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참여연대 공식일정+ 더보기

경제금융센터    공정하고 민주적인 경제질서를 위해 활동합니다

  • 칼럼
  • 2019.02.18
  • 700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경영권 침해라고?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경영학 용어로 터널링(Tunnelling)이 있다. 대주주나 경영진이 부당 내부거래 등으로 기업의 자원을 유용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소액주주, 직원, 채권자, 협력업체 등 공동의 노력으로 쌓아올린 기업의 부를 산으로 형상화한다면, 산 밑에 터널을 뚫어 그 부를 빼돌리는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행태를 적절히 묘사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경영진이나 대주주가 사익을 편취하는 터널링은 ‘주식회사’ 제도가 만들어진 이래 지속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려는 다양한 견제 장치가 고안돼 있다. 문제는 다른 나라에선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견제 장치가 우리나라에만 들어오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사외이사제도가 한국에선 무용지물에 가깝다. 대부분의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하기는커녕 반대 표결을 한 번도 못하고 임기를 마친다. 유럽에서 효과적인 내부감사도 한국에선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눈감고 들러리를 서는 데 사외이사와 치열한 경쟁을 한다.

 

재벌 오너 경영권이 신성불가침 권리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일탈 행위를 견제하는 장치에서 무주공산에 가까운 우리나라에서 최근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해 조양호 일가의 불법행위로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된 대한항공에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 사실 장기적 수익률을 제고해야 하는 국민연금 처지에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이 문제가 되는 기업의 주식을 1~2%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면 손절매를 하고 떠나는 선택을 할 수 있겠지만, 국민연금은 현재 대부분 기업의 주식을 5~10% 갖고 있다. 그 정도 보유량이면 매각 과정에서 큰 손실을 보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해당 기업과 같이 장기적으로 공생하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 노후 재산을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문자 그대로 집사(스튜어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주 권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접근이 이제야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보수언론과 재계를 중심으로 ‘경영권 침해’라는 반론이 거세다. 그런데 보수언론과 재계의 ‘경영권 침해’ 주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은 재벌 오너의 경영권을 신성불가침의 권리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경영이란 활동은 고도의 전문적인 능력을 필요로 한다. 시장의 흐름을 파악해 기업의 생존 전략을 고민하고, 그 기업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특히 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고취하는 것이 경영의 기본적인 역량이다. 재벌가 자녀로 태어났으면 누구나 자동으로 가질 수 있는 그런 성질의 능력이 아니다.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면, 나아가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방해가 된다면 그 경영진이 교체되는 것이 자본주의 원리다. 항공사의 기본적인 영업활동인 비행기 운항을 방해하고, 직원들과 협력업체에 갑질을 일삼아 구성원의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각종 내부거래로 사익을 편취하는 행위를 맘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결코 경영권이 아니다. 한국 재벌들이 가진 경영권이 그들이 무슨 행동을 하건 어떤 거래를 하건 지켜져야 하는, 하늘이 준 천부(天賦)의 권리가 아닌 것이다.

 

경영진 교체도 자본주의 원리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이는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경제권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견제 장치가 없는 경영권은 부패할 뿐 아니라, 기업가치를 하락시켜 모든 구성원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경영 참여를 포함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대한항공과 같이 대주주와 경영진의 일탈로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된 사례에서도 국민연금이 좌고우면한다면, 한국 재벌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길도, 국민연금의 장기적 수익률을 제고하는 길도 모두 요원해질 것이다.

 

※ 본 기고글은 필자가 <한겨레21>에 게재한 것입니다. >>> 한겨레21 원문 바로가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참여와 행동에 동참해주세요
참여연대 회원가입·후원하기
목록
제목 날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를 소개합니다 1 2019.02.23
[시민행동]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촉구 (3)   2018.11.13
[토론회] 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2019.04.22
[기자회견] 대한항공 주주총회, 조양호 이사 연임 반대 의결권행사   2019.03.27
[주주행동] 조양호 대한항공 이사 연임반대 의결권 위임 권유 시작 (권유문)   2019.03.13
[보도자료]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 및 피케팅②   2019.01.16
[보도자료] 2019년 대한항공 주주총회, 조양호 회장 연임 반대 주주활동 선포 기자회견   2019.03.05
[대한항공 지배구조 개선 ⑦] 1년 근무당 퇴직금으로 6개월치 월급 받는 조양호   2019.01.17
[토론회] 한진과 한화S&C 사례를 통해 본 재벌총수 일가 봐주기 판결 비판 토론회   2017.09.28
[보도자료] 국민연금에 대한항공 관련 주주권 행사 현황 및 계획 질의   2018.11.08
[보도자료] 참여연대, 조양호 대한항공 이사 연임반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공시   2019.03.08
[토론회]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은 무엇인가?   2019.01.16
[기고] 한진칼 선택한 국민연금... 갑질총수 퇴진은 아직 멀다   2019.02.07
[보도자료]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 촉구 피케팅①   2018.12.14
[조양호 회장 연임 반대 주주활동 기고 ⑥] '공익' 이름걸고 '사익'에 동원되는 한진 공...   2019.03.27
[논평] 국민연금, 좌고우면 말고 국민 뜻따라 조양호 재선임 반대해야   2019.03.26
[조양호 회장 연임 반대 주주활동 기고 ②] 대한항공은 개인 소유물? 조양호 연임이 위...   2019.03.11
[대한항공 지배구조 개선 ⑥] 대한항공, 뉴욕 비행기가 멈춰선 순간에 머물러 있다   2019.01.11
[대한항공 지배구조 개선 ⑤] 온갖 갑질과 불법에... 더이상 입을 다물 수 없습니다   2019.01.07
[조양호 회장 연임 반대 주주활동 기고 ④]대한항공, 이젠 '제대로 된' 이사가 있어야 ...   2019.03.22
[조양호 회장 연임 반대 주주활동 기고 ⑤] 곤드레밥 소스 때문에... 이 남자가 달라졌다   2019.03.25
© k2s0o1d4e0s2i1g5n. Some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