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기타(ef) 1998-06-08   1132

[김대중정부 100일 평가] 경재분야(3)

4. 전면 대외 개방과 국민경제 공동화의 위험

4.1. 자유경쟁시장질서를 지향하는 새정부의 긴축정책과 금융 기업의 구조조정 정책은 대외 전면개방 정책과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경제의세계화는 효율화, 민주화와 함께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주창되고 있다. 무차별 전면 개방 정책은 두 가지 논리에 의해 정당화되고 있다. 하나는 공정한 경기규칙의 확립이다. 글로벌한 규범, 투명성, 공정한 경쟁은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차별없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외국자본이 들어와야 한국경제가 살 수 있다는 논리다. 어떻게보면 지금 현정부의 모든 정책은 이것을 최고 기준으로 해서 운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IMF가 제시한 일정보다 앞당겨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55% 까지 확대하였고 적대적 인수합병을 허용하였으며, 채권시장과단기금융상품을 완전개방하였고, 외국은행과 증권회사의 국내현지법인설립을 허용하였다. 뿐만 아니라, 외환규제를 완전히 철폐하였다. 그리하여 한국의 금융시장은 국제투기자본의 유출입활동에 그대로 노출되게 되었다.

IMF의 구제금융지원 결정과정과 외채만기유예 협상과정에서도 명백히 드러났지만, 자본시장 자유화와 외환 자유화에 대한 IMF의 요구는 미국의 요구이고, 미국의 요구는 월가 금융자본의 요구이다.

4.2. 긴박했던 외환위기 수습의 필요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IMF와 미국측개방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주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대외 신인도를 제고하고 구조 조정을 위한 외자 유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더 많은 개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개방에도 정도가 있어야 하고 선별적으로 개방하는 분별책이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개방의 이익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개방의 재앙이 닥쳐올 수 있다. 우리가 한국국경을 통과하는 자본의 유출입과 외환 거래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자유화시켰다고 할 때, 우리는 일상적 외환위기의 위험아래에 놓이게 되는 것이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는 약과인더 큰 위기가 닥쳐 오지 않는다고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금융, 외환 자유화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삭스와 같이 사려깊은 자유주의자들도 비판하고있는데, 현정부의 개방정책에는 이 위험에 대한 경각심과 대비책이 보이지않는다. 지금처럼 국민경제의 운명을 단기 투기자본의 신인도에 내맡겨,우리 경제주권을 모두 다 내어주다시피 하는 전면 개방 정책은 국민경제의 회복과 발전에 순기능을 하기보다는 그 안정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외환 위기를 재발시킬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4.3. 오늘날 전세계적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금융글로벌라이제이션 추세는국민경제 차원의 규제에서 벗어난 국제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한다. 자유무역의 경우와는 달리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세계경제 전체의효율성을 높이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국제금융시장의투기적 성격과 그로 인한 금융체제의 불안정성 등은 흔히 지적되는 문제점이며, 이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국제적 차원의 규제가 모색되어야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자본자유화 등의 조치를 통해서 국제금융시장과국내금융시장이 통합될 경우, 그 나라의 경제정책 자율성 내지 주권은 근본적으로 제약되지 않을 수 없다. 단기적 군중심리에 의해 행동하는 국제투자자들의 신인도를 확보하지 않으면 이들의 투기적 공격의 대상이 되어파괴적인 외환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외환시장의 안정 즉 환율안정에 정책을 집중시키지 않을 수 없다. 이럴 경우이자율과 통화량 정책은 환율안정 정책에 종속되어 버리기 때문에 국내경기와 물가를 조절하는 주요정책수단으로서의 통화금융정책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재정정책 역시 그것이 외국환 공채 발행 등처럼 외환시장과 연결되어 있는 한 그 자율성이 제약된다. 이처럼 국제금융시장에편입된다는 것은 국민국가 차원의 경제정책 주권을 크게 포기한다는 것을의미하는 것이다.

4.4 국제금융시장의 평가에 따라 국내경제정책이 운용된다고 해서 투기적공격에 의한 외환위기의 가능성이 없어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극도의 정보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국제금융시장에서의 투자자 행위는군중심리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시장은 극도로 불안정하고 투기적일 수밖에 없다. 투기적 동기에 따라 움직이는 엄청난 규모의 국제금융자본을일국 차원의 정책이 방어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한국처럼소국이고 또 금융씨스템이 발달되지 못한 나라가 대외개방을 통해 국제금융시장과 통합되면서도 외환위기의 가능성을 동시에 차단할 수 있다고 희망한다면 그것은 환상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자기조절적 시장의 신화가오늘날 신자유주의적 국제금융질서에서처럼 적나라하게 허구적인 것으로폭로된 경우는 드물 것이다. 계획공상주의가 있다면, 그 정반대의 대극에시장공상주의가 있는 것이다.

4.5 김대중 정부는 구정부 핵심관료들의 환란 책임수사 등에서 보듯이 구정부의 정책 실패를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세계화=탈규제정책의 기본 기조에 대한 반성은 없는 채로 정책 운용과 보고체계상의잘못만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정책운용과 보고체계상의 잘못이 없다는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그 잘못도 대단히 큼은 물론이다. 그러나 정책 기조의 잘못은 그 이상으로 크다. 그런데 새정부의 대외 전면 개방 정책은구정부의 세계화 정책의 완성판과 다름이 없는 것이며, 이 정책 기조는,오늘의 경제 위기의 기본 원인이 세계화 정책에서 야기되었다는 교훈을 완전히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위기와는 달리 한국의 1980년대초의 위기는 상대적으로 파장이 적었고 또 회복도 빨랐는데, 그 이유는 안보위기를 고려한 미국, 일본의 개별국가 레벨의 지원과 3저 호황이라는특수 요인도 있지만, 수출 정책이 대외적 금융 자율성, 선별적 개방정책과 결합되어 있었다는 이유가 크다

4.6 국제적으로 보면 멕시코와 칠레가 대조적인 비교 사례다. 멕시코는IMF 구제금융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거론되곤 하지만, 미국 자본이 국내경제의 중추를 장악하고 있는데다가, 전면 개방화가 야기한 단기금융자본의투기적 유출입때문에 1994년에 외환 위기가 재발하였다. 1994년 멕시코 위기가 단기 국채에 투자된 국제 투기자본이 일시에 이를 팔아치우고 빠져나가면서 증폭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반해 멕시코 페소위기의전염으로 중남미 전체가 심한 타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칠레가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투기자본을 규제하는 단기외화자금예치제도에 기인한 바 크다. 이 제도는 해외에서 자금을 차입하는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해 유입자금의 30%를 무이자로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제도이다. 한국도 눈앞의 개방이익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개방 재앙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내외자본의 투기적 이동에 대한 규제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4.7. 새 정부가 외국자본 유치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경제 위기라는 객관적 사정 때문에 부득이한 측면도 있지만, 구조조정 정책의 문제점 때문에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 IMF에 의한 직접적인 통화량 규제는 내자 동원을 위해 국내 통화정책을 사용하는 것을 막아 놓았다. 그리고 미국의 기준에 맞춘 비현실적인 금융기관 BIS 비율과 기업 부채비율 조정 정책 또한우리 자체의 능력을 넘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 자본의 도입이 불가피하게된다. 그래서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고금리 정책을 쓰고 있지만, 외자도입은 미미한 반면, 국내 기업의 도산은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 일어나고있다 그리고 기업 도산은 다시 외자유치를 어렵게 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있다. 현재의 구조 조정 정책으로는 금융기관이 단기 상업주의적 경영에전념케 함으로써 국내 금융과 국내 기업간의 발전적 협력 관계를 해체시킬 우려가 있다. 산업금융체계와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책은 새정부 구조조정 정책의 구성요소로 들어와 있지 않은 것 같다.

4.8.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에 따라 국내 경제가 공동화될 수 있는 위험성이다. 경제 정책의 기조가 오로지 시장 경제에 대한 경기규칙만 감시하는 것으로 국한되어 더 이상 정부과 기업간 지원과 실적의 교환관계가 사라지고, 또 자본의 국경이동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졌다고 할 때, 국내 재벌경영의 무게중심이 더 이상 국내시장에 머물러 있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외국자본이 그러하듯이, 한국 재벌은 세계 이곳 저곳으로 자본 활동에 가장 유리한 투자처를 찾아 나설 것이다. 재벌은 고삐 풀린 말처럼 점점 국민적 이익과는 동떨어진 채 국제자본과의 제휴를 통해 세계 경영으로 나아갈 것이다. 제 2의 외환위기는 외국자본뿐만 아니라, 국내자본의 해외 이동에 의해서도 유발되고 촉진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한국 국민의 생활은 외국자본의 철수 위협과 국내 재벌자본의 세계경영의 위협에 그 운명을 내맡기는 처지가 될 것이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노동에 대해 직접적인 압박을 가할 뿐만 아니라, 자본과 노동이 갈등하면서도 국민경제 내부에서 우호적으로 협력 결합할 수 있는 근거까지 위협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클린턴 행정부의 로버트 라이시가 로라 타이슨과 논쟁하면서 주장한 것처럼, 더 이상 기업의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이땅에 있는 기업은 모두 우리 기업이다는 주장을 펴야 할 것인가. 그것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4.9 그러므로 외자 유입과 국내 자본의 유출에 대한 제도적 견제장치가 필요하며, 또 다시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외환위기를 막기 위한 국내의외환경보시스템을 시급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아시아 지역 전체에서 통화 외환안정을 도모하고, 외환위기에 공동 대응할 수있는 지역연대가 필요하다. 지난 번 동아시아 통화위기의 확산과정에서 떠올랐다가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던 아시아 통화기금을 재추진하고, 아시아적 차원의 채무자 카르텔을 조직하여 집단적 채무 협상을 벌이는 것도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구조조정 주도권의 회복과 열린 사고: 한국형 발전 모델은 끝났는가

5.1. ‘국민의 정부’임을 자임하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키겠다는 국정지표를 내걸고 등장한 김대중 정부, 우리는 현정부의 출범 때 큰 기대를 걸었다. 현정부의 선택은 한국이 21세기로 나아가는 ‘징검다리’를 놓는 선택이고, 너나할 것없이 21세기를 시작하는 한국인의 삶의 운명을 깊이 규정하는 선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는 김영삼 문민정부의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김대중 ‘국민 정부’의 개혁은 또 다시 실패해서는 안된다는 절박감마져 가지고 있다.

5.2. 그러나 현정부의 경제 정책은 한국경제를 종속적 신자유주의질서로개편하고 있다. 이 정책이 만들어 내고 있고, 또 앞으로 만들어낼 우리 경제와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모습은 결코 밝은 것이 아니다. IMF를 추종하고 있는 현정부의 경제 정책은 경제의 모든 영역이 시장경쟁논리의 지배하에 놓일 뿐만 아니라, 내외국간에도 무차별 경쟁이 이루어지는 전면개방시장경제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첫째, 이 경제정책은 거품제거라는 이름아래 한국경제의 위기를 인위적으로 심화시켜 산업기반과 성장잠재력 자체를허물어 트리고 있다. 둘째, 현정부의 경제정책은 시장의 자유와 효율은 역설하지만, 시장의 폭력과 투기적 변덕성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조 조정의 공평성 원칙을 지키고 있지 않다. 그 결과 실업자가양산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무너져, 사회통합이 깨어지고,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셋째, 현정부의 경제정책은 국내금융과 국내기업 사이, 그리고 국내자본과 국내노동사이에 새로운 발전적협력체제가 구축될 수 있는 근거와 가능성을 허물어뜨리고 있다. 넷째, 전면 개방에 따른 경제 주권의 방기로, 우리 경제의 자율성과 안정성이 외국자본의 신인도에 좌우되고, 국민경제가 공동화될 위험이 있으며, 외환위기가 재발될 위험이 있다.

5.3 대안은 없는가. 그것은 미리 주어져 있지 않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현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필자들의 비판에 대한 가장 간결한 반비판은 아마도 한마디로 말해서 “한가한 이야기다”라는 것일게다. IMF와 미국,그리고 국제 금융자본이 이같은 비판을 싫어하고, 그 말을 들어야 한국경제가 산다는 논리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 논리는 안이하며, 함정이있다고 생각한다. 이분법적 단순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IMF에 대한 비판은 IMF의 타도가 아니다. IMF와의 재협상이다. 자본에 대한 비판은 자본의 전복이 아니다. 자본과 노동, 시민간의 새로운 공생적 협력이며, 그것을 위한 민주적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면 개방에 대한 비판은 폐쇄경제가 아니다. 선별적 개방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외압에서 벗어나 국민경제의 대내외적 통합력을 신장해 나가는 중간적 길이 있는 것은아닐까.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따라, 의외로 우리의 운신 여지는 넓을 수있다. 현재 우리에게 긴요한 것은 IMF와의 꾸준한 재협상을 통해 구조 조정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것임과 동시에, 한국경제의 구조 조정 및 신발전모델에 대해 시장맹신주의-공상주의적 사고를 벗어난 새로운 정치경제학적 상상력일 것이다. 문득 우리의 머리에는 클린턴을 당당히 훈계졍 넬슨 만델라가 떠오른다. 김대중 대통령은 ‘아시아의 만델라’로 칭송받은 사람이 아닌가. 필자들은 김대중 정부가 더 강력한 정부, 민주적으로 그리고민족적으로 더 강력한 정부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5.4. 현정부가 한편으로는 IMF에 의해 타율적으로 강요당하여,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지상주의적인 신념에 사로잡혀 자신의 주체적인 의지로 한국경제를 종속적 신자유주의 질서로 개편해나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새삼스럽게 ‘한국형 발전모델은 끝났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하고 싶다.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한국의 구발전모델의 부정적인 측면을 비판하고 파괴하는 논의는 무성하지만, 구발전 모델의 긍정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살려 그것을 자산으로 삼아 새로운 발전모델로 전환해 나갈 것인가 하는, 건설적 대안에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이것은 신자유주의측은 말할 것도 없지만, 진보주의측도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진보주의측에서 우리가 듣는 것은 대체로민주주의의 확대, 심화에 대한 것이지, 경제위기 극복과 발전을 위한 새로운 조절 시스템에 대한 것은 아니다.

5.5 자본제적 발전주의 모델, 또는 발전국가모델로 불리는 지난 날의 한국형 발전 모델의 핵심적 제도형태는 국가-기업-은행의 협력체제였는데, 이것은 국가의 선별적 산업 정책과 정책 금융을 통한 투자 유도, 재벌의 확장주의적 다각 경영, 고가계저축-고부채기업-고채권은행이라는 금융 제도등을 구성요소로 하고 있다. 발전 국가는 압축 추격을 위해 재벌을 대표선수로 선발하여 산업금융을 지원하는 유인을 제공하였고, 그에 대한 대가로 수출 목표를 비롯한 경제 실적을 요구하였다. 또한 한국의 금융 제도와기업금융구조는 미국과 같은 자본시장 중심 모델이 아니라, 은행차입 중심모델이다. 한국의 가계는 저축을 대부분 위험성이 높은 주식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은행에 예금을 했고, 은행은 이들 자금을 기업에 대출하였다.

그리고 한국 재벌이 짧은 기간에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했는데, 이것은 주식발행이나 내부이윤만으로는 불가능했고, 은행 차입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발전국가는 수출지향 전략을 취하면서도 자본과 외환의 유출입을 엄격히 규제하였다. 그리하여 지원과 실적을 교환하는 정부와 재벌간의 규율 제도와선별적 개방정책으로 인해, 재벌의 산업 투자는 한국 국경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재벌의 축적이 민족주의적 경제발전의 요구에 밀착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또한 사민주의적 형태와는 전혀 다르지만, 국민경제내부에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자본과 노동간의 일정한 경제적 계급 타협도 성립할 수 있게 되었다.

5.6.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발전주의 모델의 중핵인 정부-기업 -은행의 삼각협력체제는 IMF에 의해, 그리고 현정부에 의해 정경유착, 부정부패와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부정적 유산으로서, ‘죽은 개’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기업-은행의 협력 체제에 대한 현금의 신자유주의적 비판은 한국 발전주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합리성의 측면을 무시하는 것이다. 은행과 기업의 지배구조에 새로운 민주적, 공공적 규율 제도를 도입하고 국가의 역픈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이미 걸어온 발전경로와 제도 형태의 특수성 때문에 한국 경제를 미국형 신자유주의적 모델로개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있다. 노사정 위원회 사회 협약의큰 문제점도 이 새로운 한국형 구조조정 모델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은 데있다고 본다.

5.7 만약 한국 경제가 종속적 신자유주의 경제로 개편된다면, 김대중 정부의 장미빛 비젼과는 경쟁체제’아래서 한국이 경제의 선진화를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내외 무차별한 경쟁체제는 국민경제를 공동화시켜 아마도 노자간 공생적 협력이 성립할 수 있는 근거 자체도 박탈해 버릴 것이다. 외환위기의 재발에 대한 불안이 일상적으 한번 우리자신을 되돌아 보면서 발상을 전환해야 할 ㄸ가 아닌가 생각한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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