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카드사 건전성 감독실패는 당연한 귀결이다

스스로 정한 법규조차 위반하는 금융감독당국



– 경영실태 정보 은폐는 물론 지표 산정방식까지 자의적으로 왜곡,위법성 인지한 옵션CP 방조

– 시장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감독당국 스스로의 책임부터 물어야, 책임자 문책 필요


1. 3월 17일 및 4월 3일 두 차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카드사 나아가 채권시장의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최근 금감위와 재경부 등 금융정책당국은 카드사에 대한 추가지원 대책은 없으며 시장원리에 따라 처리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정책당국의 입장은 과거의 불투명한 시장개입 방식에 비해 크게 진전된 것으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금융정책당국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제기했던 관치금융 비판의 핵심은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기능의 원칙을 훼손함으로써 오히려 시장의 불신을 가중시겼다는 것이지, 최종대부자 기능을 포기하라는 주장이 아니었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섬세한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를 준비하는 것은 정부의 포기할 수 없는 책무이다.

참여연대는 우리 나라의 9개 전업계 카드사 모두가 투자자의 외면을 받을 만큼 심각한 부실상태에 빠져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시장이 카드산업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보도록 만드는, 즉 건전한 회사와 부실한 회사를 구분할 수 없도록 만드는 정보의 부족에 있으며, 나아가 부실한 회사가 계속 존속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것을 방치한 건전성 감독의 실패에 있다.

불확실성 하에서 시장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정확한 정보를 생산·공급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시장거래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야말로 금융감독당국의 존재 목적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금융감독당국이 경영실태 정보를 은폐함은 물론 지표 산정방식을 왜곡함으로써 오히려 정보의 부족을 심화시키고 또한 불법행위를 방치하는 상황에서, 바로 그 금융감독당국이 시장참여자의 도덕적 해이를 제재하고 시장을 안정시킬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카드사 관련 정책실패의 문제가 드러난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도, 이에 대해 그 어떤 정책담당자도 책임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정책담당자가 위기관리 대책을 주도하는 희극이 반복되어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정책실패의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 정책당국이 자기 자신에게 우선 엄격할 때에만이 시장은 정책당국의 최종대부자 기능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2. 최근 각 카드사는 3월말 분기보고서 기준 조정자기자본비율을 공개하였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카드사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경영지표 중의 하나이다.

이에 따르면, 국민카드와 현대카드는 경영지도비율 기준인 8%에 간신히 턱걸이했으며, 그외 2개 카드사는 9%대를 기록하였다. 그렇다면, 모든 카드사가 기준인 8%를 넘었으니, 건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심각한 자료 왜곡이 있다.

금감원은 2003.1.29 「여신전문금융업감독업무규정」을 개정하면서 경영실태 분석 및 적기시정조치 시행을 위한 계량지표 산정시 ‘기업회계기준 등에 관한 해석 52-14에 의해 실질적으로 양도되지 않은 자산’을 자산에 포함하기로 하였다 즉 카드사가 ABS 발행 등을 통해 매각한 자산도 조정자기자본비율 및 연체채권비율 등을 계산할 때 총자산에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별첨 1. 금감원(2003.1.28) 보도자료 및 별첨 2. 「여신전문금융업감독업무시행세칙」 부칙 참조).

그러나 최근 발표된 각 카드사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ABS 매각자산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즉 비율 계산시 분모를 관리자산(ABS 매각자산 포함)이 아닌 보유자산(대차대조표상의 자산, 즉 ABS 매각자산 제외)으로 함으로써 조정자기자본비율이 높게 나오도록 한 것이다.

반면,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카드사 전체의 평균 연체채권비율(3월 평균 9.6%, 4월 평균 10.9%)은 ABS 매각자산을 포함한 관리자산 기준으로 계산함으로써 연체채권비율이 낮게 나오도록 한 것이다.

결국, 금감원은 자기가 제정한 감독규정과 시행세칙조차 스스로 위반하였다. 그리고 조정자기자본비율은 분모를 작게 하여(보유자산 사용) 비율을 올리고, 연체채권비율은 분모를 크게 하여(관리자산 사용) 비율을 낮추었다. 즉 ABS 매각자산을 이중처리함으로써 카드사의 경영실태에 대한 정보를 왜곡하였다.

카드사가 발행하는 ABS의 상당부분은, 기존 채권만을 백업자산으로 하는 일반적인 ABS와는 달리, 단기의 기존 채권이 만기상환될 때 새로운 채권을 계속 편입하는 ‘revolving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카드사의 ABS 매각자산은 카드사의 미래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ABS 매각자산을 ‘실질적으로 양도하지 않은 자산’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이것은 정책적 판단의 영역에 속한다.

문제는 이러한 판단이 일관성 있게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시행세칙에 규정하고 보도자료에서 언명한 것과는 달리, 조정자기자본비율과 연체채권비율 각각에 대해 이중잣대가 적용된 것이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을 계산할 때에도 ABS 매각자산을 분모에 포함했다면, 조정자기자본비율이 최소 1∼2%p 이상 낮게 나왔을 것이다.

즉 3월말 기준 적기시정조치의 발동 기준인 7%(4.1 이후 8%로 강화)에 미달하는 카드사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금감원은 조정자기자본비율 계산 관련 법규를 스스로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카드사의 경영실태에 대한 정보를 왜곡·은폐함으로써 적기시정조치 발동을 자의적으로 유예한 것이다.

다른 한편, 금감원이 각 카드사의 연체채권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단지 전체 평균만을 발표한 것도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추락시킨 것이다. 더군다나 금융감독당국은 3월 17일 1차 대책을 발표하면서 연체채권비율 산정방식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자료는 관리자산과 보유자산 기준 2가지로 계속 발표할 예정임을 밝힌 바 있다(자세한 내용은 별첨 3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한국은행(2003.3.17), 금융정책협의회 회의자료 참조). 그러나 2가지 기준에 의한 자료를 발표하기는커녕, 1가지 자료마저도 업계 전체의 평균만을 발표함으로써 개별 카드사의 실상을 은폐하고 있다.

최근 각 카드사는 금감원의 사실상 지시에 따라 사업설명회(IR)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설명회에서 제시되는 경영실태 관련 정보가 대단히 실망스러운 수준이어서 오히려 시장의 불신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각 카드사의 연체채권비율 등 경영실태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직접 시장에 제공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며, 이것이 금융감독당국의 책무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스스로 법규를 위반하면서까지 경영실태 정보를 왜곡·은폐하는 금융감독당국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안정시킬 수는 없다. 금융감독당국은 자기 스스로에게 감독실패와 법규위반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할 것이며, 관련책임자를 문책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보유자산과 관리자산 2가지 기준에 의한 조정자기자본비율 및 연체채권비율 자료를 각 카드사별로 조속히 공개함으로써 시장의 차별화 기능을 복원하고, 그리고 기준에 미달하는 카드사에 대해서는 적기시정조치를 예외 없이 발동하여야 할 것이다.

3. 최근 금감원은 자산운용산업 감독 개선의 일환으로 MMF의 안정성 강화방안을 마련하였다. 즉 MMF의 운용대상ㆍ평가방법ㆍ가격결정 방식 등 제도 전반에 대한 정비를 통하여 MMF의 안정성을 강화하기로 하였는데(자세한 내용은 별첨 4 금감원(2003.5.23), 보도자료 참조), 그 중에는 이른바 옵션CP의 MMF 편입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즉 옵션CP의 위법성을 확인한 셈이다.

문제는, 옵션CP와 관련된 제도 개선 또는 카드사와 투신사의 과거 행태에 대한 제재와는 별개로, 옵션CP 문제를 방치함으로써 결국 금융기관의 부실경영과 불법경영의 악순환을 야기한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준사법기관으로서 적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엄격하게 획정함으로써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해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옵션CP의 위법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즉 금감원의 검사업무편람(검사매뉴얼)에 펀드만기와 펀드재산 만기구조의 부조화의 한 사례로서, “만기 1년 이내인 CP의 경우에도 옵션CP(CP 만기시 roll-over를 약정)는 실질적으로 장기물에 해당(CP발행사의 변칙적인 자금조달원 활용)”이라고 명기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옵션CP는 장기채권의 MMF 편입을 금지한 규정에 위반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익자 이외의 제3자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 규정에도 위배된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참여연대(2003.5.12), 카드사 대책 관련 의견서 참조). 불법경영 감독에 실패한 금융감독당국이 건전성 감독에도 실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자기 스스로에게 감독실패의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할 것이며, 관련책임자를 문책하여야 할 것이다.

4. 시장은 예상의 자기실현(self-fulfilling) 특성을 갖고 있다. 즉 많은 사람들이 위기를 예상하고 과민한 반응을 보이면 실제로 위기가 도래한다. 반대로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옥석을 구분할 수 있으면 시장은 정상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관건은 금융감독당국과 카드사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엄격한 자구노력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투자자들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 스스로가 법규를 위반하고 관련 정보를 은폐·왜곡하면서 카드사와 투신사의 불법행위를 방조하는 상태에서는 신뢰회복은 불가능하다.

금융감독당국은 우선 자기 자신에게 엄격해져야 한다. 작금의 금융시장 불안은 감독실패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백하고, 그 책임을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묻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카드사의 경영실태 정보를 투명하게 시장에 제공하고, 그리고 법령에서 정한 적기시정조치를 예외 없이 발동해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관련자료

1: 금융감독원(2003.1.28), 보도자료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및 동 시행세칙 개정」


(중략)

2. 여전업감독업무시행세칙 주요 개정내용

가. 조정자기자본비율 및 연체채권비율 등 산정방식 개선

□ 금융회사앞 채권매각분을 총자산에 포함하여 산정

카드사, 할부사 등이 금융회사에 채권양도 형식으로 매각하였으나, 기업회계기준상 양도에 대한 판단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대출성격에 해당하는 채권매각분) 총자산에 포함

→ 따라서 조정자기자본비율 등 경영지표 산정시 자산에 포함됨


2: 「여신전문금융업감독업무시행세칙」 부칙


부 칙(2003.1.24)

(시행일)이 세칙은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2003년1월24일 금융감독위원회 개정의결)의 시행일부터 시행한다.

(계량지표의 산정기준에 관한 적용례)2002년10월18일 이전에 매각된 자산으로서 기업회계 기준 등에 관한 해석 52-14에 의해 실질적으로 양도되지 않은 자산은 <별표4>의 계량지표 산정시 포함한다.


3: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한국은행(2003.3.17), 금융정책협의회 회의자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신용카드사 종합대책」


(중략)

적기시정조치시 “관리자산 기준 연체율” 적용

ㅇ 그러나, 카드사의 경우 우량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데, 매각자산이 부실화되는 경우 그 위험을 실제로 카드사가 부담하고 있어,

– 보유자산 기준으로 연체율을 산정할 경우 실제 부담하는 리스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고,

– 우량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조달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

ㅇ 따라서, 적기시정조치 기준 중 연체율 기준을 현행 보유자산(B/S) 기준에서 관리자산 기준으로 변경

※ 기준변경시에도 외국과 같이 연체율 통계는 관리자산과 보유자산 기준 2가지로 계속 발표 예정



4: 금융감독원(2003.5.23), 보도자료 「자산운용 감독 중점 업무추진 과제」


(중략)

MMF의 안정성 강화방안 마련

– MMF의 운용대상ㆍ평가방법ㆍ가격결정 방식 등 제도전반*에 대한 정비를 통하여 MMF가 안정성과 유동성이 제고된 단기여유자금 운용 상품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개선

* 잔존만기, 신용등급, 가격결정방식, 평가방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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