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11조 개악안, M&A를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 폐기한 것인가

외부주주의 경영감시를 차단, 재벌의 금융업 진출을 가속화 우려

1. 어제(27일) 국무회의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실질적으로 폐기하고 재벌소속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경상학부 교수)는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현 정부가 재벌개혁정책을 포기한 것일 뿐만 아니라, M&A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기능 활성화와 외부주주의 경영감시를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정부의 정책방향마저 포기하면서 재벌총수에게 무한권력을 부여한 개악안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가 재벌에 완전히 굴복한 것으로 평가한다.

2.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공정거래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완화와 공정거래법 제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벌소속 금융보험회사의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의 완화이다. 그동안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완화에 대해서는 참여연대와 여러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여당인 민주당의 의원들마저 반대했었다. 특히 출자총액제한 한도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식은 전혀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합리성도 실효성도 없는 규제책을 마련했다고 주장하면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실질적으로 폐기하는 개정안을 확정하였다.

3. 출자총액제한제도 폐기에 못지 않게, 참여연대가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부분은, 공정거래법 제11조의 개정안이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제11조의 개정안은 임원임면, 정관변경, 합병, 영업 양수도 등의 경우에, 재벌의 내부지분 의결권이 30%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행사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뜻하는 바는, 적대적 M&A나 임원해임 등과 같은 경영권 관련 특별결의안이 주총에 상정되더라도,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행사를 통해 특별결의안 통과요건(참석주주의 2/3)의 사실상 저지선인 30%선까지 확보함으로써 어떠한 경영권 관련 요구도 부결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M&A를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 및 외부주주의 경영감시를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으로, 기존의 정부정책을 스스로 정면 부정한 것이다.

4.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참여연대뿐만 아니라 여러 전문가들이 그토록 비판해왔던 8월의 애초 입법예고안보다 훨씬 더 개악된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아무런 예고 없이 상정되어 통과되었다는 사실이다.

애초 공정위가 지난 8월 13일에 입법예고했던 제11조의 개정안은 재벌의 내부지분율이 30%미만인 계열사의 경우에만 금융보험회사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국무회의에 상정되어 통과된 안은 내부지분 의결권이 30%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행사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개정안의 차이는, 계열 비금융사들이 가지고 있는 내부지분율은 30% 미만이지만, 계열 금융사의 지분율까지 합하면 내부지분율이 30%를 넘는 경우에 극명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계열 비금융사들이 가지고 있는 내부지분율이 20%이고 계열 금융사들이 가지고 있는 내부지분율이 15%로서, 전체 내부지분율이 35%인 경우를 가정해보자. 애초 공정위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전체 내부지분율이 30%를 넘었기 때문에 계열 금융사들의 의결권은 여전히 제한되어 재벌총수가 행사가능한 의결권은 20%가 된다. 하지만 이번 국무회의 통과 개정안에 따르면, 의결권 30%까지는 금융사의 계열사 지분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금융사의 내부지분 20%에 덧붙여 금융사의 내부지분 10%, 즉 총 30%의 의결권을 재벌총수가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의결권 제한 완화의 적용 대상을 더욱 확대시킨 것으로 재벌총수의 경영권은 이제 철옹성이 되었으며, 저축자의 돈을 재벌총수의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기 위해 재벌의 금융업 진출이 더욱 가속화됨으로써 결국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는 시장경제 질서의 기본원칙은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되었다.

5.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실질적 폐기에 이어 공정거래법 제11조에 따른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행사 제한 완화는 현 정부가 재벌개혁을 포기하였을 뿐만 아니라 재벌에 굴복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현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핵심조치라며 천명한 정책방향마저 스스로 부정한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확정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곧 국회에 제출된다고 한다. 국회는 이러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반드시 부결시켜야 할 것이며, 참여연대는 국회통과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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