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현대중공업 회사분할 결정에 대한 입장

지역사회 우려·기존주주 가치 훼손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는 현대중공업 회사분할 결정  

기존주주, 매출 95% 비중 신설회사 주식 0%, 주주가치 훼손 우려

유사사례에 반대해온 국민연금의 찬성, 선관의무 충실했는지 의문

현대중공업, 지역사회 등의 반대에 대한 사회적 대화 및 합의 전무 

 

오늘(5/31)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에서 투자사업 부문 등을 제외한 조선·특수선· 해양플랜트·엔진기계 등의 사업부문을 단순·물적분할방식으로 분할하여 ㈜현대중공업 (가칭, 이하 “新현대중공업”)을 설립하고, 투자사업 부문 등은 ㈜한국조선해양(가칭, 이하 “한국조선해양”)으로 상호를 변경한 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주회사로 전환시키는 내용의 안건이 통과되었다. 기존 현대중공업 매출의 95%를 차지하는 新현대중공업이 한국조선해양의 100% 비상장 자회사로 편입되는 이번 물적분할 결정에 따라 현대중공업 기존주주들은 중요 사업부가 이전될 해당회사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못하게 되었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과거 주요 사업부문에 대한 주주통제 약화 및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유사사례에 대해 반대한 전력이 있음에도 이번 회사분할안에는 찬성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 김경율 회계사)는 지역사회 및 노동자 등 이해당사자들의 우려와 강력한 반발에 대한 어떠한 설득과정도 없이 추진된 이번 현대중공업 회사분할결정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이 新현대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자회사들의 컨트롤 타워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향후 R&D 및 엔지니어링 기능을 통합하여 기술 중심회사로 운영’될 것이며, ‘각 사업부문의 전문화를 통하여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부문별 독립적인 경영 및 객관적인 평가를 가능케 함으로써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겠다는 취지의 회사분할 목적을 밝혔다. 그러나 주요사업 부문이 모두 포함된 新현대중공업의 비상장법인 전환 계획이 공시된 상황에서 어떠한 독립적인 경영 및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또한, 이번 회사분할결정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존 현대중공업의 현금성자산을 한국조선해양에 8,804억 원, 新현대중공업에 7,568억 원으로 나누어 한국조선해양에 1,236억 원 가량의 현금을 더 배분하는데 비해 부채의 경우 한국조선해양에는 1,639억 원을, 新현대중공업에는 무려 7조 576억 원을 배분했다. 결국 중간지주회사가 될 한국조선해양에 현금을 훨씬 많이 더 몰아주고, 실제 선박 등을 제조해야할 新현대중공업에는 선박 선수금 등 엄청난 부채를 배분하는 기형적인 회사분할비율로 사업 부문의 투자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기존주주들이 모회사(이 경우, 한국조선해양)와 자회사(이 경우, 新현대중공업)의 주식을 모두 부여받는 인적분할과 달리, 이번 물적분할로 인해 기존주주들은 신설 자회사인 新현대중공업의 주식을 하나도 보유하지 못하게 되었다. 즉, 현대중공업 기존주주들은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모회사와 자회사는 상법 상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회사로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2004. 9. 23. 선고 2003다49221 판결)’는 현재 대법원의 입장에 따라 신설 회사의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견제권을 잃게 되었다.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위한 상법 개정안의 통과가 요원한 상황에서, 이번 회사분할에 따라 기존주주들은 현대중공업의 주요 사업부문에 대한 견제권을 전부 상실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번 현대중공업 회사분할결정은 이러한 주주권 침해문제 및 자회사에 대한 기존주주의 견제수단 확보에 대한 제대로 된 고려와 지역사회를 포함한 당사자 간 합의 없이 졸속처리되었다는 데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보였다.

 

2019. 5. 29.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역 일자리 및 세수 등의 문제로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울산시에 둘 것을 요구하며 삭발을 단행하고,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등 노동자와 ‘조선3사 하도급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원회’ 등 관련 업체 또한 반발하는 등 회사분할과 관련된 지역사회의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은 회사분할결정이 불러올 파장의 직접적 당사자인 노동자, 하청업체, 지역사회 등과 논의하고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주주총회장에서의 표 대결을 통해 이를 강행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기업이 총수일가의 개인적 소유물이 아님을 유념하고, 소액주주·노동자·지역사회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배제하는 일방적인 회사분할 결정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 재고해야 할 것이다. 

 

한편,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2대주주(9.35%)인 국민연금은 2019. 5. 29. 개최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서 현대중공업 회사분할에 찬성함으로써 국민 노후자산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에 충실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2018. 3. ㈜예스코 매출비중 중 88.4%를 차지하는 도시가스사업부문의 물적분할 및 지주회사 개편 등 유사사안에 대해서는 반대했음에도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이중잣대를 보였다. 2019. 3. 주주총회에서 일관되지 않은 주주권 행사 결정 행태를 보여온 국민연금이 또다시 이러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스튜어드십 코드의 안착을 위한 보완적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국민연금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역할 이행에 대한 점검 및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 소수주주 권리 강화를 위한 상법상 관련 제도 정비를 위해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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