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만료가 열흘 앞인데 검찰은 뭘 하는가”

법학 교수 43인, 삼성에버랜드 수사 촉구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발행 배임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제 공소시효 만료를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수사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검찰에 대해 이 사건을 고발한 43인 법학자들은 물론이고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등 노동단체가 한 목소리로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와 기소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11월 20일 서울지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에버랜드 전환사채발행 배임혐의에 대해 검찰은 즉각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법학교수 43명 중 조승현 교수(방송통신대 법학과)를 만났다. 편집자 주

공소시효 만료가 언제인가.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전환사채발행 개시 시점으로 공소시효를 보는데, 그러면 12월 1일이 만료되는 시점이다. 지난 2000년 6월 30일 법학교수 43인이 이건희 회장 등의 조직적 불법세습을 위한 전환사채발행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 벌써 3년 5개월이나 지난 것 아닌가. 검찰은 수사의지가 있다고는 하지만 결과는 뭔가. 아무런 조치가 없다. 기소를 하던가 무혐의 처분을 하던가 뭔가 결정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물론 우리 주장은 기소결정이지만.”

공소시효가 열흘 남았다면 수사를 하던 결과를 발표하던 상당히 촉박한 시점 아닌가.

“얼마전 검찰은 50억원 이상의 재산상 이득발생의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경가법)을 적용하면 공소시효가 더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확증을 가지고 있다면 몰라도 가능성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만일 수사를 해서 에버랜드의 부당이득이 50억이 안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SK그룹 사건에 대한 형사1심 재판에서, 비상장인 워커힐 주식의 교환으로 인한 손해액을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특경가법상 배임죄를 적용하지 못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을 보면 삼성그룹 수사에서도 모르는 일이다.

공소시효가 지난 마당에 아무런 법적 조치도 취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할것인가. 지금 형법상 특별배임, 형법상 업무상 배임, 특경가법 배임 등 모두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시효가 가장 긴 것으로 하고 경합법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본다.”

고발 후 수사과정에서 검찰쪽으로부터 어떤 대답이나 반응이 있었는가.

“전혀 없었다.”

이 사건으로 이건희 회장이 꼭 처벌받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건희 회장 등 삼성그룹 임원들은 에버랜드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 등 계열사들을 CB와 BW 등의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불과 44억 원(이재용 씨가 애초에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금액-편집자 주)에 이재용 씨에게 넘겨준 것이다. 이런 헐값이 어딨나.

이건희 회장은 온갖 법률자문을 총동원해 편법적인 증여방법을 고민해 이런 유상증자 방식을 시도했던 것인데, 배임적용 여부까지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것 같다. 삼성 측은 형법과 회사법은 물론, 포괄 증여세가 아니니 증여세도 해당이 안된다며 CB와 BW 발행이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볼 때, 유상증자로 비유하자면 100만원짜리 회사를 1원에 넘긴 것이다. 이사회는 법인에 대한 자본충실의 의무가 있지 않은가.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맞는 증자를 해야지, 이렇게 헐값에 회사를 넘기는 행위가 배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결과적으로 이재용 씨는 44억 원으로 수조원의 재산가가 되었다. 이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법질서 자체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법 질서를 위협하는 범죄를 재벌 총수라고 해서 처벌을 안 한다는게 말이 되나. 또한 이러한 무리한 경영권 승계에는 조직적인 개입이 분명히 있지 않았겠는가.”

조직적 개입이란 정치권과의 연계를 말하나.

“모종의 커넥션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이렇게 방치하는 사법당국의 태도가 그러한 것을 증명해주는 것 아니겠는가. 3년 5개월동안 담당검사만 6번 바뀌었다. 반면에, 코스닥 회사에서 이런 유사사례가 2건 있었는데 모두 구속되었다. 시민단체를 비롯해 법학자들까지 나서서 고발해도 검찰은 미동도 안한다.

국가권력의 비호를 얻기 위한 모종의 액션이 있었을 것이다, 즉 보험형식의 비자금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SK의 경우를 봐라. 같은 수법이되 반대의 절차로 경영권을 불법세습했던 SK도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음이 드러나지 않았나. 삼성그룹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정경유착없이 불법 경영권 세습은 못했을 것이다.”

만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한숨) 염려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특수2부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담당 검사가 엄청난 부담을 느끼기는 할 것이다. 삼성그룹을 기소하고 이건희 회장 정도의 인물을 구속한다고 생각하면 큰 부담을 느끼겠지만, 법은 형평성을 가져야하는 것이고, 그 질서를 훼손한다면 그 어떤 경우에라도 예외는 없어야 할 것이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길 바란다. 언론도 기업들 수사하니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식으로 수사에 악영향을 끼치지 말아야 한다.”
최현주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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