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금융위 서민금융지원 종합대책 발표

서민금융에 대한 잘못된 접근이 문제다

금융위원회 서민금융지원 종합대책 발표에 대한 참여연대의 비판

 

 금융위원회가 오늘(6/23) 서민금융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금융위 안은 대부업체에 적용되는 최고 이자율 인하 등 부분적으로 평가할 만한 내용이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채무자 입장이 아니라 채권 금융기관 입장에 기초한 접근, △복지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대출 지원 일변도 접근, △취약 채무자에 대한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채무재조정 정책 부재, △법원이 운영하는 개인회생절차에 대한 상대적 차별, △금융기관이 상각한 연체채권의 거래에 대한 규율정책 부재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그 동안 자금 공급과 채무조정을 한 기관이 동시에 수행할 경우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으나, 이를 외면하고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을 고집하는 이면에는 이 문제를 여전히 금융관료들의 ‘밥그릇 챙기기’로 접근하는 속내가 엿보인다.

 

 ‘정책 서민금융 확대’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는 점을 우선 지적한다. 햇살론의 경우 현재 금융기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을 분담하고 신용보증기금이 90% 이상 지급을 보증하고 있다. 공급을 5,000억 원 확대할 경우 향후 대출 재원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새희망홀씨론은 은행의 자체 재원에 근거한 대출상품으로 공적 보증도 들어 있지 않다. 은행권의 자체 대출상품을 정부의 정책금융으로 포장해 홍보하지 말고 정부가 진정 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하려고 한다면 명시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고 감사원과 국회의 통제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

 

 대부업 최고금리 5%포인트 인하로 금융 부담이 경감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문제는 발상이다. 서민 채무자의 지급 능력을 감안해서 최고금리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업체의 경영 상황을 감안해서 최고이자율을 5%포인트 인하하고 생색을 내고 있는 것이다. 대부업의 특혜금리를 없애고 이자제한법의 최고이자율 25%에 일치시키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성실상환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금융위의 영향력 하에 있는 국민행복기금이나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자 중 성실상환자에 대해서는 신용카드를 50만 원 한도내에서 발급해준다고 하면서 정작 국가의 공식적인 채무조정절차인 법원의 개인회생절차 성실이행자는 배제하고 있다. 이는 법원의 채무조정 절차와 법원외 절차를 차별하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법정 절차 이용을 기피하도록 하는 유인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도산 절차의 대원칙을 위배하는 것으로, 법원 절차를 더 우대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법원외 절차와 동일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으로 시정되어야 한다.

 

 주거, 교육, 노후 대비 등 서민층의 자금수요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안은 기본적으로 복지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대출로 해결해 온 과거의 잘못된 정책방향을 답습하는 것이다. 차상위 계층 이하에 대한 생계지원형 대출이 상환되지 않을 경우 이들을 다시 신용불량자로 만들 것인가?

 

 고용-복지 연계를 통한 자활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안은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역할 분담을 잘못 설정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고용․복지는 지방정부가 주도해야 하고 중앙정부는 자금 지원 기능에 자신의 역할을 한정하는 것이 맞다. 미소금융을 활용한 정책의 경우 이 금융상품의 연체율이 급증하는 점을 감안할 때, 한도 상향이나 지원대상 확대에 앞서 현황에 대한 정밀한 평가가 우선이다. 채무 연체자를 대상으로 채무조정, 일자리 제공, 재산형성을 연계 지원하는 자활패키지 신상품은 국민행복기금,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중인 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역시 개인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채무자를 정부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차별적인 접근이다.

 

 채무 연체자 재기 지원 강화안의 기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상환능력이 취약한 개인채무자에 대해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부채조정 정책을 펼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공적 재원을 조성하고 연체채권은 대폭 상각하여 채무자를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편입시켜야 한다. 금융기관의 손해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낳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공적 자금을 활용해 손실을 보전해주면 된다. 정부는 또한 과중 채무자의 채무조정이 복지정책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과중 채무자의 채무조정이 복지정책과 연계될 때 과중 채무자의 새출발도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과중 채무자의 채무조정을 지자체의 복지전달체계와 연동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성남금융복지상담센터 등 지자체 주도의 채무조정지원기구가 이미 가동되고 있고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현실은 이런 모델이 이론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제 운영에서 있어서도 실효성이 높음을 보여 준다.

 

 서민금융진흥원 설립 구상에는 여전히 꼼수가 엿보인다. 금융위가 언급한 ‘서민금융생활지원법’이라는 명칭은 휴면재단법 전부개정안을 홍보용으로 재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자금 공급과 채무재조정 기능을 하나의 기구가 수행하는 데 따른 이해상충 문제는 여러 차례 지적돼 왔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6.11 김기준 의원 등이 주최한 ‘서민금융 활성화와 서민 과중채무 해결방향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온 금융위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채무자 재산에 대한 정밀조사를 하기위해서도 서민금융진흥원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였다. 이 발언의 의도를 풀이해보면, 서민금융진흥원으로의 정보 집중은 맞춤형 원스톱 서비스 ‘공급’에만 기능이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채권회수 등의 ‘사후 관리’에도 동원될 가능성을 예비하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사적 분쟁 중 일방을 위해 개인정보 및 개인신용정보를 집중하고 사용한다는 것은 당사자주의라는 민사 절차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위배하는 초법적 발상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을 ‘공공기관’의 형태로 설립하겠다고 고집하는 것도 공직자윤리법의 업무관련성 심사를 간편하게 통과하여 금융관료들의 퇴직 후 일자리를 확보하겠다는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서민금융진흥원 설립 구상은 폐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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