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경제강좌 2008-10-14   958

[시민경제교실] 그릇된 진단과 어긋난 처방

재벌에 집중된 혜택, 노동자•소비자•투자자는 소외돼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재벌총수들을 만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대통령이 구태여 영어를 사용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 전부터 내세우던 ‘친기업’과 내용이 다르지 않은 듯하다.

기업은 계약의 결합체로 정의되기도 한다. 노동과 자본의 계약, 생산자와 소비자의 계약, 지배주주와 외부투자자의 계약 등이 기업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은 계약의 일방을 편드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재벌총수들을 만나 “강력한 노사분규로 기업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고 말하면서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노조결성을 방해하지 말라거나 비정규직 차별을 시정하라는 요구는 없었다. 인수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압적 자세에 대한 비판”을 지적하면서 “개선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그러나 생산자의 담합에 의한 소비자의 피해나 독과점의 폐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라는 주문은 없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지배주주 편들기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대부분 집단을 이루며, 대기업집단은 대부분 개인이 지배하며, 그 지배력은 대물림된다. 이런 재벌체제의 강화를 돕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려 하고, 독약증권과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려 하고, 상속세를 인하하려 한다.

이명박 정부가 노동자•소비자•투자자의 이익과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재벌을 편드는 것은 투자와 고용을 위해서라고 한다. 재벌총수의 소원을 들어 주면 재벌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그러면 중소기업도 따라서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만약 문민•참여 정부의 ‘반기업 정서’와 외국인 투자자의 경영권 위협 때문에 기업의 투자가 부진했다면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곧바로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재벌도 이제는 말을 바꾸고 있다. 자신들은 이미 투자를 많이 해 왔으며 앞으로 더 늘릴 게 없다고 한다. 또 자신들이 투자를 늘려도 고용은 별로 늘지 않으리라고 한다. 투자 부진은 중소기업의 현상이며, 고용 확대는 중소기업의 과제라고 한다. 이제야 사실을 밝히는 것이다.

그동안 투자 부진의 실상은 과장되고 왜곡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GDP 대비 설비투자 비중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재벌기업의 투자는 빠르게 증가하여 그 비중이 외환위기 이전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의 투자는 매우 부진하여 그 비중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재벌은 반기업 정서와 경영권 위협을 투자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해 왔고, 이명박 정부는 그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혜택이 재벌에 집중될 법인세 인하까지 추진하고 있다. 그릇된 진단이 어긋난 처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진방 시민경제위원회 위원장(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이 칼럼은 나라경제(nara.kdi.re.kr) 10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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