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칼럼(ef) 2014-10-28   962

[기고] 박근혜 경제가 살기 위한 마지막 카드 4가지

 

                      최경환표 경제정책, 모든 것이 잘못됐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신에게는 아직도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 

패색이 짙던 임진왜란 말기, 구국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이 한 말이다. 그리고 이순신은 명량에서 이겼다. 사람들은 이것을 기적이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정확히 실감하지 못하는 것은 이것은 “진짜 기적”일 뿐이라는 점이다. 열두 척은 삼백 척을 상대하기에는 언제나 역부족이다. 이순신 장군처럼 열두 척의 배를 가지고 이기려면 비상한 계책과 담대함이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더 늘릴 수 있는 재정적자가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최경환식 경제정책(필자는 ‘초이노믹스’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최경환표 경제정책에는 별도의 작명을 할 만한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은 이 정도로 요약될 수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뿐이다. 재정적자를 얼마나 아껴 가면서 쓸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 재정정책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도무지 요령부득이다. 그래서 아마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일본을 격파했지만 이 정부는 일본을 뒤따라 잃어 버린 20년의 시대를 열 가능성이 크다. 

얼마 남지 않는 아까운 화살을 낭비하기는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이주열 총재가 지휘봉을 잡은 후 한국은행은 지난 8월과 지난 주 각 한 차례씩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시장은 웃었다. 환호한 것이 아니라 코웃음을 친 것이다. 아무런 전략도 논리도 없이 “숙제 안한 학생이 뒤늦게 과제물로 때우듯”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현재 금리는 2%다. 0.25%씩 내린다고 해도 0%까지 앞으로 모두 8번 밖에 남지 않았다. 분단 국가의 현실에서 아마 금리를 0%까지 내리지도 못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겨우 대여섯번 남은 화살을 이렇게 대책없이 낭비해도 되는가. 

시장은 비효율적이고 불공정할 수는 있어도 바보는 아니다. 7월 중순 잠깐 반색을 하던 시장의 분위기는 지금 싸늘하다. 약발이 다한 것이 아니라 약장수가 판 꾸러미 속에 약이 없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최경환표 경제정책, 모든 것이 잘못됐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첫째, 최경환표 경제정책은 연초에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었다. 요새 연일 화두가 되는 가계부채에 관한 상반된 정책처방을 보면 쉽게 이해간다. 

문제는 대통령이 향후 3년의 경제정책 방향으로 천명한 것을 반 년도 안 되어 부총리가 뒤집으려면 그에 합당한 설명과 분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개년 계획 나오고 3월에 서승환 장관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하자고 했을 때 분명히 신제윤 위원장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런데 6개월 만에 이것을 뒤집을 때에는 무슨 논리가 있어야 한다. 아무 논리가 없었다. 제2금융권에서 제1금융권으로 대출을 갈아타서 안정성이 더 높아진다고? 그럼 지난 3월에는 사람들이 귀찮아서 대출 갈아타기 안할 것 같아서 반대했다는 것인가? 헛소리다. 


둘째, 가계소득 증대는 말뿐이었다. 소비 촉진과 내수활성화도 립서비스였다. 노동소득 분배율의 향상을 위한 어떤 의미 있는 정책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점에서는 피케티 책이 불티나게 팔렸지만 세종시의 정책시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배당 활성화 정책 속에는 슬그머니 토지매입으로 돈 쓰는 것도 포함 시켰다. 현대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10조 원을 땅 사는 데 써버렸다. 배당가능 재원은 이렇게 증발해 버렸다. 

그래서 가계소득이 증대되었는가? 주주들이 환호했는가? 주주들은 주식투매로 응답했을 뿐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거론하면서 재벌 총수 사면론은 왜 또 나오는가. “혹시나” 하고 최경환표 경제정책을 지지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역시나”를 되뇌이며 지지의 발을 빼고 있다. 표리가 부동하다. 

셋째, 재정적자가 거침없이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는 관료들의 부정직함이 존재한다. 이명박 정부 말기부터 재경부는 경상성장률(실질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을 뻥튀기하고 있다. 작게는 0.5%에서 많게는 1% 정도 매년 오차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예산은 언제나 균형예산이지만 벌써 몇 년째 ‘세수부족’이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 이제는 그동안 말로라도 지켜오던 균형예산 타령도 집어 던졌다. 이것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몫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 자신의 정치적 지지층이 현재의 노령세대라고 보기 때문일까. 그러나 노령세대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젊은 세대들이 먹을 것을 생산하지 않는 한,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연금이나 콘크리트 형태로 존재하는 재산은 모두 “그림의 떡”이라는 점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먹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경기부양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다. 절실하게 경기부양이 필요하고 성장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아깝더라도 재정적자도 일으켜야 하고, 금리도 인하해야 한다. 달랑 남아 있는 열두 척의 배를 빼돌리자는 것이 아니라 해전에 투입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재산이라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 그러러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여기에 화살 한 발, 저기에 배 한 척 이런 식으로 싸워서는 해전에서 이길 수 없듯이 방향감각을 상실한 경제정책으로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정말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위기극복책 4가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음은 조금 극단적으로 단순화 시킨 위기 극복책이다. 

먼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짝짜꿍’을 잘 맞추어야 한다. 경기부양을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 정책당국은 조금 더 솔직하게 대화하고 정책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하나가 앞으로 나가면 다른 하나도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다음은 정책의 대상을 정확하게 선정해야 한다. 정말 소비 증대를 통한 내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믿는다면 소비 증대를 위한 정책을 확실하게 펼쳐야 한다. 관건은 한계 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의 소득을 집중적으로 증대 시키는 것이다. 

여러 계층의 소득을 다 증가 시키는 것은 돈이 많을 때 쓰는 한가한 정책이다. 우리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그 계층은 누구인가. 저소득층이다. 이들은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계층이다. 따라서 “돈을 쥐어주면 돈을 쓰는” 계층이다. 즉,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자명해진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증대 시키는 방법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이 소비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늘리는 방법은 많이 나와 있다. 우선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는 것이다. 돈 없으면 소비를 못한다. 두 번째는 국가가 직접 이들을 고용하는 것이다. 국영기업을 민영화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공부문의 고용을 늘려야 한다. 세 번째는 주거비를 안정 시키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월세, 전세를 전전하고 있다. 주거비를 안정 시켜야 다른 부문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계부채의 부담에서 해방 시키는 것이다. 금융권 가계부채의 대략 절반은 신용대출이고 이중 상당수는 저소득층의 부채다. 이 돈 받아내서 얻는 국가적 혜택보다는 이 빚 문서를 찢어 버려서 얻는 국가적 이익이 더 크다. 이들이 신용불량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경제활성화에 매우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해이라고? 기업은 늘상 이렇게 해준다. 은행이 힘들어진다고? 그건 자본금 조금 증액 시켜 주면 된다. 재원이 문제라고? 소비를 늘리지 않는 계층에서 세금 더 걷으면 된다. 

이것이 최경환 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의 과제다. 이제는 숙제를 해야 할 때가 됐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칼럼란에 게재되었습니다.

* 원문보기>> http://bit.ly/1sxok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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