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김승유 등 은행법 위반 최종 무혐의 처분 검찰 규탄

은행을 사금고로 이용하는 대주주에 대한 면죄부 신호될 것 

김승유 등 은행법 위반 재항고 기각 검찰 규탄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4인이 은행법상의 명시적인 금지규정에도 불구하고, 학교법인 하나학원에 대해 2009년 10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적어도 337억의 하나은행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검찰이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대검찰청은 지난 4월 30일 “항고기각 결정에 원용된 불기소 처분 이유를 부당하다고 인정할 자료를 발견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고발인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민변 노동위원회는 검찰의 결정에 분노를 넘어 비애를 느낀다. 검찰 결정에 따르면 은행의 대주주나 그 특수관계인이 자신이 지배하는 공익법인에 대해 은행의 자산을 무제한 양도하여도 이를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은행 자산의 무상양도를 엄격히 규제하는 은행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 검찰은 은행의 공공성 규제에 커다란 허점을 만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고발-무혐의 처분-항고-기각-재항고-기각으로 이어진 이 고발 사건에서 법적 쟁점은 2013년 7월 8일 이뤄진 은행법 시행령 개정의 취지와 내용을 둘러싸고 형성됐다. 신설된 은행법 시행령 제20조의5 제8항은 ‘종교, 자선, 학술 또는 그 밖의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법인을 특수관계인에서 제외’함으로써 은행의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를 허용했는데, 검찰은 1차 고발 및 항고에 대해 이 신설 규정을 무혐의 처분의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김승유 등의 행위가 은행법 시행령 개정 전의 일이라도 “법률 이념의 변천에 따라 과거에 범죄로 보던 행위에 대하여 그 평가가 달라진 경우” 소급하여 처벌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검찰의 판단은 은행법 시행령 개정의 취지와 이 사건의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데서 연유한 것이다. 개정된 은행법 시행령은 비록 은행이 자발적으로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공익법인에 대해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는 것은 허용했지만, 동시에 제20조의7에 제2호를 신설하여 은행의 대주주나 그 특수관계인이 이런 공익법인에게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도록 은행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계속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학원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하나학원 이사들은 하나은행 등 하나금융지주회사 소속 계열 금융기관에 대해 총 기부금액을 회사 영업규모에 비례하여 할당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금융자회사의 기부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런 행위는 은행법 시행령 개정 이전에도 불법이었고 시행령 개정 이후에도 계속 불법인 것이고, 따라서 검찰이 무혐의 처분의 논거로 지목했던 “법률 이념의 변천”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고발인 두 단체는 또한 설사 은행이 자발적으로 특수관계에 있는 공익법인에 대해 재정지원을 하는 경우에도 은행업 감독규정에서 그 절차와 내용 등 한계를 정하고 있다는 것을 항고와 재항고에서 강조하였다. 감독규정은 “자산의 무상양도 등에 대한 적정성 점검 및 평가 절차 등을 포함한 내부통제기준을 운영할 것”과 “공익법인 등의 사업으로부터 은행(은행, 은행의 계열회사 및 그 임직원을 포함한다)이 우대를 받는 등 대가성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하나은행의 내부통제기준은 존재하지 않았고, 하나은행 임직원 자녀가 하나고등학교 입학시 특별전형의 대상이 되는 대가성은 존재하였다. 그러나 대검찰청은 재항고 기각 결정에서 고발인의 이같은 주장에 대한 아무런 해명도 없이 “항고기각 결정에서 원용된 불기소 처분 이유를 부당하다고 인정할 자료를 발견할 수 없다”고 하였다. 고발인의 제시한 근거를 고의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이는 금융권력에 대한 면죄부 부여라고 밖에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검찰의 이번 결정은 단지 금융권력에 면죄부를 부여하고 끝나는 사안이 아니다. 은행의 임원진이 사회공헌을 명분으로 은행과 특수관계에 있는 공익법인에 대가성 있는 무상지원을 결정하여도 처벌하지 못한다면, 고객이 맡긴 돈으로 신용창출이라는 특혜를 받아 운영되는 은행에 대한 공공성 규제에 큰 허점이 생긴 것이다. 검찰의 법률 해석은 은행의 대주주 및 경영진에게 이 허점을 이용하라는 신호와 같다. 두 단체는 검찰의 최종 무혐의 처분을 강력히 규탄하며, 은행법 시행령 개정의 취지와 내용에 대한 검찰의 해석과 처분에 문제가 생긴 만큼 은행‘법’의 개정을 통해 이 문제를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임을 밝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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