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현대전자 주가조작 손해배상소송 2심 승소

집단소송 있었다면 더많은 피해자 구제 가능했을 것

 

어제(9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2부(재판장, 이주흥)는 지난 99년 10월 12일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 54명을 원고로 하여 현대증권과 이익치 전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엎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54명 중 거래내역자료가 미흡한 2명을 제외한 나머지 52명이 승소판결을 받았고, 청구금액 총 3억 5천여만원 중 대부분을 배상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이 갖는 상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무수한 다른 피해자들의 피해구제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현재 국회에서 입법무산 위기에 몰려있는 증권집단소송제도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히 피력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이란, 98년 4월부터 11월 사이 현대증권 이익치 회장의 주도하에,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을 동원해 고가매수주문, 통정매매, 허위매수주문 등의 주가조작 수법으로 현대전자 주가를 1만4400만원에서 3만2천원까지 끌어올린, 사상 최대, 최장의 주가조작 사건이다. 그리고 이번 소송에 참여한 원고들은, 현대전자의 주가조작이 한창 진행 중이던 98년 7월경부터 금감원의 조사결과 발표가 있은 99년 4월 7일까지 사이에 현대전자의 주식을 정상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취득한 결과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다. 1심 재판부인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는 2001년 11월 30일 이익치 전 회장 등의 주가조작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는데, 이번에 서울고등법원이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것이다.

참여연대는 2심 재판부가, 주가조작은 있지만 손해는 없다는 비상식적인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토록 한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하여 환영한다. 주가조작은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재산상 피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주식의 시장가치를 왜곡시킴으로써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범죄행위이다. 주가조작이나 분식회계와 같은 증권사기행위는 부당한 이득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며 필연적으로 소액다수 투자자들의 피해가 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제 더 이상 "주가조작은 있으나 손해는 없다"는 식의 비상식적인 판결로서 선량한 투자자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소송은 왜 증권집단소송법의 제정이 필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즉 현대전자 주가조작의 피해자는 수 만명에 달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증권집단소송법이 제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소송에 참여한 일부의 투자자들만 손해배상을 받을 뿐 나머지 피해자들은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한다. 만일 증권집단소송법이 제정되었다면 소송에 참여한 52명의 원고뿐만 아니라 나머지 수 만명의 피해자들도 함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의 피해자는 주가조작이 시작된 이후 그 사실이 감독당국에 의해 밝혀지기까지 약 1년 동안 주식거래를 했던 모든 투자자가 해당되겠지만, 주주구성을 확인할 수는 있는 98년 말을 기준으로 당시 현대전자의 개인소액주주들 13,700여명을 피해자 집단으로 보고 그 피해규모를 추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판결 결과에 따르면, 1주당 손해배상액(총 손해배상액 ÷ 소송참가 원고들의 보유주식수)은 약 4,160원으로 산출된다. 98년 말 당시 현대전자 소액주주 13,700여명이 보유한 주식수가 약 350만주였으므로, 총 손해배상액은 145억원에 달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13,700여명의 주주들의 1인당 피해액은 평균 106만원정도이다.

물론 이렇게 추정된 손해금액은 전체 피해액을 절대과소추정한 것임이 틀림없는데, 현대전자 주가조작을 통해 정씨일가가 얻은 시세차익(주가조작이 이루어지전 주가와 정씨일가의 추정매각가격차익)은 약 3,640억원으로 추정되기때문이다.

따라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로서 확인된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였을 때 평균 106만원 정도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경우, 엄청난 시간과 물질적 비용이 예상되는 소송을 시도할 유인을 갖기 어렵다. 이번에 손해배상소송에 참여한 원고들의 경우에도, 시민단체로서 참여연대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원고모집을 시도했고 그나마 손해액이 적지 않은 투자자들(평균 550여만원)이기에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현대전자 주가조작에 따른 수많은 피해자와 막대한 피해액에 비해 이번 판결 결과 52명의 원고들이 받게 될 손해배상액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바로 이 점은 집단적 피해가 발생한 주가조작 사건 등에 대해 보다 효과적인 피해구제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증권시장의 불법행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서 증권집단소송제도의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증권집단소송법은 재계의 치열한 로비와 이에 화답한 여야 각 정당과 법사위 의원들의 입법책임 회피로 인해 지난 7월 법사위 심사소위에서 합의안이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년 가량 법안처리가 중단된 상태이다. 참여연대는 다시 한번 법사위 의원들은 물론이거니와 여야 각 정당에 증권집단소송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현대전자 주가조작 관련 사건관련 민형사 소송일지

<민사소송>

1999년 7월 ~ 참여연대, 손해배상소송 원고 모집

1999년 10월 12일 참여연대, 손해배상소송 제기(원고 54명, 원고대리인 : 한누리법무법인 537-9500, 피고 현대증권, 현대증권 이익치 회장, 현대전자 정몽헌 회장)

2001년 11월 30일 1심 판결 : 원고패소(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4부)

2001년 12월 24일 원고 항소(서울고법, 원고 54명, 피고 현대증권 외 2명)

2003년 12월 9일 2심 판결 : 원고승소(서울고법 민사12부)

<형사소송>

1999년 6월 9일 참여연대, 정주영씨 일가(정주영, 정몽준, 정몽헌, 정몽구 등), 이익치(현대증권 대표이사), 김형벽(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박세용(현대상선 대표이사) 형사고발 : 증권거래법 위반

1999년 9월 9일 현대증권, 이익치, 박철재(현대증권 상무), 강석진(현대전자 전무) 검찰 형사기소 : 증권거래법위반

1999년 11월 3일 현대증권, 이익치, 박철재, 강석진 1심선고(서울지법 3단독) : 유죄

2001년 1월 17일 현대증권, 이익치, 박철재, 강석진 2심선고(서울지법 8부(항)) : 유죄

(현대증권 : 벌금 70억원 / 이익치 : 징역2년, 집행유예 3년 / 박철재 : 징역 1년 6개월, 집유 2년 / 강석진 : 징역8개월, 집유1년)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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