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우리나라 상속세법 발전의 일등공신이다

삼성 변칙세습의 역사―상속세법 발전시킨 삼성

우리는 지난 5년간 삼성의 이재용씨가 어떻게 재산을 모았는가를 알고 있습니다.

오직 국세청만이 모른 체 하고 있을 뿐입니다.

(8)1997년에는 이런 일도 벌어졌습니다.

―상속세법 발전시킨 삼성―

이게 무슨 엉뚱한 소리일까요? 그러나, 사실 맞는 말입니다. 그동안 삼성 변칙증여실태 시리즈에서 보았듯이, 삼성은 상속세법을 비웃으며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 변칙증여를 일삼았고, 정부는 항상 뒷북만 치며 상속세법을 개정했으니 결국 삼성이 상속세법을 발전시킨 셈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최근 재경부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삼성을 뒤따라 다니며 상속세법을 개정하다보니 세법 조항이 이리저리 꼬이고 복잡해져 현재는 거의 누더기가 되었는데도, 현행 열거주의 세법체계하에서는 이를 어찌해 볼 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열거주의란 증여행위의 구체적인 형태를 법에 명시하여야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법체계를 말합니다. 그런데, 신종금융상품을 비롯하여 각종 새로운 거래형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경제적 행위를 법에 명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 현행 열거주의 체계를 갖고 재벌들의 변칙증여 행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는 역부족인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하나, 열거주의 체계를 포괄주의 체계로 바꾸는 것입니다. 포괄주의란 변칙증여의 구체적인 형태를 일일이 법에 명시하지 않아도, 예시적인 조항만 있으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법체계를 말합니다. 최근 재경부가 상속증여세를 포괄주의 체계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회와 일부 학자들이 이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포괄주의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왕이 백성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도 마음대로 세금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는 법. 왕은 좀 더 화려한 궁궐과 강한 군대를 갖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세금을 요구하였습니다. 게다가 세금을 다루는 관리들도 자기 뱃속을 채우고자 왕이 요구한 것 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두었습니다.

백성들은 세금에 관한한 아무런 권리도 없었기 때문에 왕과 관리가 내라는대로 세금을 내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혹한 세금에 참다 못한 백성들이 아무리 호소를 해도 왕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백성들은 민란을 일어켰고, 그제서야 왕은 백성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였습니다.

백성들은 왕에게 멋대로 세금을 거두지 말고 법에 의해 세금을 거둘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세금에 관한 법률을 만들 때 백정들의 대표와 의논할 것도 요구하였습니다. 이때부터 법으로 정하지 않은 세금은 거둘 수 없게 되었습니다.(출처 :유리지갑 홍대리의 세금이야기)

위의 내용은 조세법률주의의 기원을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즉, 왕의 가혹한 세금에서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세금은 의회에서 만든 법에 의해서만 거둘 수 있도록 한 것이 조세법률주의인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세정현실은 어떠한가요? 법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한 재벌들의 변칙상속증여 때문에 조세정의가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차피, 모든 경제적 행위를 법조문에 다 기술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행 열거주의하에서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재벌들의 행태는 계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재벌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 세금을 안낸다면, 그 만큼 서민이 세금을 더 낼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조세법률주의를 이유로 재벌의 변칙증여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개정을 막는다면, 결국 서민들의 세부담만 부당하게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세법문제는 형사사건과 다르며 조세와 형벌을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서울대법대 이창희 교수는 [법치주의와 세법]이라는 논문을 통해, 조세법률주의를 마치 죄형법정주의 처럼 해석하는 헌법재판소의 상속세법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세법의 역할이라는 것은 효율과 공평에 더해 경제조정의 역할이 있으며, 한사람이 세금을 덜 내면 다른 사람은 더 낼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위헌판결을 내리면 결국 돈 있는 사람들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결과가 생길 것이라는게 이창희 교수의 주장입니다. 또한, 그는 헌재가 말하는 조세법률주의란 19세기 프로이센에서나 주장됐던 법원리이며, 일본 동경대 金子 廣 명예교수가 세법교과서에서 한번 쓴 것을 우리 세법학자들이 天理인양 소개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중세기의 가혹한 세금에서 백성을 보호하고자 태어난 조세법률주의가 이제는 일부 정치인과 학자들에 의해 재벌의 변칙증여를 보호하는 방패막이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창희 교수의 지적대로, 이제 중세기 시대의 조세법률주의 개념에서 벗어나 현대에 맞는 조세법률주의를 정립할 때가 되었습니다. 연구 프로젝트 때문에 재벌의 눈치나 보는 기득권 학자를 대신하여 양심적인 소장파 학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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