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 완화, 어불성설

인터넷전문은행 추가규제 완화, 도무지 어불성설 
범죄 이력 산업자본에게 은행 넘기기 위해 혈안  

‘은산분리라는 사전규제 완화하되 사후감독은 강화’ 공언 어디에

원칙 준수한 외부평가위원회 판단에 불만 표하며 위원 교체 검토 

‘나락을 향한 질주’의 말로는 금융의 불안정과 비효율일 뿐

국민 세금 담보로 금융시스템 위협하는 무모한 정책 중단해야

 

언론 보도(http://bit.ly/2Qx4Pk8)에 따르면 최근(5/30) 정부와 여당은 비공개 당정협의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을 완화하는 법 개정을 검토한다”고 공식화했다. 또한 최근 제3인터넷전문은행 후보 전원 탈락과 관련하여 외부의 자문을 맡았던 민간위원들을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수험생이 시험 성적이 나쁘다고, 출제 경향과 시험 감독을 탓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이에 앞서(5/24) “금융회사와 달리 각종 규제 위반의 가능성에 노출된 산업자본의 특수성을 고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요건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대표발의: 김종석 의원)했다. 작년 8월에 은산분리를 아무런 합리적 논거도 없이 완화하면서 ‘사전 규제는 완화하되, 사후 감독은 강화한다’고 공언한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아 범죄 이력이 있는 산업자본에게 은행을 넘기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 김경율 회계사)는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경기규칙과 심판을 바꾸겠다는 일차원적인 발상의 초라함과, ▲범죄 이력이 있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경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무모함을 가장한 뻔뻔함을 개탄하며, ▲‘나락을 향한 질주(race to the bottom)’의 말로는 금융의 불안정과 비효율일 뿐이라는 점과 ▲그 경제적 비용은 온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엄중하게 경고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국민의 세금을 담보로 벌이는 철없는 불장난에 다름없는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이번 자유한국당의 특례법 개정안은 발상의 초라함과 무모함을 넘어 우리나라 금융규제의 현황에 대한 극단적인 무지를 보여주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이력이 있는 자(산업자본이건, 아니건을 불문하고)의 금융산업 경영을 금지하는 것은 비단 은행산업에만 특유한 것이 아니다. 금융회사의 보편적인 지배구조를 규율하는 기본법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1항은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자는 “건전한 경영을 위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조세범 처벌법」 및 금융과 관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령을 위반하지 아니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미리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법 시행령은 <별표 1> 제1호 다목에서 법 위반 이력을 심사하는 기간을 “과거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은 자유한국당이 집권 여당이던 시절에 국회를 통과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명을 해서 2015.7.31.에 공포된 법이다. 무슨 천하에 이상한 악법이 아닌 것이다. (참고로 이 법의 적용 예외인 상호저축은행의 경우에도 그 설립근거법인 상호저축은행법과 시행령 <별표 2> 제1호 바목에 앞의 규정과 동일한 규정을 통해 대주주 적격성을 규율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산업자본은 “각종 규제 위반의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 경력”을 불문에 붙이자는 논의가 공정거래법 운영의 유효성을 감시해야 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터져 나오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만드는 공정거래법을 산업자본이 위반하는 것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 현실이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현재 공정거래법 위반 이력이 문제가 되고 있는 KT와 카카오의 경우 그 위반의 내용은 언필칭 ‘자유시장 경제의 창달’을 외치는 자유한국당이 가장 단죄해야 할 “담합” 행위였다. 시장지배력을 통한 독과점 이익을 향유하기 위해 부당한 공동 행위를 이용해 시장 가격을 조작하고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왜곡한 범죄 이력을 가지고 있는 산업자본을 마치 ‘터무니없이 무거운 규제의 희생양’으로 은근히 포장하는 현재의 모습은 금융규제의 원리를 떠나 시장 경제의 효율성을 숭상하겠다는 보수주의 이념 그 자체마저 배반하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9월까지 광풍처럼 몰아쳤던 은산분리 완화 논리의 무모함과 생경함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당정협의와 자유한국당의 입법 발의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 점은 작년에 휘몰아 친 은산분리 완화 움직임이 어떠한 시대적 필요성에 의해 추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현행법 상 불가능한 은행 경영을 해 보고 싶은 산업자본의 이해에 봉사하기 위한 억지춘향식 논리였을 뿐이다. 은산분리가 문제가 되면 억지를 부려서라도 이를 없애 주고, 범죄 이력이 문제가 되면 ‘산업자본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기준을 낮춰 주고, 심지어 국회가 만든 기준을 성실하게 적용하는 심사위원이 있다면 이런 심사를 ‘항명’으로 간주해서 이마저도 바꿔주겠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는 것은 이미 논리와 정책의 영역을 벗어났다. 이것은 그저 범죄 이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산업자본에게 어떻게 해서든지 이권을 안겨 주려는 무모함과 뻔뻔함의 차원에 불과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런 무모함과 뻔뻔함의 결과가 비단 특정 산업자본이 배타적으로 이권을 누리는 불공정함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금융산업의 불안정과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무모하게 출범한 케이뱅크의 사례가 그 분명한 증거다. 출범 때부터 예견된 부족한 출자 능력에 더해, 올바른 은행 경영 기법을 터득하지 못해 날로 증가하는 부실 경영의 지표들은 ‘은행산업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메기’가 아니라 반대로 ‘흙탕물만 튀기는 미꾸라지’의 모습과 흡사하다. 효율이 아니라 비효율이, 안정이 아니라 불안정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경제적, 사회적 비용은 국민들의 부담이다. 참여연대는 ▲정부와 정치권이 이 불공정하고, 무모하고, 비효율적이고 불안정한 불장난에 다름없는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여러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 완화를 저지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임을 분명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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