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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별기업이슈
  • 1997.10.14
  • 1296

이재용씨 등, 가처분 결정 하루전에 주식전환, 사법부 무시하는 비도덕적 행위



1. 수원지방법원 민사 합의30부(재판장 이흥복 부장판사)는 30일, 참여연대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와 삼성물산,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전환사채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이재용씨 등이 소유한 전환사채의 전환, 양도 등 일체의 처분행위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24일 사모전환사채 600억원어치를 발행하여 이중 450억원 어치를 이재용씨에게, 나머지 150억원어치를 삼성물산에 매각한 바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위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을 공모로 발행할 경우에 대비하여는 약 30%, 해외발행의 경우에 대비하여서는 약 60%나 낮은 가액인 50,000원으로 결정하였다. 이렇게 발행된 전환사채는 전환가격이 주식의 시가보다 훨씬 낮게 책정되어 있어서 약 250억원의 부당이득을 이재용씨와 삼성물산에 넘겨주는 것이고, 이는 결국 소액주주의 돈을 이재용씨 등에게 부당하게 넘겨주는 것이다. 또 주식의 (지배권)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기존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지난 6월 24일 수원지방법원에 삼성전자의 이재용 등에 대한 사모전환사채발행이 증여세 부담 없이 삼성그룹을 이재용에게 승계시키려는 탈법적 목적을 위한 것이고, 250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제공함으로써 그 만큼 소액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치게 한다는 이유로 전환사채발행무효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이재용씨 등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기하였다.



이번에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을 받아 들여 처분금지 결정을 내린 것은, 삼성전자가 발행한 사모전환사채가 무효라는 참여연대의 주장이 정당하며 본안소송을 통해 분쟁해볼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다.

2. 그러나, 삼성전자는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기 하루전인 9월 29일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버림으로써, 이번 가처분 결정을 아무 효력이 없게 만드는 파렴치한 행위를 저질렀다. 이 가처분 사건은 그동안 2차례의 심리를 거쳐 9월 26일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었다가 재판부에 의하여 연기되어 있던 중이었으므로 삼성전자는 마땅히 법원의 결정이 있기를 기다려야 하였음에도 재판부의 결정일 하루전에 전환을 해버림으로써, 이번 법원의 가처분 결정과 이후 진행될 본안 소송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삼성이 결정일 하루 전에 전환해버린 것을 보아 막강한 로비력으로 미리 가처분 결정의 내용을 알아내어 이것이 자신에게 불리하자 전환을 해버린 것이 아는가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이 이렇듯 법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정당한 법의 판결을 피해가려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기업의 모습이 아니며 비난 받아 마땅하다.

3. 또한, 결과적으로 삼성의 주식전환을 가능하게 해준 재판부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 가처분은 본안소송에 대한 판결을 받을 때까지 기다려서는 권리를 구제받을 수 없는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 제기하는 것이다. 이번 소송의 경우에도, 만약 본안 소송인 전환사채발행무효청구소송에 대한 판결을 받을 때까지 기다린다면 그 이전에 이재용 등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본안소송과 동시에 처분 및 전환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었다.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경우 재판부는 최대한 신속하게 심리를 하고, 가처분의 실효성이 없어지기 전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통상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재판부는 주식전환이 가능해지는 9월 25일 까지 가처분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26일로 예정되어 있던 재판도 연기함으로써, 이재용씨 등에게 주식전환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 셈이며, 결과적으로 아무 효력 없는 처분 금지 결정을 내려 가처분 재판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4. 참여연대는 이번 사건을 통해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이 또다시 우리 사회의 기본상식과 사법부를 무시하는 태도를 규탄하는 바이며, 삼성의 비도덕적인 행위를 규탄하는 항의집회를 개최하고 담당 재판부에 재판일정 연기에 관한 공식적인 해명 요구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 변호인단을 전면 확대하고 이재용 등이 전환한 주식의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가능한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서 본안소송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 것이다. 또한 전환사채 발행으로 인한 손해액을 보상받기 위한 주주대표소송을 추진하는 등 삼성의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횡포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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