식소유 또한 기금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수익 창출 목적에 국한되어야 한다. 공익법인의 보유주식을 통한 의결권 행사는 재벌총수가 기업지배력 강화를 위한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기업집단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편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부당한 경영권 승계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제한되어야 한다.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조건과 관련해서도 대한상의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선 안된다. 다중대표소송을 대상 기업을 모회사가 지분 50%를 초과보유한 자회사로 정한 현 상법 개정안 기준을 ‘99%’ 초과 보유 경우로 한정해야한다는 대한상의의 주장은 사실상 해당 제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에 다름없다. 모회사가 우량계열사로 하여금 부실계열사를 지원하게 하였다가 동반부실하게 만든 롯데그룹 사건(https://bit.ly/2HnPTo9)과 같이 모기업 경영진이 부당한 지시로 자회사가 부실화되고 그에 따라 모기업마저 손실을 입게 될 경우, 그 주요 이해당사자인 소수주주에게 이에 대해 책임을 물을 권리가 있음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 도입되는 다중대표소송 제도가 실효성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역으로 기업의 실질적 지배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30% 이상 지분을 소유한 회사에게까지 그 대상 범위를 확대해  규정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제민주화는 현 정부 이전에 이미 지난 2012년 대선부터 우리사회의 변혁을 요구하는 화두로 부상했다. 그에 따라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 2013년 감사위원 분리선출, 이사회의 업무집행기능과 감독기능 분리, 전자·집중투표제 의무화, 주식총수의 50% 초과 주식을 가진 자회사에 대한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 내용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었고(https://bit.ly/36Zbq13), 지난 2018년에는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기업의 자료제출권한 의무 부과, 전속고발제 개편 등을 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입법제안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법안들은 오래도록 뿌리깊은 불공정 경제체제 하에서 부를 독식해온 세력에 의해 입법이 좌절되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정경제 법률 입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현 시국은 그동안 미완에 그쳐온 경제민주화의 진전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다. 국회는 재계가 주장하는 모순된 논리에 흔들리지말고, 이번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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