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사모펀드 규제 강화, 이것으로 끝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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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3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앞서 2월 2일과 3월 9일에는 동법 시행령이 각각 국무회의를 통과해 현재 시행 중이다. 2019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사모펀드 부실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모펀드 부실 피해 방지를 위한 입법·정책 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유감이다. 뒤늦게나마 법령 개정이 이루어진 만큼 금융당국은 이를 실효성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번 자본시장법·시행령 개정 내용만으로는 금융소비자보호를 완전히 보장하기에는 미흡하므로 향후 추가적인 제도 개선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사모펀드운용사에 대한 판매기관, 수탁기관의 견제 책임은 당연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판매기관으로 하여금 투자자의 적격성 확인, 운용사의 핵심상품설명서 검증, 핵심상품설명서에 부합하지 않는 펀드 운용행위를 철회·시정요구할 것 등을 의무사항으로 두고 있으며, 전담중개업무(PBS¹)에 대해서도 위험수준 평가·관리 의무를 도입했다. 사모펀드 수탁기관에 대해서도 사모펀드 운용의 법령·규약, 투자설명자료 위반여부를 확인해 시정하도록 요구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각 금융기관들이 사모펀드 판매·수탁·운용에 있어 이윤획득에는 혈안이 되어 있지만, 금융소비자의 자금 보호에는 소홀했던 것을 개선하기 위해 당연히 취했어야 하는 조치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포함된 주문자제조(OEM) 펀드 규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문제는 판매기관과 수탁기관이 사모펀드운용사가 자금을 불법적으로 유용하는 상황을 방치했던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판매기관의 PBS가 주축이 되어 OEM펀드를 설립해 부실 가능성을 은폐하고 판매에 매진한 라임펀드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그동안 금융기관들이 규제완화를 악용해 일반 금융소비자의 자금을 무분별하게 끌어모으면서도 그에 대한 책임은 방기했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위해 반드시 입법되어야 했던 사항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통해 사모펀드 투자 최소 금액 기준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함으로써 금융소비자들이 초고위험 금융상품 판매에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일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한 말이지만 하나의 금융상품에 1억원을 투자하는 것보다 3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금융소비자 개인에게 있어 훨씬 큰 부담이며, 이는 판매기관에 대해서도 금융자산을 충분히 보유하지 못한 서민 금융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펀드 핵심투자설명서를 일반투자자에게 교부하도록 하고,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개방형 펀드로 설정하는 것을 제한한 자본시장법 규정과 고난도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숙려기간을 도입한 시행령 내용 역시 금융 지식, 정보가 부족한 금융소비자에게 투자 전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합리적인 규제로 판단한다. 자본금 및 인력요건을 미충족하는 운용사를 즉각 퇴출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규정을 마련한 것 역시 당연한 조치로 이미 제도화되었어야 할 사항이다.    

금융소비자 보호 위한 사모펀드 규제, 금융감독 강화로 이어져야

그러나 지난 한 달여 동안 이루어진 자본시장법·시행령 개정에도 불구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완비에는 여전히 미흡한 것이 많다. 우선 사모펀드 복층구조 설정은 사실상 자금 모집을 공모펀드로 진행하면서 그 규제는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되었으므로 이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던 사항임에도 그대로 존치됐다.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내놓은 대책은 다수의 자(子)펀드가 모(母)펀드에 30% 이상 투자한 경우 해당 자펀드의 투자자 수를 모펀드 투자자 수에 합산하도록 한 것인데, 이렇게 된다면 자펀드가 모펀드에 30%미만으로 투자한 경우에 복층투자로 인정되지 않아 해당 자펀드에 투자한 금융소비자들이 위험상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새롭게 신설된 규정은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2021.3.16.)에 설정·설립된 사모펀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은 오히려 사모펀드를 모자 복층구조로 운용하는 시스템을 일부 인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마땅히 전면 폐지되어야 한다.  

사모펀드를 운용목적에 따라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으로 나누었던 분류 기준을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나누면서, 일반 사모펀드로 하여금 투자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보장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의 펀드가 동일법인에 대해 10%를 초과한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기존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와 달리 이번에 새로이 정비된 일반 사모펀드는 동일법인에 대한 주식 취득 후 의결권 행사에 제한이 없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모집한 자금이 무자본 인수합병 재원으로 쓰여 중소벤처기업을 약탈하고 주가조작에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러한 가능성은 사모펀드의 자금이 사금고처럼 활용돼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고 주가조작에 활용되었던 라임펀드 사태에서 현실화된 바 있다(https://bit.ly/3rpNvyq). 금융당국과 국회가 모험자본과 투자활성화의 수단으로 사모펀드 자금을 활용해야한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한 과거의 문제는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시, 감독이 요구된다.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제도 도입 등으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막아야

비록 이번 자본시장법과 그 시행령 개정안이 사모펀드에 판매·수탁·운용에 있어 규제를 강화했다고 하나 이러한 규제가 실제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당국의 상시적이고 엄격한 관리·감독이 병행되어야 한다. 제아무리 잘 만들어진 제도라고 해도 옵티머스펀드와 라임펀드 사태와 같이 몇몇 부도덕한 금융인사들이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는 것을 차단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모펀드운용사의 영업보고서 제출 주기를 반기에서 분기로 단축하고, 영업보고서 기재사항을 확대하는 수준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는 입장이지만, 실질적인 감독 강화를 위해서는 감독당국의 인력·자원 재배치와 확대가 필수적이다. 금융소비자보호를 전담하는 독립조직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원칙적으로 볼 때 전문투자자들이 참여하는 고위험상품인 사모펀드를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하도록 허용할 이유는 없으나 이에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되지 않고 있다. 은행이 고위험금융상품인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것에 적절한 제어가 필요하다. 아울러 금융기관들이 금융소비자에게 리스크를 전가하고 이익을 얻으려는 유인을 차단하기 위해 현재 금융소비자보호법에 포함되지 않은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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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투자매매업자나 투자중개업자는 주식회사, 증권인수업 영위, 일정자기자본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금융위원회로부터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받을 수 있음.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전담중개업무,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업무, 단기금융업무, 종합투자계좌업무 등 추가로 영위할 수 있으며, 이 중 전담중개업무(PBS: Prime Brokerage Service)는 종합투자사업자사업자가 프라임브로커로서 헤지펀드 등을 대상으로 증권대차, 신용공여, 펀드 재산 보관·관리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함을 뜻함.(출처: 금융감독원 정보포털, 조대형(2017),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77조의2 등)의 입법영향분석』, 국회입법조사처p.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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