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칼럼(ef) 2014-05-14   817

[기고] “‘워킹푸어’ 소득 높이는 게 진짜 성장이다”

[경제 민주화 워치] 부채주도 성장에서 소득주도 성장으로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신자유주의적 경제사조 추구한 규제완화와 시장자율 

군사독재정권의 랜드마크였던 관치경제를 극복하겠다며 문민정부-국민정부-참여정부, 그리고 이명박 정부까지 도도하게 흘러온 무차별적 규제완화, 시장자율 정책의 신자유주의적 국가운영 전략의 결과를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 돌이켜 보면 결국 거대한 재벌의 시장지배로 귀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정된 일자리는 풍비박산 나서 비정규직과 근로빈곤층이 만연하고, 쫓겨난 근로자들이 대거 자영업으로 진출하여 자영업이 비대해지고,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가 시장자율과 글로벌 스탠다드의 미명하에 사라지면서, 이제는 노무현 정부의 한탄처럼 정부도 재벌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중소기업, 중소상인, 서민 생존권의 수호와 내수경제 활성화를 통한 우리 모두의 살길이고,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절실한 국가적 과제이다. 재벌대기업의 시장독식과 그에 따른 사회경제 양극화와 중소상인, 중소기업, 소비자, 노동자, 청년 등 각계각층 국민의 생존의 위기의 절규, 여기가 왜 경제민주화인가의 출발점이다.
작은 정부와 민간자율규제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적 국가운용 기조는 결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소홀히 하는 무책임 행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시장자율 만능 풍조는 행정기관의 감독권한을 민간단체에 이관하여 민간단체가 행정권한을 행사하는 사례를 늘려 왔다. 금융감독원, 재개발조합, 선박해운조합, 주택사업공제조합 등 각종 사업조합 등 많은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금융감독원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에서 차출된 인력과 금융기관들이 출연한 자금을 가지고 설립된 무자본 회사이며,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의 행정권한을 위임하여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등에 관한 금융감독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예금자들에게 후순위채권을 판매하여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를 일으켰던 저축은행 사태나, 수출중소기업들이 은행들이 환위험 헤지상품으로 권유한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였다가 대규모 손실을 본 소위 ‘키코’ 사건, 부실경영에 빠진 동양그룹 계열사 기업어음을 투자전문회사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동양증권 사태 등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사건에서 금감원이 사전에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감독행정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은 이러한 구조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규제완화와 민간자율규제 시스템의 문제는 핵심적인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선박구조와 구명정 등 선박안전시설에 관한 감독권한을 민간 비영리법인인 한국선급에 위임하여 시행하고 과적위험, 출항허가, 선박구난훈련 등 선박운항에 관한 감독권한을 해운회사들의 사업조합인 해운조합에 위임하여 시행하였는데,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이 선박안전과 선박운항 안전, 선박재난 시 구조시스템에 있어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연령을 20년에서 30년으로 규제완화를 했더니, 새로운 선박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노후화되어 폐기되는 선박을 사와서 구조까지 바꾸어 운항할 수 있게 되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선박이 버젓이 운행하게 한 것이다.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낳은 서민의 고통

규제 즉, “규칙과 제도”는 사회와 시장을 운영하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범의 하나 일 뿐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것이고 그 자체가 “악”이나 “암”과 같은 나쁜가치로 평가될 수는 없다. 물론 시대가 바뀌어 사회가 변화하면 변화된 사회환경에 맞추어 더 이상의 효용이 없거나 사회적 합의가 소멸된 규제들은 폐지되거나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규제의 합리적 조정이나 개선”이라는 과제는 모든 정권에서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할 행정업무이지 어느 시대에 정치적 브랜드(‘전봇대’, ‘손톱 밑 가시’ 등)를 붙여 선동적으로 몰아붙이는 정치적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규제는 노동보호, 환경보호, 중소상인보호, 서민금융보호, 소비자보호 등 그 나름의 공익적 목적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사회적 합의에 의하여 국회와 정부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므로 규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이러한 공익적 목적의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특히, 규제를 그 규제의 공익적 목적에 의하여 보호되는 노동자, 중소상인, 채무자, 소비자 등 경제적 약자의 처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재벌과 대기업의 입장에만 서서 투자에 걸림돌이 되니 규제를 폐지하자는 식으로 재벌과 대기업 민원해결 하듯이 규제개혁을 하면 규제의 공익적 목적을 간과하여 규제개혁을 바라보는 균형을 상실하게 된다. 이렇게 균형잡힌 시각이 아니라 오로지 재벌과 대기업에게 투자를 구걸(?)하고 경기활성화라는 단기적 목표에만 매달리는 규제완화가 우리 사회에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지는 규제완화로 야기된 대표적인 실패행정의 사례들에서 이미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신용카드 발급시 소득조사 등의 규제와 사용한도 규제를 풀었더니 길거리에서 고등학생들에까지 신용카드가 쉽게 발급되고 카드 돌려막기식의 부채늘리기가 그대로 방치되어 400만 명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카드대란을 겪었고, 제로베이스 금융규제에서 완화로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 PF대출 등 투기사업에 대한 대출을 할 수 있도록 하여 대규모의 예금피해자가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 등 금융규제 완화로 인한 피해가 실로 막대하였다. 대형마트 진출규제, 중소기업 고유업종 진출규제 등을 폐지하자 재벌대기업들이 동네상권과 전통시장 문턱까지 진출하고 문구, 식자재 납품, 도매업, 꽃집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마구 진출하여 중소 자영업자들을 생존위기로 몰아 넣었다. 게임산업을 활성화한다, 여가산업을 활성화 한다면 사행성게임이나 베팅을 기본으로 하는 경마, 경정, 경륜 등의 사행산업 진출규제를 완화하자 바다이야기 사태와 같은 사행성 게임 사태와 무분별한 장외발매소 확장으로 동네입구까지 사행산업이 진출하는 도박대란을 겪은 바 있다. 고용에 관한 규제를 완화한다며 비정규직 사용과 정리해고 규제완화가 청년실업, 고용불안, 가계소득 저하로 내수경제의 활력을 잃게 하고 사회갈등을 격화시켜 왔다.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의 핵심수단은 규제완화이다. 부동산 투기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경기 활성화 정책으로 분양가상한제 폐지 주장, 그린벨트 해제지역의 용도규제 완화, 재건축 규제완화 등뿐만 아니라 의료규제를 완화하여 영리 자회사 설립 등 의료의 영리화 추진, 수도권 공장설립 규제 등의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여 인천항만이나 경기도 주변지역의 공장유치는 지방기업유치와 같은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공약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에 무분별한 규제완화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한다는 목적으로 규제를 풀었더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게 되었다는 것이 세월호 참사의 또 다른 교훈이다.
 
규제완화와 부채주도 성장에서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 성장으로

규제에는 환경, 노동 보호, 중소상인 보호, 국민의 건강과 안전 보호 등 그 고유의 공익적 규제목적이 있는데, 자칫 기업들의 투자유치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규제완화로 보호되어야 할 공익적 가치들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종 규제완화와 시장자율을 큰 이념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국가운용전략은 경쟁에서 탈락하는 경제적 약자의 증가와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초래하는데,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해결전략으로 대체로 금융지원정책을 사용하고 있음. 전월세난이 심각하면 전월세 대출을 수월하게 하고, 각종 투기억제 정책의 해제로 집값이 상승하면 주택담보대출을 수월하게 하여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예가 대표적일 것이다. 
이렇게 부채를 통하여 가계의 소비를 늘리는 정책은 단기간에는 내수경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를 늘리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줄여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킴으로써 장기적인 내수침체를 불러오게 된다. ILO나 유럽연합은 과거의 부채주도의 경제성장 전략이 아니라 가계의 소득을 늘리는 소득주도의 경제성장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정책, 일본 아베정부의 임금인상의 필요성 역설 등은 이러한 소득 주도 경제성장 전략의 큰 방향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가계, 특히 저소득계층의 소득을 높이려면 재벌 대기업과 하도급 중소기업, 대리점, 가맹점, 대형유통점 납품업체 및 입점업체 등 사이의 구조적 불공정거래 관계에 관한 해소하여 이들 업체의 소득을 높여 이에 종사하는 근로자, 자영업자의 소득을 높이고, 재벌 대기업의 무분별한 중소상공인 적합업종과 동네상권 진출을 차단하는 중소상인 보호정책 등 경제민주화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아울러 노동관계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생활임금의 도입, 사회보험 사각지대의 해소 등 다양한 고용복지정책의 추진을 통해 워킹푸어(working poor) 그룹에 속하는 노동자들의 소득을 높이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종전의 “줄푸세” 식의 경제활성화 전략, 결국 “재벌 대기업과 투기자본” 중심의 투자를 유도하여 경기활성화 하겠다는 정책에 맞서 경제민주화를 통하여 중소상인, 대리점·가맹점·납품업체·입점업체·하도급업체 등 불공정 갑을관계에 있는 ‘을’등의 중소상공인 계층과 저임금의 비정규직 등 워킹푸어(working poor) 계층의 소득을 높여 내수경제와 수출경제를 동반성장 하겠다는 소득주도의 경제성장 전략이 제기되어야 한다.
※ 본 기고글은 필자가 <프레시안>의 ‘경제민주화워치’ 칼럼에 게재한 것입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