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기획연재③』은행법 통과됐으니 이제 금융지주회사도 내 놓으라?

『친절한 기획연재- 속지 말고 잘 보자: 금산분리완화 논란③』
은행법 통과됐으니 이제 금융지주회사도 내 놓으라?

현재 국내 주요 7대 은행에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외환은행, 한국씨티은행(국내 총자산규모 순)이 있습니다. 그 중 외환은행, 기업은행, 한국씨티은행은 개별은행으로 간주되어 은행법상의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KB금융지주회사, 신한금융지주회사, 우리금융지주회사, 하나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분류되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이들의 모회사인 은행지주회사들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금융지주회사법 상의 규제 하에 있습니다. 지난 4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은행법상의 은행과 금융지주회사법상의 은행지주회사들은 은행지분 보유한도와 의결권에 대해 동일한 규제를 받고 있었습니다.

불행은 작년 11월부터 시작됩니다.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은 금산분리의 핵심내용을 담고 있는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합니다. 현행 4%인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또는 은행의 지분 보유 한도를  10%까지 올리고 사모펀드(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 또는 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 PEF)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10%에서 20%로 확대하고, 서로 다른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회사의 PEF 출자지분 합계의 한도를 50%로 완화하는 내용입니다.

조금 헷갈릴 수 있어 보충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국회에는 지금 서로 다른 두 개의 금융지주회사법이 계류 중입니다. 첫 번째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어제 칼럼에서 소개해 드렸던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입니다. 은행이 아닌 금융지주회사가 산업자본을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소위 이야기 하는 삼성특혜법안입니다. 두 번째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방금 말씀 드린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이 대표발의 했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입니다. (공성진 의원의 금융지주회사법, 박종희 의원의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의 탄생과 비정상적인 입법과정은 연재 마지막 날(24일) 자세하게 다룰 예정입니다.)

지난 4월 30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회에서 원내대표 합의로 기존 박종희 의원이 주장했던 내용을 수정하여 본회의에 올립니다. 의결권 있는 은행지분 한도를 박종희 의원 안인 10%에서 9%로, PEF에 대한 한도를 20%에서 18%로, 그리고 대기업 계열사 출자지분 한도는 50%에서 36%로 조정한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수정안을 원안 대신 의결하여 본회의에 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은행법은 통과되고 금융지회사법은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맙니다. 일부 보수 언론들은 반쪽만 통과시킨 절름발의 법이라며 여야를 싸잡아 비난하기 시작했고, 지난 6월 9일 정부는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이 대표 발의 했다 부결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의 은행지분 한도 범위를 일부 수정해 다시 국회에 제출합니다.

정부안을 만든 금융위원회 담당 공무원은 은행법상의 산업자본 소유가 9%로 완화되었는데 은행지주회사에 대한 산업자본의 소유한도는 그대로이므로 “절름발이 입법”을 시정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무작정 은행법이 통과되었다고 금융지주회사법을 개정하는 것은 신중한 처사가 아닙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은행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강도가 은행에 대한 규제와 꼭 등등해야 하지는 않습니다.

규모의 차이를 봐도 그렇습니다. 은행법상 규제를 받고 있는 개별은행과 은행지주회사는 운영하는 경제적 자원의 규모가 다릅니다. 지난 주 목요일 저희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에서 발표한 한눈에 보는 금산분리 문답자료 14페이지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은행법상의 개별은행과 금융지주회사법상의 은행지주회사의 자산 총액 규모가 다릅니다. 금융지주회사법상 규제를 받고 있는 은행지주회사(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의 평균자산규모는 약 245조원으로 은행법 상의 규제를 받고 있는 개별은행(외환은행, 기업은행, 한국씨티은행)의 평균 총자산인 약 105조원보다 두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개별은행에 대한 규제보다 은행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정당한 조치입니다.

그림: 오진영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세계적 추세를 봐도 그렇습니다. 시리즈 첫 날(20일) 기고한 대로 체제적 위기를 야기할 수 있는 거대 금융조직에 대해서는 현존하는 규제를 더 강화하는 것이 국제적 규제 추세임을 기억한다면 금융지주회사법의 규제가 은행법의 규제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절름발이’입법이라는 금융위의 주장은 맞지 않습니다. 지난 4월 2009 G20 세계금융정상회의에서는 분명히 “Too big to fail”(실패하기엔 너무나 큰) “Too connected to fail”(실패하기엔 너무나 상호 의존적인)의 특성을 갖는 체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ystemically Important Institution)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자는 것이 당시 회의의 중요한 의제였습니다. 따라서 개별은행보다 여러 다른 자회사를 거느린 은행지주회사가 더 많은 자원을 통제하기 때문에 더 강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부합하고 금융시장의 안전성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지하는 게 맞습니다.

대형 은행지주회사 가운데 단 하나만 부실해져도 한국의 금융시장에는 엄청난 충격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국회는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반드시 폐기해야 합니다. 이미 상당히 완화돼 있는 금산분리 규제를, 최소한 현재 수준이라도 유지하는 것이 금융 및 경제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우리나라의 은행지주회사는 그 중 하나만 부실해져도 우리 금융시장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국회는 이번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부결시키고 현재의 금산분리 강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현재 우리의 경제 현실에 맞는 유일한 대안입니다. 또한 거대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국제적 규제추세와도 맞는 실질적인 해결책입니다.

어제(21일) 김형오 국회의장은 6월 국회일정과 관련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일정도 함께 이번 회기에서 논의해 달라고 여야 교섭단체대표들에게 요청했다고 합니다. 혹여나 한나라당이 은행법이 통과됐다는 이유로 금융지주회사법 처리를 서두르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이런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언론들의 호도에 속아 넘어가지 마십시오. 잃어버린 은행법은 더 이상 지킬 수 없지만 나머지 은행(은행지주회사)이라도 우리 손으로 지켜내야 합니다.

경제조세팀 간사 민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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