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눈치 보기에 급급한 금융감독당국의 직무유기

LG카드 대주주 일가의 불공정거래 혐의 증선위 결정 관련 논평

1. 어제(23일), 증권선물위원회가 LG카드 대주주의 지분매각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구씨 일가를 포함한 주주 4명과 관련법인 2개사를 검찰 통보하는 결정을 내리고 사실상 조사를 종결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LG투자증권 노조가 조사를 요청한지 1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시간끌기로 일관하던 금융감독당국이 결국 검찰고발도 아닌 통보 형식으로 마무리 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로 판단하며, 기업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금융감독당국에 더 이상 소수 투자자 보호와 시장경제 정의 확립을 기대할 수 없다. 참여연대는 분식회계에 대한 집단소송을 유예해달라는 기업의 요구는 수용하면서, 재벌 오너에 대한 조사는 혐의의 유무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금융감독당국의 무책임한 태도를 강력히 비판한다.

2. 증선위는 4명의 대주주와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손실을 회피했다는 혐의를 포착했으나, 이를 입증할 수 없어 검찰통보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넘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재벌 오너의 책임 유무를 가리는 부담을 검찰에 떠넘긴 것과 다름없다. 금감위는 조사의 부담은 피했을지 모르나, 그룹 대주주 일가가 LG카드의 유동성 위기를 미리 알고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손실을 회피한 도덕적 해이를 눈감아 주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금감위는 작년말 LG카드 대주주의 추가 출자를 둘러싸고 채권단과 LG 그룹간에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을때, 이에 대한 판단을 연기하고 이로써 LG그룹과 LG 카드 대주주를 압박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LG그룹과 LG카드 대주주는 추가 출자를 결정했고,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금감위는 이들에게 면죄부를 발부하는 어제의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금감위는 자의적으로 법집행을 유보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의 규칙 준수를 엄격히 감독하는 감독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투명성과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3. 물론 금감위는 검찰에 판단을 넘겼다고 변명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이 1년 동안 그 권한과 전문성을 충실히 사용하여 조사해도 불법행위를 입증할 수 없었다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고 불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관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내부자거래 등 증시 불공정행위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조사와 판단은 검찰의 수사보다도 오히려 더 효율적일 수 있으며, 또 그래야만 한다. 비록 참여연대가 LG전선계열 대주주 일가를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을 현재 검찰이 조사 중이나, 금감위조차 판단하지 못한 혐의를 검찰이 기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증선위의 검찰통보는 고발과는 달리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의무가 없다.

또한 증선위는 고발 이상의 제재에 대해서만 그 내용을 외부에 공개한다는 내부 방침에 따라 조사 결과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금융감독당국이 손을 뗀 이상 검찰이 독자적으로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사하여 사실을 밝혀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지고 말았다.

4. 그간 금감위는 카드대란에 대한 책임추궁은 도외시한 채 카드사를 살리기 위한 지원에만 앞장서 소액투자자와 금융기관의 원성을 샀다. 그리고 노조와 시민단체가 요구한 조사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시간을 끌다가 ‘잘 모르겠다’ 식의 황당한 결론으로 마무리했다. 만약 이러한 결정이 세간의 의혹대로 재벌 오너에 대한 고려에서 나온 것이었다면, 금감위는 투자자 보호 및 증권시장 효율성 제고라는 그 자신의 존재 목적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금융감독당국이 카드대란과 ‘Korea Discount”의 근본원인이 그 자신의 직무유기에 있음을 다시 한번 돌아보기를 촉구한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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