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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타
  • 1998.01.14
  • 782

사회적 합의 없는 정리해고 입법 반대, IMF 추가·보완협상 촉구



시민·사회·종교단체 대표자 기자회견문

경제위기 극복의 사회적 합의과정과 IMF 추가·보완협상과 관련된 시민·사회·종교단체의 입장

최근 정리해고의 법제화를 둘러싼 노-사-정의 대립과 갈등은 가뜩이나 지쳐있는 서민대중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차기정부측과 노동계가 갈등과 대결로 치닫는 것은 오늘날의 경제난국극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는 자칫 우리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도 있는 매우 심각한 사태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노-사-정 모두가 오늘의 갈등과 대립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총체적인 국난을 함께 헤쳐 나가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안합니다.

첫째, 정리해고제의 입법은 졸속 강행되어서는 안되며, 노-사-정의 충분한 토론과 합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애초 김대중 당선자가 노사정 사회적 협약기구를 구성하여 경제난국 극복방안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한 것은 공정한 고통분담을 통해 현 경제난국을 극복하고자 하는 개혁의지를 읽을수 있는 긍정적인 대목이었습니다. 그러나 협약기구 구성 논의가 미처 시작되기도 전에 정리해고제 조기도입을 일방적으로 기정사실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기대하는 국민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아닐수 없습니다. 정리해고 문제는 가장에 대한 경제활동 의존도가 높고 실업수당등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심각한 혼란과 부작용을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리해고의 입법화는 결코 졸속으로 일방강행되어서는 안되며 충분한 의견수렴과 노사정의 합의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둘째, 재벌과 경제관료, 정치권등 현 사태에 보다 큰 책임이 있는 부분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국난에 비견되는 오늘의 경제 파탄은 정경유착을 통해 특혜금융을 독점한 재벌들의 부실경영과 이를 방치한 정치권, 경제관료들에 가장 큰 원인과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재벌경제체제·정경유착·부패구조의 개혁과 청산을 경제난국 극복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마땅합니다. 13일 재벌기업구조 조정의 5개사항이 합의되었으나, 그 이행은 앞으로 계속 지켜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금융실명제 유지, 지주회사의 설립안 재검토, 총수재산의 변칙승계 금지등 분명한 "개혁과제"가 필요합니다. 경제파탄의 원인에 관련된 개혁과제를 충분히 검토하기 이전에 정리해고 입법화를 우선 추진하는 것은 올바른 개혁방향이 아닐 뿐만 아니라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것입니다. 재벌개혁, 정치·행정 개혁, 사회보장제도의 개혁등 종합적인 사회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리해고는 비로서 검토될 수 있는 문제일 것입니다.

셋째, 우리는 서민들에게 고통을 전담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제위기 극복과 고용안정을 위한 범국민적인 의견수렴과 합의 과정을 강조합니다. 국민적 의견수렴을 생략한 구조조정은 제대로 성공하기도 어렵거니와 갈등을 심화시키는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따라서 IMF 국난의 극복을 위한 범국민적 의견수렴을 위하여, 노-사-정 3자를 비롯하여 종교계와 시민사회 각계가 적극 참여하는 위기극복을 위한 범국민적 협의의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당사자들의 참여와 신망이 담보되는 범국민적 협의의 장은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노-사-정 사회적 합의를 촉진시켜 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국난 극복을 위한 국민적 의지와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같은 사회적 합의의 조건이 성숙된다면 노동계 또한 경제위기극복과 고용안정을 위한 범국민적 합의에 참여해야할 것입니다.

넷째, 김대중 당선자는 IMF측과의 합의사항을 모두 국민에 공개하고 그중 불합리하고 부적절한 사항들에 대한 즉각적인 추가·보완 협상에 착수하기를 촉구합니다. IMF측과의 기존 합의사항 중에는 재벌개혁 등 어차피 우리경제의 건실화를 위한 불가피한 사항들이 상당수 들어 있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당시 긴박한 합의 과정에서 우리경제 실정에 맞지 않는 사항들도 포함된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김대중 당선자나 정부당국은 기업경영의 부실화를 가중시키는 비정상적 고금리 문제, 흑자도산을 초래하는 통화량 문제, 그리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초래할 정리해고제나 파견근로제의 입법문제 등의 사항들에 대해서는 IMF측과의 추가·보완협상을 통해 합의내용을 수정·보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이미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나 지난 1월 7일 정부당국과 IMF측이 거시경제지표와 관련한 새로운 합의를 한 선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와같은 추가·보완협상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상은 당면한 우리사회의 현안을 극복하는 데 있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일로서 우리 시민·사회·종교단체는 국민과 함께 이 난국을 근본적으로 헤쳐 나가는데 앞장 설 것입니다.

1998년 1월 14일

건강사회보건의료대표자회의, 기독교사회선교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중운동탄압범국민대책위, 실천불교승가회, 참여연대, 한국노동연구단체협의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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