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여당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 결정, 당연하다

정부와 여당은 어제(11/16) 당정협의를 개최하고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을 논의·확정한 것으로 발표했다(https://bit.ly/3pyCzi9).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현행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 시행령과 「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행 24%로 규정된 최고금리가 20%로 낮춰질 계획이다. 정부와 여당의 이러한 결정이 고금리 대출로 시름하던 서민금융소비자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으로 전해지길 기대한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발표안은 최고금리 인하의 근거를 법령이 아닌 시행령 개정에 두고 있고, 향후 시장여건 급변 시에 탄력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입장이어서, 최고 금리인하 결정이 후퇴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는 최고금리 인하를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로 명시해 해당 결정의 취지를 더욱 명확하게 하고, 그 구속력을 담보하기 위해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대부약정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는 등 추가적인 입법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서민 삶 옥죄는 과도하게 높은 이자율 낮춰야

 

애초에 최고금리 인하는 제21대 총선에서 여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안으로 당연히 이루어졌어야 할 결정이다. 그동안 경제적 어려움으로 부채를 통해서라도 생활자금을 조달해야했던 서민금융소비자들은 낮은 신용도로 인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임에도 오히려 과도한 이자를 지불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지 오래이다. 특히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인해 사회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할 주요 정책으로서 법정 최고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강하게 제기되었고, 그에 따라 국회에는 최고금리를 10% 수준까지 제한하는 대부업법, 이자제한법까지 발의돼 계류 중인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서민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최고금리 인하를 결정한 만큼, 해당 근거 규정이 조속히 마련돼 시행되기 바란다.   

 

최고 금리인하에 반대하는 보수경제지의 논리, 온당치 않아

 

대부업계와 보수경제지를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이익 가능성이 줄어든 대부업계의 도산과 금융축소가 우려되고, 대출처를 구하지 못한 서민금융소비자들이 결국 불법사금융 시장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여당 역시 최고금리 인하로 약 2조원의 민간금융 이용 축소가 예상되며, 3.9만명의 채무자가 불법사금융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어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상적인 대부가 어려울 정도로 상환능력이 저하된 사회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향후 부실화될 위험이 큰 다른 민간대출로 내몰기 보다는 정부의 서민정책금융과 채무조정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에 대한 맞춤형 사회복지를 강화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대부업법 상 최고금리를 연 34.9%에서 연 24%로 인하한 지난 2017년 이후 대부업체들이 신규대출을 중단했지만, 대출을 거절당한 사람들이 햇살론17 등 정책금융상품을 대체재로 이용하면서, 불법사금융 시장을 이용한 사람의 수가 오히려 줄었다는 조사결과도 보도된 바 있다(https://bit.ly/2K64ENA). 여기에 취약계층을 위한 적극적 고용정책과 함께 주거비, 교육·양육비 등 기본적인 가계지출을 줄이는 정책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불법사금융은 최고금리 인하 결정과 별개의 사항으로 상시적인 조사·단속과 강력한 처벌을 통해 근절해야할 문제이며, 이를 구실로 고리대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된다. 합법적인 대부업은 적정한 이자율 범위에서 다양한 상환능력심사와 금융기법을 개발하여 소비자를 발굴해야 하고, 불법사금융은 원금도 돌려받지 못 하게 하고 처벌도 강화하여 불법사금융을 운영할 유인을 없애야 한다.  

 

최고이자율을 초과한 대부약정은 아예 무효화 하고, 처벌규정 강화돼야

 

한편 이번 최고금리 인하 결정이 보다 실효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이자에 대한 강한 제재 방안 역시 마련되어야한다. 이를 위해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이자약정을 무효화하고, 이자가 최고금리의 2배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원금에 대해서도 그 약정을 무효화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반하는 대부계약에 대한 처벌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최고금리 규제와 더불어 과도한 추심으로 고통받는 채무자보호를 위한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개정 역시 고려되어야 할 입법과제이며, 연체채무자의 채무조정 요청권 제도화, 채권매입추심업 규제, 채권추심에 대한 원채권금융기관의 책임 강화 등 규정이 포함된 대부업법 전부개정 입법예고안(금융위원회 공고 제2020-353호) 역시 조속히 입법제안이 이루어져 논의되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대다수는 최고이자율이 20% 이하이지만¹, 한국만큼은 유독 다른 주요 국가에 비해 최고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왔고, 그에 따른 부담은 저소득 채무자들이 감당해야만 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여당, 국회는 비생산적인 지대 수입으로 서민의 삶을 옥죄어온 약탈적 금융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서민금융소비자와 채무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정책·입법활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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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¹일본의 경우 대출금액에 따라 최고금리는 연 15%·18%·20%로 규정하고 있고,  대만 역시 최고 이자율을 20%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가 연 8~18%로 두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민법상 법정이자율이 연 4%이고, 지연이자 역시 기준금리+5%로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는 금융기관 평균 이자율의 1/3을 추가한 이율을 초과하는 이자 약정을 폭리인 고리대차로 규정하고, 스위스 역시 최대 15% 이내로 이자율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종천(2016), 「이자제한법제의 일원화 과제」, 『최고 금리 규제 단일화 방안 마련 토론회』, 국회의원김기준·금융소비자네트워크, p.29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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