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기타(ef) 2005-03-08   2143

후임 경제부총리 인선이 참여정부의 성패를 결정한다

실용주의 미명하에 관치 기술자의 등용은 또다른 실패 불러올 것

시장을 이해할 뿐 아니라 시장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되어야

환란, 카드대란 등 과거 정책실패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야

참여정부의 국정철학에 걸맞는 개혁성을 갖추어야

1.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이헌재 前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사퇴함에 따라 후임 경제부총리 인선 논의가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제 정책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임 인선의 신속한 처리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신속한 후임 인사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불명예 퇴진한 이 전 부총리의 경우를 반면교사 삼아 최선의 인선을 위한 원칙을 확인하는 것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무엇보다 후임 경제부총리가 개혁성과 독립성의 측면에서 충분히 검증된 사람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전임 경제부총리들과 같이 관료 출신의 반개혁적 인사를 기용할 경우 노무현 정부의 국정 후반 역시 개혁의 좌절로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2. 우선 새로운 경제수장 임명에는 김진표 전 부총리 및 이헌재 전 부총리의 실패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이헌재 전 부총리를 둘러싼 부동산 투기 의혹은 관료의 청렴성이 개인적인 능력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경제관료의 경우 시장을 잘 이해할 뿐 아니라 시장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인물이어야 함이 여실히 증명되었다. 정책결정자가 이해상충의 문제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면, 그것은 정책 차원을 넘어 궁극적으로 정부의 정당성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시장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는 것은 개인적 차원의 청렴성을 넘어서 ‘경제 수장’으로서 갖춰야할 최소한의 요건인 것이다.

3. 또한 과거 공직 수행 중의 정책적 오류에 대한 책임문제가 향후의 정책결정 과정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관계없이 여러 정권에서 두루 고위직을 거친 관료 출신들의 경우 과거의 정책적 오류로 인해 미래의 정책이 자기모순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어떤 경우에는 과거 자신의 정책 실패 책임에 대해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하기까지 한다. 이 경우 보다 공정하게 정책을 수립하고 엄격하게 시행할 리는 만무하다. 따라서 과거 IMF 환란에 책임이 있거나 그 이후의 부실기업 정리, 금융구조조정, 공적자금 투입 등과 관련하여 정책실패의 책임이 있는 인물, 그리고 최근의 카드대란, 부동산정책 혼선 등에 책임이 있는 인물을 기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신임 경제부총리 인선은 실질적인 의미의 ‘정책 실명제’ 원칙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당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식의 상황논리로 과거의 정책실패 책임을 덮어둔다면 미래에도 똑같은 정책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다.

4.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부총리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며 이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전문가가 아닌 대통령이 재계의 강력한 저항에 맞서 재벌, 금융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제 수장의 개혁성이 필수적이다.

불행하게도 노무현 정부의 경제부총리는 이와 정반대의 인물이 선임됨으로써 경제정책이 정부의 개혁원칙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나아갔을 뿐 아니라 경제부처간 혼선이 증폭되었으며,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이 훼손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헌재 전 부총리의 경우 앞서 언급한 모든 요건에 배치되는 인물이었으나, 정부는 이 전 부총리를 삼고초려 끝에 기용했고,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후에도 감싸기에 급급했다. 김진표 전 부총리 역시 마찬가지다. 정통 관료출신인 김 전 부총리를 첫 경제 수장으로 선택한 것은 노무현 정부의 개혁정책이 시작도 못한 채 좌초 위기에 몰리게 된 결정적 원인이 되고 말았다. 결국 당장 급한 현안에 대처하기 위해 과거 기득권 구조와 관치행정에 안주하는 반개혁적 인사가 경제정책을 총괄할 때, 정권의 경제개혁 자체가 실패할 수밖에 없음이 노무현 정권에서도 이미 증명된 것이다.

5. 그러나 현재 거론되고 후보들은 대부분 전임 경제부총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인물들이다. 물론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이른바 ‘경제 올인’의 실용주의 원칙을 거듭 공언한 점을 감안할 때, 지금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후보군의 면면이 결코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이들 자칭 타칭 후보군은 하나같이 앞서 언급한 요건들에서 심각한 결격사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환란의 책임자가 위기극복의 공신으로 둔갑하였고, 빅딜의 주창자가 어느 날 갑자기 시장경제 원칙의 신봉자임을 자처하고 있으며, 관치금융을 언제나 시스템 리스크 방지로 미화하는데 능통하고, 특정 재벌의 문제에 대해서는 주저 없이 감독의 이중 잣대를 적용했던 인사들이다. 한마디로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대통령은 경제성장과 개혁이 대척점에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이번 후임 경제부총리 인사는 노무현 정부 후반, 아니 노무현 정부 전체 평가를 좌우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만약 지난 2년간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또다시 같은 선택을 반복한다면, 남은 3년 역시 개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대통령과 정부는 신임 경제부총리 인사에 앞서 당선 직후 내세웠던 시장개혁의 원칙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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