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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3.10.31
  • 370

[경제 민주화 워치] <15> 한겨레, 선정 과정 투명하게 공개하길

이병천,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자문위원장- 강원대 교수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이끄는 수출이 나 홀로 독주를 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외환 보유고도 아주 넉넉하다. 그래서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우려로 오히려 한국이 매우 안전한 투자처가 되었다는 말도 들린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수 기세가 대단하고 침체했던 주가가 2000 이상으로 치솟았다.

그런데 그럴수록 더 불안하고 우울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주가가 연일 고공 행진을 한다 해도 그것은 '그들'만의 잔치에 그치기 때문이다. 삼성에 좋은 것이 나라 경제 전체에, 모든 국민 대중에게 좋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다. 우리 경제는 소수 슈퍼 재벌이 주도하는 재벌 내부경제("갑")의 성채와 그 바깥쪽으로 밀려나 있는 외부경제("을") 간의 이중화 덫에 빠져 있다. 더 정확히 말해 99% "을"에 대한 지배와 수탈, 배제 위에서 낙수 효과조차 거의 말라버린, 1% "갑"의 독점·독식 성장 체제가 위태롭게 굴러가고 있다.

삼성 재벌이 바로 이 내부자-외부자로 분절된 한국 특유의 갑을 자본주의 정점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의 한국 정치 경제를 '삼성 공화국'이라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이 폐쇄적이고 경직적인 삼성 독점 그룹은 일찍이 '안기부 X파일' 사건,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양심 고백 사건, 삼성에스디아이(SDI) 노동자에 대한 불법적 위치 추적 사건, 삼성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사망 사고, 태안 앞바다 삼성중공업 기름 유출 사건 등으로 민주공화국 제1급의 '사회적 무책임 기업' 집단으로 크게 오명을 떨쳤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 도급 사건이 드러나고, 뒤이어 그룹 차원의 노조 와해 전략이 담겨 있는 "2012년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이 공개되어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바로 이 삼성 재벌 소속의 두 회사가 한국의 '사회책임'경영 8대 우수 기업으로, 그리고 "동아시아 사회책임경영 30대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다. 도대체 우리가 잘 모르는 어떤 대단한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떻기에 삼성전자와 삼성에스디아이가 '사회무책임'경영 우수 기업이 아니라 '사회책임'경영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것일까. 올해로 신경영선언을 한 지 20주년을 맞이한 이건희 회장으로서는 매우 기분 좋은 일이 되겠으나, 그간 삼성이 저지른 온갖 비리와 '사회적 무책임' 행태를 잘 알고 있는 양식 있는 시민들이 보기에는 몹시 납득하기 어렵고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겨레신문사가 올해로 네 번째 아시아미래포럼을 주최했다. 주제도 '포용 성장 시대-기업과 사회의 책임'으로 되어 있다. 아주 좋은 주제다. 이 잔치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소수 재벌의 나 홀로 독식 성장이 아니라 성장의 열매를 함께 나누는 포용 성장을 추구하는 이 포럼이 잘 진행돼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그런데 이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에스디아이가 한국의 8대 사회책임경영 기업, 동아시아 30대 사회책임경영 기업으로 선정된 사실은 좀처럼 납득하기가 어렵다.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위원회가 3개월 동안이나 검증을 거쳐 최종 선정을 했다고 하니 그동안 면밀한 검토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한겨레신문이, 만약 가능하다면, 이 진중한 검토 과정과 선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 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삼성에스디아이가 어떻게 한국과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사회책임경영 우수 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보통 시민들이 충분히 가질 만한 의혹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기를 기대한다.


※ 본 기고글은 필자가 <프레시안>의 '경제민주화워치' 칼럼에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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