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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별기업이슈
  • 1998.01.09
  • 1389
  • 첨부 1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제일은행 자산상태에 대한 실사작업을 마치는 대로 곧 제일은행에 대한 감자명령을 내릴 예정이며, 감자비율은 5대1이하로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IMF(국제통화기금)측은 전량소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는 경영진의 부실경영과 정부의 관치금융 폐해의 대가를 경영에 관한 아무런 권한도 가지고 있지 못한 소액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것으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에 그간 제일은행의 소액주주와 함께 은행 경영을 바로잡기 위한 소액주주운동을 벌여온 참여연대는 아래와 같은 입장과 요구사항을 밝히는 바입니다.

1. 부실경영의 책임을 주주들에게만 묻는 것은 부당하며, 금통위는 부당한 감자명령을 내려서는 안됩니다.

한보사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와 같이 제일은행이 부실화된 1차적인 책임은 은행경영진과 이에 대한 감독을 소흘히 한 은행감독원에 있으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관치금융을 통해 은행의 부실여신을 조장해온 정부에 그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제일은행이 부실화된 근본 원인을 덮어둔 채 주주들에게만 그 책임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히 부당한 처사입니다.

IMF협약도 부실경영으로 인한 손실을 채권자와 주주가 공동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오로지 주주에게만 그 책임을 지우는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이것은 '채권자와 주주의 경영감시 책임'이라는 IMF요구의 취지와도 다른 것입니다.

따라서 주주들에게만 일방적인 책임을 묻는 감자는 부당합니다. 설사 감자가 불가피하다고 할지라도, 감자비율을 정하는데 있어서는 경영진과 정부, 채권자, 주주들에게 책임을 공통으로 분담시킨다는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며, 제일은행의 경우에는 특히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게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정부가 내놓은 5대1 이하의 감자비율은 주주들로 하여금 과도한 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으며, 금통위는 합리적인 대안이 만들어질때까지 감자명령을 내려서는 안됩니다. 또한 IMF도 일관되게 '채권자와 주주의 공동 책임'을 주장한 바 있으므로 이에 거스르는 전량소각을 주장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2.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차등감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경영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사실상 경영에서 소외되어 왔습니다. 현행 주주총회는 소액주주들이 참석할 기회가 사실상 봉쇄되어 있고 단순한 절차적 요식행위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또한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의 위법행위의 사전적 중지를 요구하는 유지청구권이나 경영진의 위법부당한 경영상의 책임을 사후적으로 추궁하는 주주대표소송 등 소수주주권 행사의 요건이 상법상으로는 발행주식수의 5%이상, 증권거래법상으로는 1%(0.5%)이상으로 되어 있어 증권시장에서 이른바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소액투자자들이 경영감시활동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단 1주만으로도 그러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미국, 일본의 경우라면 모르되, 우리나라와 같이 경영감시 권한의 행사가 봉쇄되어 있는 현실에서 소액주주들에게 부실경영의 책임을 가혹하게 부과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이처럼 현재 한국의 소액주주들은 경영에 참여하거나 경영을 감시할 여건이 구비되어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한국 소액주주들의 상황을 무시한 채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주주들에게만 부과한다면 이는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주의 책임을 묻기 위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일은행에 대한 감자가 불가피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그동안 경영에 참여하거나, 경영감시를 할 권한이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대주주들에게 1차적인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할 것이며, 소액주주(증권거래법상 0.5% 지분을 가지지 못한 주주)의 경우에는 감자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

3. 부실경영감시를 위해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등 소수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감자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참여연대는 제일은행 소액주주들의 뜻에 따라 제일은행 부실경영의 책임을 묻고 은행을 정상화하기 위한 소액주주운동을 벌여 왔습니다. 작년 3월에 열린 제일은행 주주총회에 참가하여 소액주주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였고, 4월에는 제일은행 경영진에게 은행정상화를 위한 경영개선책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또,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과 대책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의 주장을 무시한 채 주주총회를 강행한 은행측에 대하여 주주총회결의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지난 12월 12일 승소판결을 받은 바 있고, 제일은행 주주61명이 참가하여 제일은행의 한보철강 부실여신의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 현재 재판이 진행중입니다.

이 소송에 참가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재판이 종결될때까지 주식처분이 금지되어 그동안 처분기회를 상실함으로써 많은 손해를 입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산상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부실경영을 감시하고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에게 부실경영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합니다.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소액주주로서 경영감시의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의 보상이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향후 소액주주에 의한 기업경영감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소송에 참가한 소액주주들의 주식은 감자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

4.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이사회가 감자절차를 집행해서는 안되며, 현 경영진은 퇴진하여야 합니다.

앞서 안급했듯이 금통위는 제일은행 이사회에 대하여 부당한 감자명령을 내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또한 현 제일은행 이사회가 감자를 집행하도록 해서도 안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개정법률중 특히 이사회의 결의로서 자본감소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전면적으로 수정되어야 합니다. 이 법률 제10조 제4항에서는 상법상의 주식병합, 소각 등 자본감소에 있어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한 강행규정의 예외로서 '이사회의 결의'로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규정은 주식회사 제도의 근본을 훼손하는 것이며,위헌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특히 자본감소까지 해야할 정도로 부실한 경영을 하여 그 책임을 져야하는 장본인인 이사들에 의하여 은행의 주인인 주주들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행사하게 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인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따라서, 제일은행 부실경영의 1차적인 책임을 져야할 현 경영진으로 하여금 감자와 관련한 사항들을 처리하도록 함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만일 금통위에서 부당한 감자명령을 강행할 경우 참여연대는 제일은행 경영진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미 참여연대는 지난 연말에 제일은행 주주총회결의취소소송에서 승소하여 작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결의된 이사 선임 결의가 취소되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을 얻은 바 있어, 24명의 이사들 중 18명의 이사가 그 지위가 부인된 상황이며, 나머지 6명 역시 기존의 부실경영의 책임을 져야 하는 장본인으로서 즉각 물러나야 할 것입니다. 그대신 제일은행 부실화의 책임이 없는 사람으로서 앞서 언급한 원칙에 따라 객관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인물들로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되어야 할 것이며, 그후 그들로 하여금 감자명령의 구체적 내용을 심의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현 경영진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이 신청되었음에도 무리하게 감자와 관련한 이사회의 결의를 추진한다면 이는 명백히 자신들의 책임을 은폐하고 소액주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제일은행은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사들의 적법한 선임결의를 받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정부도 무리하게 감자절차를 추진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감자절차가 강행된다면 참여연대는 소액주주들이 무리한 감자명령으로 인해 입게된 모든 손해에 대해 부실여신 제공 압력을 가한 정치권인사 및 정부책임자, 감독 책임을 하지 못한 은행감독원, 그리고 은행경영진을 상대로 그 책임을 추궁할 것입니다.

5. 소수주주권 행사 요건 완화를 위한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와 같이 우리 기업들이 부실화되고 결과적으로 국가부도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은 지배대주주의 전횡과 이에 편승하고자 하는 경영진들의 안이한 경영에 가장 큰 원인이 있습니다. 소액주주들에게 경영에 참여하고 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할 권한이 주어져 있었다면 지배대주주의 경영전횡으로 인한 오늘과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수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을 완화하여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법개정 및 제정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IMF 또한 기업경영의 투명성확보와 소액주주들의 권리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액주주들이 경영에 참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소액주주들에게 부실경영의 책임만을 추궁하는 선례를 남길 수는 없다는 점에서도 차제에 소액주주들의 경영 견제에 대한 권한 강화를 골자로하는 제도적 보완 작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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