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칼럼(ef) 2014-04-27   1171

[기고]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가 당장 해야 할 세가지

시스템 문제 덮고 청해진해운에만 ‘집단 분풀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벌써 2주가 다 되어간다.  안타까움은 슬픔으로, 슬픔은 어느덧 분노로 변하고 있다. 정부가 어찌 이리 무능하고 부패할 수 있으며, 공공 시스템이 어찌 이리 먹통이란 말인가.  세월호만 침몰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침몰한 것이다.

“나라가 우리를 버렸는데 어떻게 여기서 더 살 수 있겠느냐.  둘째 아들이나마 제대로 된 세상에서 살도록 하고 싶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학부모의 말이 아니다.  지난 1999년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로 첫 아들을 잃은 국가대표 하키선수 김순덕씨의 말이다. 김순덕씨는 먹통같은 대한민국에 좌절하고, 그동안 받은 훈장과 표창을 모두 청와대 민원실에 반납하고 뉴질랜드로 떠났다. 씨랜드 사건이 있은 후 몇 달도 안 되어 다시 인천 호프집 화재가 터지자 더 이상 뒤돌아 볼 일이 없었다.

부패 무능한 시스템 개혁이 최우선

그로부터 15년,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고쳤는가.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를 몇 번이고 되뇌었지만 시스템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떤 정치인은 이를 두고 지역감정이나 부추기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어찌 영호남을 구분하겠는가. 화성 씨랜드 화재로부터 4년 뒤, 190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2003년의 대구 지하철 참사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단순히 잊지 않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이제는 정말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악덕 기업주 한 둘을 털어서 잡아넣은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오히려 슬그머니 국민의 시선을 그쪽으로 돌려서 집단 분풀이를 하게 한 후, 정작 중요한 시스템의 개혁은 슬그머니 덮어 버리려는 정부의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부패하고 무능하고 먹통인 시스템이고, 그 안에서 온갖 방식으로 이권을 추구하는 관료와 그 공생조직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정부 3.0’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권 1.0’이 아직도 건재한 것이다.

정부 시스템이 돌아가려면 우선 정부 내부와 주변에 단단하게 뿌리 내린 거대한 이권 추구 조직을 도려내야 한다. 금융소비자의 피눈물 뒤에는 ‘모피아’가 있고, 세월호 학부모의 원한 뒤에는 ‘해피아’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가 당장 해야 할 3가지

어디 그뿐이겠는가. 정부 주변의 관변조직에는 예외 없이 퇴직관료가 낙하산으로 내려와 있다. 그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된 적이 없다. 관료가 퇴직시 유관 업종에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것을 막는 공직자 윤리법은 이미 휴지가 된 지 오래다.

필자는 시스템 개혁을 위해 박 대통령과 국회가 적어도 다음 사항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대통령은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 5년을 소급해서 이 기간 중 퇴직한 중앙부처 관료 중 재직시 근무했던 부처의 유관기관에 근무하는 실태를 파악해서 국회와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도대체 금융지주회사 회장에 몇 명이나 가 있고, 해운조합에는 누구 누구가 내려가 있는지 실태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5대 로펌과 컨설팅 업체 그리고 회계법인으로 나간 퇴직관료도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

둘째, 국회는 공직자 윤리법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 퇴직 몇 년 전부터 총무과로 보직을 바꿔서 경력 세탁을 해서 공직자 윤리법을 회피하거나, 공직자 윤리법상의 예외조항을 십분 활용해서 유관기관에 취업하는 관행을 지금보다 더욱 엄격하게 통제하고 그 절차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특정 사업체의 특정 직군에 지속적으로 퇴직 공직자가 재취업하는 경우에는 자동적으로 적색경보가 발동되도록 해야 한다. 

공직자 윤리법 강화, 안전 기구 책임자는 국회 인사청문 의무화

무엇보다 국회는 공직자 윤리법을 강화하면서 관료에게 양보를 구걸해서는 안된다. 관료가 반대하니까 못하겠다는 것은 더 이상 변명이 될 수 없다. 이 법은 관료를 통제하기 위해서 만드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국민의 안전이나 소비자 보호와 직결된 민간기구의 책임자 임명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회의 인사 청문 절차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선박의 안전 점검을 민간 기구에 맡기려면 그 책임자를 잘 걸러내야 하고, 소비자의 안전을 민간에 맡기려면 그 임무에 정통한 사람을 골라내야 한다. 

이런 싸움은 매일 계속 되고 있다. 당장 28일에는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신설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예정되어 있다. 또 다시 모피아에게 비굴하게 양보를 구걸할 것인가, 아니면 금융소비자 눈에서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기구를 만들 것인가의 선택만이 남아 있다. 국회 정무위원들은 자식을 잃은 어버이의 심정으로 이 법안을 심사해서 침몰하는 대한민국을 구하는 첫 단추를 꿰어주기 바란다.

 

※ 본 기고글은 필자가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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