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기타(ef) 2010-10-25   1933

공정사회·서민희망 구호에 부합하지 못하는 예산안 시정연설



공정사회·서민희망 구호에 부합하지 못하는 예산안 시정연설

국회, 재정낭비 사업 재검토하고 실질적인 서민복지 예산 만들어야



오늘(10/25) 이명박 대통령의 ‘201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이 김황식 국무총리 대독으로 국회 본회의장에서 발표됐다. 참여연대는 오늘 시정연설 내용이  경제지표 호전의 성과나열에 그치지 않고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는 서민경제와 사상유래 없는 채소값·물가 폭등으로 가중되는 가계 고통에 관한 인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 대책으로 내놓은 2011년 예산안의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인식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만큼 ‘서민예산’과는 거리가 먼 것임을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공동대표 임종대·정현백·청화)는 정부의 예산안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진정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예산을 만들기 위한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다. 참여연대는 특히 ▲부자감세 철회와 4대강 사업 등 재정낭비성 대형 국책사업의 원점 재검토 ▲저소득층 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질적 개선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예산 반영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한 정부 정책 제고 및 예산 반영 ▲남북간 긴장완화 및 동북아의 평화 정착에 어긋나는 ‘북한위협 대비 핵심전력 증강’ 예산 철회 등 2011년 예산의 핵심쟁점을 국회가 반드시 관철 시킬 것을 촉구한다.    

이명박 정부이후 지속된 부자감세 정책은 조세형평성을 악화시킴은 물론 재정건전성의 위험마저 초래하고 있다. 법인세 및 소득세의 최고세율 구간 인하는 2008년 경제위기로 인해 2012년으로 시행이 연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 국세수입은 164.6조 원으로 전년대비 2조8천억 원 감소했다. 특히 소득세와 법인세가 각각 2조 원과 3조9천억 원 감소했으며, 종합부동산세도 2008년 징수액의 절반 가까운 9천억 원(43.3%)이 감소했다. 또한, 조세감면액 규모도 2006년 21조3천억 원(국세수입총액 대비 국세감면액 비율 : 국세감면비율 13.4%)에서 2008년 28조7천억 원(14.7%)에 이어 2009년에도 28조4천억 원(14.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감세정책은 그 효과가 재벌과 상위소득자에게 집중된다는 지적이 여당 내에서조차 나올 만큼 형평성을 무너뜨리고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으며, 최근 급증한 국가채무 규모를 감안할 때, 재정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정사회 실현이라는 정부의 국정운영 목표가 최소한의 진정성과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부자감세 철회와 각종 조세감면제도의 전면 폐지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며, 국회는 2012년 예정된 소득세, 법인세 감면의 철회를 반드시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0년에 8조1968억 원의 사업비를 배정했던 ‘4대강 사업’ 예산은, 2011년에도 무려 9조5747억 원(1조3779억 원, 16.8% 증가)이 배정되었다. 특히 정부는 4대강 사업 예산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와 비판 여론을 피해가고자 2011년 예산안에서도 한국수자원공사에 3조8천억 원을 떠넘기는 한편, 정부 예산안도 예년과는 달리 ‘4대강 예산’으로 별도로 표시하여 올해 3.2조 원에서 2011년 3.3조 원으로 0.1조 원, 3% 정도만 늘어난 것인 양 기만적으로 축소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4대강 사업을 막고, 국민 삶의 질 향상과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해 4대강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특단의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2005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 13.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2% 복지예산 증가로 서민희망 생색내기를 하고 있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증가분 5조원 중 큰 몫을 차지하는 연금지출은(2조 2천억) 국민이 낸 보험료에서 나가는 의무적 지출이니 정부가 생색낼 게 아니며 또 주택지출은 대부분이 건축비여서 복지로 구분하는 게 맞지 않다. 연금과 주택을 빼면 복지예산 증가분은 1조3000억인데 증가율로는 4%도 되지 않아 전체 예산지출 증가율(5.7%)보다 오히려 낮다. 물가인상률을 감안한다면 내년 복지예산은 동결됐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더욱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수를 축소하고(163만2천 명 → 160만5천 명), 생계급여 예산을 삭감(2조4491억 원 → 2조4459억 원)한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을 정도이다. 국회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는 빈곤층에게 등을 돌린 정부 예산안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며,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최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현실적 개선의 필요성에 여야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실질적인 제도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번 예산안에 실업, 일자리, 비정규직 등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는 점도 눈에 띈다. 오히려 정부 직접 일자리 창출 예산은 2010년 2조7270억 원에서 2011년 2조5163억 원(2108억 원, 7.7%)로 삭감되었으며,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역시 구호만 만발할 뿐 구체적 정책과 예산 편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99%의 중소기업이 88%의 일자리를 만드는 현실을 고려해 중소기업을 살리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의 일자리 대책에 있어 가장 우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정부가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중소기업 금융지원예산을 삭감(2010년 3조 1천억 원 → 2011년 2조 9천억 원)한 것은, 이율배반적 예산편성이 아닐 수 없다. 국회는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이 ‘동반성장’, ‘상생’의 구호만 요란할 뿐, 대기업의 시혜적인 정책에 기대어 정부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개선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을 역설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위해 필요한 고등교육 지원 예산 확대는, 물가 인상율에도 한참 못미치는 106억 원 증액(5조440억 원 → 5조546억 원)하는 것에 그쳤다. 16개 시도교육감이 만장일치로 요청한 의무교육대상자 친환경 무상급식 부분은 아예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으며, 한나라당 서민특위가 발표한 ▲국가 근로장학사업 확대 ▲차상위계층 무상장학금을 취업후 상환제 이용 대출자까지 확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개선 내용으로 학점 제한 완화 방안 등을 위한 예산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교육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과 날로 급등하고 있는 사교육비 및 이로 인한 가계 부담 증가 현실을 감안한다면, 교육예산의 확대는 매우 중요한 복지이다.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이 단지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교육예산의 확대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친환경 무상급식 관련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에 대한 분명한 지적과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며,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의 개선 및 차상위계층 무상장학금 제도 유지, 등록금 지원 확대 등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학자금 지원정책을 확대하고 실질화하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국방예산은 ‘북한위협 대비 핵심전력 증강’ 등을 내세워 2010년 대비 5.8% 인상된 31조3천억 원 상당으로 책정되었다. 국방예산이 30조원이 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정부발표에 따르면 ‘북한의 국지적 도발, 비대칭적 전력 등 실질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방위력 개선비에만 약 6천억원의 예산을 증액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비대칭적인 위협이 증가했는지 명확하지 않고, 설사 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국방예산 증액여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왜냐하면 ‘비대칭 위협’이라는 용어 자체가 군사적 약자가 일부 전력분야에서 비대칭적 우위를 만회하기 위해 구사하는 군사전략을 표현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남한의 군사비는 이미 북한의 GDP총액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의 높은 군사비가 북한으로 하여금 비대칭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군사적 노력을 자극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비대칭 위협이 증가하는 대신 전면전 위협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고 있다. 전면전에 대비한 과도한 육군병력이나 기갑 장비, 국산장비개발을 이유로 낭비되어온 연구개발예산, ‘대양해군’을 내세우며 추진해온 대규모 해군기지와 장비들은 북의 비대칭 위협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불요불급한 장비와 인력들이므로 얼마든지 감축이 가능하고 이 재원이면 북의 이른바 비대칭 위협을 대비하고도 남는다. 과도한 장성수·장교수와 비대한 육군사병인력, 각종 사고와 고장이 빈발하여 사업자체가 문제시 되는 국산개발무기 관련 예산들, 그리고 방어무기가 아닌 공격무기로 평가되는 MD(미사일방어시스템) 관련 예산, 제주해군기지 건설비와 대형 구축함·이지스함 건조사업 등은 대폭 삭감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2011년 예산안에 대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공정사회’, ‘서민희망’의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예산과 정책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를 견제하고 법률과 예산을 정비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본격적인 예결위 심사와 검토, 합의와 조정이 진행되는 두 달여 동안 국민의 시선과 관심은 국회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시정연설논평_20101025.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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