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조선 하도급 불공정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대우조선해양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지난 11월 27일 하도급 불공정 행위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53억원, 법인 고발 등 제재결정을 받았다. 2015년~2019년까지 사전 서면 발급 의무 위반, 일방적으로 제조원가보다 낮은 단가로 하도급 대금 결정, 부당하고 일방적인 위탁 취소·변경 행위 등의 혐의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제재 결정 이전에도 지난 2013년 부당한 단가 인하 제재, 2018년 계약서면 지연 발급, 2019년 서면 발급 의무 위반,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부당 특약으로 각각 제재를 받은 바 있어, 지난 7년동안 벌써 4번째 제재 결정을 받게 되었다. 특히 이번 공정위 제재결정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8년과 2019년 제재 직후에도 법 위반에 대한 자성과 개선 노력 없이 지속적으로 불공정 거래 관행을 유지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하도급 갑질 관행을 유지하면서 공정한 시장질서를 유린하고, 엄연히 존재하는 법·제도를 무시하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더욱 무거운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 

 

조선 업계에서 이러한 불공정 관행은 비단 대우조선해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 한 해만 살펴봐도 삼성중공업(2020.4.23.공정위 제재), 현대중공업(2020.7.24., 8.26. 공정위 제재., 2020.11.26. 중소벤처기업부 고발요청), 신한중공업과 한진중공업(2020.10.5. 공정위 제재) 등 다수의 조선사가 당국으로부터 제재 결정을 받았다. 제재 사유도 사전서면 발급 의무 위반, 부당한 단가 인하 또는 대금 미지급, 부당 특약 설정 등 오래도록 문제점으로 드러났던 사항들이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대형조선사들이 이렇듯 하도급 갑질을 중단하지 않는 이유는 법률을 위반하면서까지 남기는 초과이윤이 당국에 적발돼 과징금 및 법인 고발 조치를 받는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훨씬 큰 이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 피해업체 대표는 어제(12/1) 있었던 <Post 코로나, 지속가능 경제를 위한 하도급불공정 개선 모색 토론회>에서 ‘하도급 비중이 절대적인 조선업의 특성상 공사규모가 연간 조단위 이상이고 3년 기준으로 보면 (대금)삭감규모가 수천억원임에도 공정위 제재시 과징금은 불과 수십억 수준에 불과해 하도급법 준수에 관심이 없을 수 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반면에 피해를 입은 하도급 업체들은 민사상 구제를 받으려고 해도 소송 비용이 부담될 뿐만이 아니라 증거 부족으로 법정에서 손해입증을 하기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사전계약 이전에 작업지시가 내려질 경우 하도급 업체들은 그 작업을 수행할 때 어떠한 기준에 따라 어느 수준의 대금이 지급되는지 알 수 없어 자금 사정 및 계획에 따라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하도급 대금이 원가보다 낮게 책정되면 결국 하도급 업체들은 부채에 의존해 노동자들의 월급을 겨우 지급하며 연명하다가 도산할 수 밖에 없다. 공정위 조사를 통해 원가 이하로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대기업으로부터 일을 받아야만 생존이 가능한 중소 하도급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대기업조선사들이 하도급업체들을 약탈적으로 수탈해왔다는 피해업체들의 주장에 공감한다. 한계에 내몰린 다수의 하도급 업체가 임금체불로 고소를 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지난 11월에는 작업자의 임금해결이 어려웠던 삼성중공업 물량팀장이 자살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비용과 위험을 아래로 전가하는 식의 경제구조가 지속가능할 리 없다. 대형조선사의 이윤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거래 강요로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신뢰를 앗아간 기반 위에 쌓인 것이라면, 이는 전반적인 경제 시스템과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조선 불공정 관행 척결을 위한 법·제도적 해결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당장 피해사례로 오르내리는 계약서면 미교부 및 일방적인 단가 인하와 관련해 ▲계약서면에 상세한 하도급 물량, 물품의 상세내역과  대금산정기준 및 내역, 납품검사 기준 등 기재사항 확대를 법률로 정하고, ▲서면미교부에 대한 과징금 액수도 늘려야 한다. ▲통상 하도급대금 추정 규정 및 손해배상액 추정 규정을 신설해 대기업이 하도급 대금을 자의적으로 부당하게 산정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 피해업체의 민사상 구제 가능성을 높이고 원사업자의 불법 자행 동기를 낮추기 위해 ▲손해배상소송 시 법원의 자료제출명령권을 도입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금액 및 범위를 확대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이 방안들은 이미 국회에 다수의 개정안으로 계류 중이다. 입법부의 책임있는 직무 수행을 요구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불공정 거래로 제대로 된 대금을  받지 못해 길거리에 나앉게 된 수많은 피해업체에 대한 구제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과반수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은 자회사의 불공정하도급거래 행위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복되는 대우조선해양의 불공정하도급거래 행위가 발생하는 원인과 책임자, 한국산업은행의 감독부실과 책임자를 철저히 조사해 문책하고,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나아가 공정한 경제환경을 선도적으로 조성하기 위하여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이 관리하는 회사들이 불공정행위를 상시 감독하고,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한국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의 불공정 행위 근절 의지는 피해회사들에 대한 합당한 배상에서부터 확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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