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 수장들의 재벌개혁 후퇴 합창

누구를 위한 금산분리 재고, 출자총액제한제 완화인가



1. 어제(9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연간 업무계획 발표 자리에서 ‘외국 자본에 은행을 내줄 수 없다’며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 대해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이래 기회 있을 때마다 계속되는 윤 위원장의 개인적 소신이다.

한편,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올해 업무추진계획 발표를 통해 출자총액제한제의 기준(현행 자산 6조원 이상)과 지주회사 관련 규제(부채비율 100%,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사업 범위) 등을 완화할 방침임을 밝혔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경제검찰’인 금감위와 공정위의 두 수장이 노무현 정부의 개혁정책 중 핵심인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른 부작용 방지 로드맵’과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는 더 이상 개혁을 추진할 의지조차 없는 정부라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차라리 재벌개혁 포기를 선언할 것을 촉구한다.

2. 윤증현 위원장은 그동안 수차례 금산분리 원칙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어제 윤 위원장은 금산분리 원칙에 대해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하면서, 사실상 재벌의 은행 지배를 인정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것이 금산분리를 위해 계열분리청구제를 대선공약으로까지 내걸었던 노무현 정부의 금감위원장이 할 수 있는 발언인가. 윤 위원장이 개인적 소신을 실천하고자 한다면, 금감위원장 직책을 사퇴함이 마땅하다. 그 개인적 소신과 금융감독기구 수장의 직무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3. 한편, 강철규 위원장은 임기만료를 한달 앞둔 시점에서 사실상 공정거래법상 재벌규제의 핵심조치들을 무력화시키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제 공정거래법 개정의 가이드라인은 정해졌고, 오늘 재벌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의 회동에서 새로운 요구들이 쏟아질 터이니, 시장개혁 로드맵 평가 TFT는 구성되기도 전에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말았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개혁적 인사로 불리던 강 위원장의 놀라운 변신은 노무현 정부의 지리멸렬함을 상징하는 것이다.



4. 어제 두 위원장의 발언은 노무현 정부의 재벌정책이 결국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참여연대는 시행은커녕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하고 사라진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른 부작용 방지 로드맵’, 그리고 알맹이 없이 요란하기만 했던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이제 모두 역사의 유물이 되었음을 지적하면서, 과연 노무현 정부의 개혁 정체성이 무엇인지, 아니 애당초 재벌개혁의 의지가 있기나 했던 것인지 참담한 심정으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해야 할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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