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칼럼(ef) 2013-10-23   575

[기고] 기로에 선 박근혜, 경제 민주화가 살길이다

[경제 민주화 워치] <13> 국민의 입법 참여가 절실한 때

김성진,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변호사

백범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을 세울 즈음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남겨 주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이처럼 우리 대한 국민들이 문화인으로서 높은 수준의 문화의 힘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창조하고 접할 수 있는 정신적·물질적인 여유가 주어져야 한다. 그런 여유는 경제생활에서 자존심을 지키며 살 수 있는 것에서 시작된다. 실제 경제에서는 경제적 강자와 약자가 있다. 경제생활에서 자존심을 지키고 살기 위해서는 경제 주체 간의 거래 내용이 일방에게만 유리한 것이어서 다른 당사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거나 모욕적인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가 경제 주체의 힘의 균형을 맞추어 주어 강자가 약자를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결과를 막아야 한다. 첫째로, 강자가 지나치게 강하지 않게 하고, 둘째로, 강자가 자신의 힘을 이용해 약자와 거래할 때 불공정한 거래를 강제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것이 헌법이 정한 경제 민주화다. 경제 민주화는 ‘문화의 힘’의 조건이고, 국민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전제이다.

우리는 집세나 이자로 사는 부자가 아닌 이상, 노동을 팔아서 현금을 얻어야 한다. 그 경제 현실에서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먹고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 바로 경제 민주화다. 대한민국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경제적으로 아무리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도 자존심을 지키면서 먹고살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그러한 국가의 의무를 제도화하여 강자의 전횡을 막는 것이 경제 민주화다. 노동자든 자영업자든 적당히 노동하면, 적당히 아이들 키우며, 적당히 먹고살고, 적당히 노후에 쉴 수 있는 사회를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적당히 노동한다는 것은 초과 근로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낮에 일하고 저녁에는 퇴근해서 아이들과 저녁 먹고 놀아 주기도 하고, 책도 읽고 음악이나 공연도 감상하며, 이웃 간에 모여서 맥주 한잔 부딪치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삶을 말한다. 그 여유와 시간 속에서 문화의 힘이 자랄 수 있는 것이다.

경제 민주화가 이슈가 된 배경

김구 선생이 가시고 60년이 넘은 대한민국의 오늘, 일견 경제 성적을 보여주는 숫자는 화려하다. 국민소득은 수십 배가 늘었고, 국가 경제의 크기는 세계 15위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기업이 되었다. 이에 새삼 김구 선생 기준으로 물어 본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한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불을 넘었으니, 평균적인 3인 가족이면 연 6000만 원 이상, 월 500만 원 이상을 버는 셈이다. 진실로 파이를 잘 나누어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할 경우 경제적 약자도 자존심을 지키며 살 만한 수준에는 충분히 이르렀다.

그러나 실제 경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개발 독재 시절에도 어느 정도 국가 경제 성장과 템포를 맞추어 경제성장률만큼 형편이 나아졌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가 경제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과는 반대로 국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점점 줄어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이 강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전면적으로 밀어붙인 결과, 노동자 등 경제적 약자의 지위는 더욱 약화되었다.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명목으로 노동자에 대한 해고를 쉽게 만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15년 동안 비정규직 일자리와 같이 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만 늘어났다. 일자리를 잃고 조기 퇴직한 노동자는 퇴직금으로 식당과 치킨집을 차렸고, 그 결과 세계에서 유례없이 자영업자들이 폭증한 나라가 되었다.

재벌 대기업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중소기업에 대하여 적절한 단가를 나눠주지 않았고, 중소기업의 체력은 갈수록 약해져 갔다. 중소기업이 어려우니,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월급을 올려 달라고 하기도 어렵다. 일하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들고, 번 돈의 일부만을 소비하는 부자들에게 돌아가는 몫만 늘어나니, 돈이 돌지 않아 경제가 점점 어려워졌다. 노동자들이 쓸 돈이 없으니, 집 앞의 치킨집이나, 동네 식당이나 동네 슈퍼마켓이 잘될 리 없다. 이제는 치킨집에서도 1000원짜리 노가리 안주를 팔고 있다. 재벌 대기업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규제 완화를 틈타 중소기업들이 하는 유통업과 식당 등 서비스업에 전면적으로 뛰어들었고,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례에서 보듯이 기존 시장의 매출은 절반으로 반토막이 났다. 자영업자가 한 해에만 83만이 문을 닫았다. 줄잡아 한 해에 300~400만에 이르는 국민이 도시 빈민으로 추락한 것이다. 국가 경제는 숫자상으로 계속하여 성장했지만, 국민들의 생활은 반대로 뒤떨어지는 일이 계속된 것이다.

1970년대, 1980년대만 해도 한집에서 가장이 혼자서 벌어 온 돈으로 애들 두셋을 낳아 키우면서 대학 교육까지 어느 정도 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맞벌이를 해도 아이 하나 낳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삶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비참하다. 국가의 장기적 존속을 위협할 정도의 최악의 출산율이 그것이다. 이제 은퇴한 어르신들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부서져라 일했지만, 은퇴 이후 남아 있는 것은 없다. 자식이 몇 명 있고, 그들에게 교육은 시킬 만큼 시켰지만, 그들은 제 새끼 키우기도 버겁다고 한숨이다. 자식들에게 용돈 이삼십만 원이라도 받으면 정말 효자를 둔 것이고 복 받은 노인이다. 그렇지 못하고 처절하게 내던져진 노인들이 빈곤과 병고에 허덕이고 있다. 노인 빈곤율 세계 1위, 노인 자살률 압도적인 세계 1위라는 숫자가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처럼 재벌 대기업에 집중된 경제 구조를 방치하고 그들의 불공정한 경제 활동을 방치한 결과, 망하거나 망하기 일보직전 상태에 있는 국민들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이 더 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비명을 지르고 있고, 일부는 어려움을 못 이기고 세상을 등지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못살겠다는 아우성이 바로 경제 민주화와 복지 확대 요구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 종료 선언

이를 받아 안고, 지난 대선 국면에서 여야 후보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경제 민주화와 복지 확대를 공약했다. 박근혜 후보는 헌법에 경제 민주화 조항을 넣었다는 김종인 박사를 경제 민주화의 얼굴로 내세웠고, 국민들은 박 후보의 ‘신뢰의 정치인’이란 인상을 그대로 믿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후 지금까지 실제 진행된 입법은 경제 민주화란 말이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통과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방안은 재벌의 조직적 반격의 결과 빠져나갈 구멍이 숭숭 뚫린 채 입법되었다. 정부가 만든 일감 몰아주기 관련 시행령 규정은 구멍을 더욱 키웠고, 글로비스 등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사례가 다 빠져나가게 만들었다. 공약 이행의 발걸음만 뗀 상태에서 박 대통령은 이제 ‘경제 민주화 입법은 거의 끝났다’는 말로 경제 민주화를 마무리하였다.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는 발언과 함께 말이다.


최근 동양 사태와 경제 민주화 입법

그즈음 동양사태가 곪아 가고 있었다. 결국 대략 4만이 넘는 가구에서 평균 3000만 원의 생돈을 날리게 된 것이다. 동양증권은 동양그룹 계열사를 위해서 그 부실 채권의 상당수를 그것이 부실 채권이라는 것에 대한 설명도 없이, 그 채권을 살 생각도 없던 사람을 꼬드겨 팔아넘겼다. 총수가 금융기관을 마음대로 경영하는 바람에 금융기관 고객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금융 감독 당국과 청와대는 이러한 동양증권의 일탈을 애초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치했고 그 결과 피해자들의 수와 규모가 급증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실 알고 보면, 동양사태 재발을 막을 대책들은 대부분 박 대통령 공약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 공약들은 모두 재벌 대기업의 반발로 입법이 미루어지거나 행방이 묘연해져 버렸다. 동양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그 공약 하나하나를 신속히 입법해야 한다.

첫째, 총수로부터 독립된 이사·감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공약이다. 예를 들어 동양증권 안에 총수로부터 독립적인 이사나 감사가 있었다면, 동양그룹 총수를 위해 자신의 고객들을 팔아넘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동양증권에는 총수의 지시에 ‘노’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법무부는 독립된 이사·감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하는 공약대로 ‘상법’개정안을 만들어 입법예고까지 마쳤다. 그런데, 재계가 쌍수를 들고 반대하자, 법무부는 입법안을 발의하지도 않고 있다. 재벌 쪽에서는 공약대로 입법이 되면 경영권을 잃을 것처럼 과장하는데, 그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 경영은 대표이사의 결정이나 이사회 다수결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독립적인 이사 한 사람, 감사 한 사람이 경영을 좌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벌의 반대는 한 사람이라도 총수 방침을 거슬러 입바른 소리 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것일 뿐이다. 한화그룹 김승현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CJ그룹 이재현 회장 등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배임·횡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총수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단 한 사람도 회사 내부에 없었기 때문이다. 재벌 대기업 내부에도 적법한 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은 있어야 한다.

둘째, 대주주 적격성 유지 심사를 모든 금융 회사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이다. 이는 재산 범죄를 저지른 비리 총수에게 금융 기관을 맡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총수가 비리를 저지르면 금융 기관을 경영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경고하자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는 ‘금융 기관의 지배 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올라와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감독 기관은 금융 기관을 소유하거나 사실상 지배하는 자의 적격성을 지속적으로 심사하고, 그 대주주가 재산 범죄 등을 저질러 자격이 문제되는 경우 그에게 시정 명령을 내리고, 시정 명령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주식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벌 쪽은 ‘외국 자본에 금융 기관을 넘겨주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이는 ‘동양 사태처럼 총수의 비리가 아무리 심각해도 동양증권을 외국 자본에 넘겨주면 안 되기 때문에 현재 총수의 경영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에 불과하다. 국민경제 전체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비리를 저지른 재벌 총수가 더 이상 보험, 증권사를 경영할 수 없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재벌 총수와 같은 경제적 강자의 경제 범죄를 엄히 처벌하겠다는 공약이다. 횡령·배임 액수가 클 경우 적용되는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형량을 강화하여 재산 범죄를 저지른 총수 일가에 대하여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예전에 이건희, 정몽구 회장 같은 재벌 총수의 천문학적인 액수의 범죄에 대하여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왔던 ‘3·5제 정찰제’ 판결이 더 이상 불가능하게 하겠다는 약속이다. 여야 대선 후보 모두 공약했던 것이고 이미 법안도 제출되어 있어서, 박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통과될 수 있다.

넷째, 순환출자를 규제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다. 순환출자는 A→B→C→A와 같이 연쇄적으로 출자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C가 A에 출자하게 되면 A는 당초의 출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되고 결국 A를 지배하는 총수는 아무런 자본 투입과 실물 투자 없이 B와 C를 지배하게 된다. 동양그룹도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순환출자를 활용했다. 순환출자를 통해 부실한 계열사에 자금을 출자의 형태로 지원하도록 함으로써 다른 계열사와 투자자들에게 부실 피해가 더 확산된 것이다.

박 대통령 공약은 기존 순환출자 고리는 그대로 두고 새로 순환출자가 이루어지는 것만을 금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형성된 순환출자도 실제의 출자 없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이용된 것이므로 해소되어야 한다. 총수 일가는 실제 출자액은 몇 %도 안 되지만, 순환출자를 통해 계열사 전부에 대한 경영권을 100% 장악하고 있다. 그로 인해 계열사들은 각 회사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경영되기보다는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순환출자도 총수 일가에 과도한 지배력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해소되어야 한다.

이에 대하여 재계는 순환출자를 금지할 경우 투자가 위축되고, 외국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출자와 투자는 별개의 개념이다. 순환출자는 한 회사가 돈을 계열사의 주식을 사는 데 쓰고, 결국 그 돈은 돌고 돌아 원래 회사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어서, 총수는 어떠한 돈도 실제로 투자하지 않는다. 순환출자는 총수 일가의 지배권 승계·강화나 가공자본을 이용한 경제력 집중에 남용되는 것일 뿐이다. 또, 재계의 ‘외국 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론’은 과장에 불과하다. 재벌 대기업은 상장된 경우 수천, 수만 명으로 주식이 분산되어 있다. 수천 명의 외국인 주주가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가정이고, 불필요한 걱정이다.

다섯째, 금융 소비자의 피해 구제를 쉽게 하기 위해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조속히 제정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 과제다. 금융 소비자가 상품의 위험성을 쉽게 알게 하고, 금융 기관이 고객을 속여 불필요하고 위험한 상품을 팔았을 경우 집단소송 등을 통해 손해배상을 쉽게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고객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그 손해를 모두 물어내야 한다’는 것이 정착되면, 사기성 부정 판매는 발붙이기 어렵게 될 것이다. 동양 사태의 경우 금융감독원이 문제의 원인을 알고도 방치한 것이 금융 소비자의 피해를 키웠다. 이러한 결과는 금융감독원의 관심이 주로 금융 기관의 건전성 유지에 있어서 금융 소비자 보호를 주된 관심으로 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금융 감독 기구는 금융 기관이 망할까 봐 걱정하는 조직이지 고객이 망할까 봐 걱정하는 조직은 아니다. 고객에게 위험한 상품을 팔아서 고객이 손해를 보아도 금융 기관은 상품을 판 만큼 돈을 벌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금융 소비자 보호와 금융 기관 건전성이 충돌하는 국면이 있다. 그러므로 고객이 망할까 봐 걱정하는 조직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금융 소비자 보호를 전담하는 조직이 필요한 이유다.

박근혜 정권을 살리는 길

공자는 정치의 요체를 족병(足兵), 족식(足食), 민신(民信)으로 정리했다. 요즘으로 치면, 국방과 공안(족병), 경제와 민생(족식), 국민의 신뢰(민신) 3가지다. 박 대통령은 정치의 요체 3가지 중 중요한 2가지를 버린 것으로 보인다. 민생, 즉 경제 민주화와 복지 확대를 버렸고,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까지 버린 것이다. 이제 박 대통령에게 남은 것은 족병, 즉 군대와 국정원, 검찰, 경찰을 내세운 공안뿐이다. 그러나 민생고를 방치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채 공권력과 재벌만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룰 수는 없다. 재벌 대기업에 좋은 것이 국민경제에 좋은 것이라는 말은 더 이상 근거가 없다.

지금 박근혜 정권은 기로에 서 있다. 민생의 위기이자 신뢰의 위기다. 국민들은 진실로 박 대통령이 공권력과 재벌에 의지하지 않고, 서민들의 민생을 챙기고,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전혀 어려운 것도 없다. 박 대통령이 진정 대한민국과 자신의 미래를 위하는 길은 선거 때처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시대의 요구인 경제 민주화 입법을 차제에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성적표는 낙제를 면치 못할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다시 저버린 정권으로, 어렵게 사는 서민들을 살리지 못한 정권으로, 재벌 총수들의 눈치를 살피다 국민을 외면한 정권으로, 국민들에게 다시 비통함을 남기고 말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국민을 살리지 못하면 그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러므로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정부로 남게 두어선 안 된다.

이제 국민이 믿을 것은 재벌과 박 대통령의 선의가 아니다. 이제는 국민이 경제 민주화와 복지 확대를 위한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앞장서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다그쳐 경제 민주화와 복지 확대에 나서게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다.

국민의 입법 참여가 경제 민주화 입법을 위한 유일한 길

국민은 대한민국의 주인이기 때문에 입법에 참여해야 하고, 당연히 얼마든지 적법한 수준에서 관여할 수 있다.

동네 편의점이 좋은 예이다. 가맹본부의 일방적인 횡포에 눌려 살던 편의점 주인들이 못살겠다고 나서 그들도 숨 쉬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가맹사업법을 바꾸어 낸 것이다. 먼저 편의점주들이 뭉쳐서 24시간 적자 영업 강요, 과장된 매출액 제시, 근거리 추가 출점 등의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단체로 가맹본부에 항의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참여연대를 통해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만들어 정치권에 입법 운동도 했다. 민주당에서 이를 받아 법안으로 발의했고, 민병두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결국 법안이 통과되었다. 편의점주들이 절감한 문제점들 대부분이 법 개정으로 해결된 것이다. 편의점주 단체의 활동도 법으로 보장되게 되었다. “을”이 힘을 합쳐 입법을 통해 “갑”의 전횡을 견제하는 데 성공한 선례다.

이제 동양 사태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자신을 살리고, 박근혜 정권을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행동을 취할 때가 되었다. 그것은 경제 민주화와 복지 확대 정책 하나하나에 대한 입법을 강제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피해를 본 “을”들이 뭉치는 것이고, “을”들이 힘을 모아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에게 전화하고, 만나서 필요한 입법과 정책을 호소하는 것이다. 재벌 대기업의 대관팀 담당자들은 국회와 정부를 자기 방처럼 드나들며 입법 로비를 펼친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이 국회의원과 공무원을 못 만날 이유가 없다. 이와 같이 국민이 적극적으로 입법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국민이 살고, 대한민국이 사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일요일 저녁 광화문 네거리 사무실에는 두꺼운 창유리를 뚫고 귀에 익은 노랫말이 반복하여 들려오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본 기고글은 필자가 <프레시안>의 ‘경제민주화워치’ 칼럼에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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